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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0 23:16

믿음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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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신·유령·늑대인간·UFO·사후세계 등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믿는 이유는 "한 마디로 인간의 머리 속에 '믿음 엔진'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 루이스 월퍼트런던 칼리지 대학 해부학과 명예교수는 말했다. 그는 발생 생물학의 대가다. 발생 생물학은 세포가 어떻게 해서 커다랗고 복잡한 장기로 발달하는지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런던 자택에서 전화기를 든 이 석학은 "나는 늘 사람들이 왜 괴상한 믿음을 갖고 있는지 의아했다"고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나는 사람들의 믿음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나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믿음보다는 사람의 믿음을 결정하는 인과적 믿음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 주된 내용은 인간의 생각과 믿음이 동물과 어떻게 결정적으로 다르며, 이것이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하는 것이다”

 

작가: 루이스 월퍼트- 런던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발생생물학과 응용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과학해설자로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왔으며,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출연한 대담 프로그램과 1999년 출연한 BBC의 우울증 시리즈 프로그램을 통해 명성을 얻게 되었다. 또한 왕립자연과학회 회원으로 상급훈사훈장을 받았고, 과학기술대중화위원회의 의장직을 4년 동안 수행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과학의 정열’, ‘열정의 마음’,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인간이 되는 가’, ‘과학의 비자연적 본질’, ‘우울증에 관한 희망 보고서’, ‘믿음의 엔진 - 천사, 귀신, 부적, 종교, 징크스, 점성술. 이성을 뛰어넘는 인간 믿음에 관한 진화론적 탐구’ 등이 있다.

 

사람을 '믿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믿음의 엔진'.

사람이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믿어야만 하는 건지 모른다. 저자는 이런 막연하고 광범위한 질문에 전문 분야인 진화심리학, 생물학을 이라는 토대로 답을 찾는다. 인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을 통해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됐고, 그 복잡하고 추상적인 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려는 것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능력 '개념적 사고, 인과적 사고' 능력을 얻게 된다. 이러한 도구의 사용, 인과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의 믿음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언어가 태어나고, 인간 정신 작용의 새 지평이 열린다. 이제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현상들에 대해 그 원인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이 믿음이라 부르는 것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작화증, 망상, 최면, 정신분열증 등 믿음 메커니즘의 오작동이라 할 수 있는 증상을 보이는 정신병환자들을 통해, 우리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믿음 엔진의 본질을 찾는다. 세상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본능, 자신의 믿음과 대립되는 것은 회피하려는 욕구 등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믿음을 살펴본다. 먼저, '믿음'하면 세트로 떠오르는 '종교'. 인과적 믿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기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종교 또한, 우리 유전자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자가 책에 인용한 슈마커의 말처럼 우리는 '자기 최면에 능한 존재, 살기 위해 믿어야 하는 믿음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도처에 널려있는 건강에 대한 미신. 많은 실험을 통해 그 존재가 놀랍게 입증된 플라시보 효과나, 대안치료, 종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은 매우 익숙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히틀러, 빈 라덴, 공산주의 혹은 선민의식 등 윤리와 관련된 믿음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도구'라는 인간의 독특한 성질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상당한 수의 관련 연구 사례나 이론들을 열거하며 한 챕터 한 챕터 자신의 논리를 전개시켜 나간다. 그는 책 서문에서 '나는 환원주의자(모든 생명현상을 물리적이고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며, 물질주의자요, 무신론자이다'라고 밝혀 그는 차갑고 냉철한 완벽한 과학론자 같아 보였지만 그런 저자의 태도가 객관성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거기다 종교라는 큰 믿음뿐 아니라 숫자7에 대한 호감과 같은 아주 사소한 믿음까지. 인류의 보편적인 행위로서의 '믿음'을 다루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런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은 항상 우리가 지각하는 상식에 반한다. 상대성 이론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 나름의 설명을 만들고 그것을 믿는다. 우리는 설명할 수 있는 세계를 더 쉽게 살아갈 수 있고, 그를 위해 우리를 이해시키는 것을 쉽게 믿도록 프로그램 돼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터무니없는 믿음들의 영향 또한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믿음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가 공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게만 귀기울인다면 더욱 다양화되고 혼란화 되는 사회에서 중심을 잡기란 어려울 것이다. 저자 말대로 '우리의 상식과 일반적인 믿음 엔진의 작동 메커니즘에 반하는 과학 대신 종교적 믿음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선사할 것이며, 엄청난 위안과 인생의 의미를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양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며 나타나고 있을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하는 믿음들 중에서 과학적 믿음이 가장 신뢰도가 높다. 이것은 박문호박사님께서도 항상 강조하신 말씀인데 우리는 그대로 믿고 열렬히 학습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게다가  유전자에 의해 두뇌에 프로그래밍 된 우리의 믿음의 엔진이 다른 원칙에 의해 작동한다. 그래서 내안의 믿음의 엔진에 따라 아직까지 마음가짐이 변덕스럽게 바뀌게 되는게 아닌가.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인과적으로 설명하려는 '믿음엔진'을 가지고 있다.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실들을 수집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후 논리적 추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UFO를 믿고, 초능력을 믿고, 부적을 믿고, 사이비 의술을 믿는다. 또 어떤 사람은 종교를 믿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믿음이든지 간에 믿음은 한번 생기면 가능한 한 수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종의 관성이 붙는다. 우리는 현재의 믿음에 어긋나는 증거나 생각들이 핵심적 믿음에 위배될 때는 더더욱 거부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것은 인간 본성에 가깝다.

