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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정때문에 아쉽게 강연을 놓친 문경목 회원님을 위해 글을 올립니다. ^^

 

사람들은 ‘니체’를 ‘초인,’ ‘영혼의 기,’ ‘권력의지’ 라는 한 단어로 말하고, 이런걸들을 알고 싶어 하지만 내가 강렬하게 니체를 만났을 때는 ‘니체 도덕’에 관한 것이었다. 강한 것과 선한 것의 차이, 이것이 니체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도덕의 계보학’은 나에게 휴식으로 다가온 책이다. 

사회학도들은 반골(反骨)적으로 사회를 삐딱하게 보기 때문에 니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히틀러의 머릿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니체였다. 생각한 사람은 니체고, 행한 사람은 히틀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니체의 말속에는 장난기가 심해 사회 부조리를 진중하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가볍고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책 ‘도덕의 계보학’을 읽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데 반박이 안됐다. 싫은데 논박할 수 없고, 가벼운데 너무 단단해서 깨지지 않았다. 책에는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 ‘난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 가.’의 글귀가 나타난다. 어이가 없어 한번 크게 웃고 나니까 이 사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전남대 도서관가서 두세 달 동안 니체의 전집을 읽고, 사색하며 그냥 우연찮게 휴식을 취하다가 니체를 그렇게 만났다.

항상 좋아하는 것은 위험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의[改議]치 않겠다.

 

나는 그 시절, 무게과 깊이의 관계를 혼돈하고 있었다. 상황을 무겁게 보는 것이 깊이 있게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깊게 들어간 건 내 신념의 문제였다.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이라는 것’을 ‘도덕적 계보학’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을 읽으면 질문을 바꿀 수 있다. ‘악의 본성이 있을까?’가 질문이 아니라, ‘인간은 어떤 조건 아래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을 생각해 냈던 것일까? 그리고 그 가지 판단들 자체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로 질문이 바뀌게 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후각이 발달한다.

한쪽이 선, 한쪽 악이라고 하면 문화나 종교 이해할 수 없다. 한 이웃의 영예가 다른 이웃에게는 수치가 됐다. 이것을 아는 사람들을 사물을 형이상학적으로 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조건에서 사람들은 저렇게 가게 됐을까’ 하는 물음. 이 계보학적 물음으로 시작된다.

 

니체의 위대함은 철학에 ‘가치를 도입한 데’ 있다.

철학적인 면에서 니체는 서구사회에서 기호를 증가시킨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라, 기호의 성질을 바꾸어 놓았으며 기호가 해석될 수 있는 방식을 수정했다. 니체에게 중요한 것은 기호가 아니라 해석이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어떤 일들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것을 알고 난 후, 세상의 모든 것은 다르게 보인다. 해석이라는 부분은 철학사적으로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나의 사실은 해석이다. 역사학자들은 사실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고 외치지만, 정작 사실 뒤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그 자신이다. 어떤 사물을 보기 전에 우리는 해석한다. 자기가 해석한 채로 본다.

한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남아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무의식중에 반말을 하고, 백인들에는 존댓말을 한다.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해석해 버렸다. 포착된 것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으로 재인식 하고 있다.   

 

도덕의 역사에 대해 계보학자가 갖추어야 할 세 개의 주요한 덕목은 시대의 편견을 떠날 수 있는 용기, 여러 시대, 여러 영역들을 가로지르는 부지런함, 작은 차이들, 작은 파편들 속에서 큰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 섬세함이다.

 

우리는 사물에 부여되는 온갖 가치평가와 해명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거, 존재에 색칠을 해왔던 모든 것은 여전히 역사를 결하고 있다. 도덕 계보학자에게 어떤 색은 푸른색보다도 백배나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 색은 여러 색이 섞여 있는 바로 회색인데 사물에 부여되는 온갖 가치평가와 해명, 사람들의 생각으로 달리 알려진다. 역사는 말하자면 오랫동안 판독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도덕적 과거사의 상형문자 전체이다.

 

과거를 대할 때 우리는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본다. 근대 역사철학은 과거의 순간들을 하나의 사슬로 묶고는 그것이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는 듯한, 하나의 목적을 향해가는 듯한 허구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과거의 순간들은 오늘날의 관심에서 선택되고 해석된 것들인 만큼, 그것들을 ‘확정된 사실’로서 과거에 매장해서는 안 된다. 역사학자의 개입에 따라 과거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역사학은 오늘날 실천을 위한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개입이고 실천이다. 과거는 역사학자의 작업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다. 역사학자의 임무는 순간들을 확정해서 묻는 게 아니라 그 순간들을 살려내고 해방시키는 데 있다.

 

“우리는 과거를 우리 의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니체가 영원회귀와 관련해서 던졌던 핵심적 질문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과거를 의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의 어려움을 ‘의지의 통한’이라고 불렀다. ‘현재를 위한 과거’가 될 수 없었던 과거의 순간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대항적 현재’, ‘새로운 현재’를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무덤에서 꺼내야 한다. 현재의 실천이 우리의 과거를 구원한다.

 

계보학자의 유형화는 어떤 닮은 젊, 어떤 고유성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로 가둘 수 없는 차이의 요소를 들어내기 위함이다.

 

한 사물의 역사는 그것을 독점하는 힘들의 연속이고, 그것을 독점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힘들의 공존이다. 동일한 대상, 동일한 현상은 그것을 소유하는 힘에 따라서 의미가 변화한다. 의미는 힘들의 복합체, 구성체 속에서 결정된다.

 

어떤 사물, 어떤 기관, 어떤 관습의 역사 전체도 이와 같이 항상 새로운 해석과 배치라는 계속된 기호의 연쇄일 수 있으며, 그 해석과 배치의 원인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정에 따라서는 단지 우연하게 일어나고 교체될 뿐이다, 니체는 ‘도덕적 역사’에는 ‘역사적 정신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고 비꼬았다.

 

강한 것에게 강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요구하고, 그것이 압박욕, 제압욕, 지배욕, 적대욕, 저항욕, 승리욕이 아니기를 요구하는 것은 바로 약한 것에게 강한 것으로 나타나기를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다. 일정량의 힘이란 그와 같은 양의 충동, 의지, 작용이다.

 

니체는 강하지 못한 자가 아니라, 그의 힘이 어떻던 그가 할 수 있는 것에서 분리된 자를 약자 혹은 노예라고 부른다. 가장 강하지 못한 자도 그가 끝까지 간다면 강자만큼 강하다. 사람들은 싸움의 승패를 기준으로 강함과 약함을 판단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약자들이 승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약자가 강해짐으로서 강자를 이겼던 것이 아니다. 약자는 강자를 약자로 되게 함으로써 승리. 병들게 함으로써 힘으로부터 ‘할 수 있는 것(능력)’을 분리시킴으로써 반동적으로 전화, 죄의식, 양심의 가책, 허무주의가 된다.

 

추신

수유+너머 연구실에서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 비정규직을 함께 읽어보고자, 10월 한달 동안을 지식네트워크 활동기간으로 정했습니다. 100권독서클럽과도 책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불안, 불안정성 등에 대해서 토론해 여러분들의 지식과 정보, 의견이 함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지식네트워크 선포식과 학술제 행사(날짜 미정)에 저희 연구실을 방문해서 일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 profile
    김홍섭 2007.09.23 01:23
    우와...형 좋겠다..^^
  • ?
    문경목 2007.09.23 01:23
    정말 고맙습니다. 뭐라 달리 표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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