 

 믿음 엔진은 빠른 판단을 선호하고 숫자에 약하며 전형성을 좋아하고 무의미하게 섞인 상태 속에서 유형을 발견한다. 그리고 권위에 의해 영향을 받고 신비주의를 좋아하는 습성도 있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진화에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도구의 사용은 언어와 더불어 인간의 진화를 이루었고 현재 우리가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져왔다." (p133)

 

우리 조상들은 자신에게 닥친 자연 현상을 이해할 과학적 지식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대로 살자니 "중요한 사건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무능력 상태가 정신적 불쾌감과 걱정을 유발" 했다.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과적인 이야기를 꾸며내 자연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 것이 믿음 혹은 종교의 기원이자 본질이라는 것이 월퍼트의 주장이다(p57).

 

월퍼트는 철두철미한 무신론자, 진화론자, 환원주의자다. 요컨대 이 세상엔 신도, 영혼도, 사후세계도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포함한 모든 생물은 섭리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감정은 신체의 전기적·화학적·물리적 작용에 불과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가 그런 허무한 존재일 리 없어!" 하고 발끈한 당신의 형이상학적 고뇌 역시 월퍼트가 보기엔 뇌세포의 농간이다.

 

그가 보기에 종교적 믿음은 진화의 산물에 불과하지만, 그 믿음을 채택한 개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준다. "종교 활동은 심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과 낙관론을 고취시킴으로써 심장에의 부담 같은 신체상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데 일조"하며 따라서 종교적 믿음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p218)

 

월퍼트는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25세기에도 교회와 절은 동네마다 안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에는 신도, 목적도, 소명도 없다"는 월퍼트에게 "그럼 당신 개인의 인생에도 역시 '목적'이 없었냐"고 묻자, 그는 차분하고 명랑하게 "즐겁게 연구하며 보람 있게 살아왔지만, 역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허무하진 않아도 약간 우울하긴 하지요" 했다.

 

자아의 형성은 진화상에서 앎은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체 내부의 신호들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환경과 관련해서 신체에 대한 정신 모델들은 획득하고 이것들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지 파악함으로써 행동의 정확도와 계획성을 높였다.(p61)

 

환각과 마상은 두뇌의 기본 프로그램이 다양한 이유로 엉뚱한 때에 활성화될 수 있음을 방증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종교적 경험은 초월적 믿음과 망상, 환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을 이해하는 믿음을 얻어 어떻게 활동할지를 결정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싶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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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7.11.20 23:16
    다음 선정도서인 <만들어진 신>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인것 같습니다. 글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많아 쉽게 글에서 떠나지 못하네요.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글쓰기의 배울점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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