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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5 10:34

알래스카의 바람같은 이야기

조회 수 2936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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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9번째 주 알래스카의 바람같은 모습 

 


대형서점에 가면 여행책자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고, 요즘과 같이 방학이 있고 설연휴가 다가오는 날들이면 중앙탁자로 여행 책자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로에 위치한 반디앤루이스(옛 서울서점) 서점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 등이 달라지면서 외국에 나가는 일이 많아지고, 여행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살면서 편안한 휴식을 주는, 취미와 같은 삶의 역할로 자리 잡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요즘 여행책자들을 보면 옛날의 대표 여행 책 ‘론니 플래닛(외로운 행성)’, ‘100배 즐기기’ 등의 관광여행 책자들과는 달리, '큐리어스' 여행 시리즈물과 같은 저자들의 경험과 사람의 이야기들이 저술한 책이 많아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작가의 느낌, 모험, 현지에서 생활하는 노하우 등이 담긴 저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알려주는 여행기 책들이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관광 정보가 많아지고 여행사를 통한 저렴한 팩키지 여행이 많아지다 보니 굳이 현지관련 정보를 책을 통해 얻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인가 싶다.





알래스카의 바람 같은 이야기. 이 책도 작가의 알래스카 생활기와 여행기, 삶의 이야기를 담은 대표적인 여행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책들과는 다른 한 가지는. 저자 호시노 미치오가 생의 대부분을 알래스카에서 보냈고, 누구보다도 진정으로 알래스카를 사랑하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알래스카를 바라본 모습과 그 진솔한 느낌이 이 책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취재 중 불곰에게 물려 40세 남짓의 젊은 나이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알래스카의 바람같은 이야기’는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그가 생전에 신문사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생동하는 책이었다. 책을 내기 위해 한 여행과 글, 외국을 다녀온 후에 정리하는 마음으로 쓴 보통의 여행기가 아닌 것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책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말한다.


'알래스카 여행은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땅 끝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도 사람들의 생활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 사람의 생활과 살아가는 모습의 다양함에 매혹되어갔다. 어떤 민족이라도, 아무리 다른 환경에서 살아도 인간은 한 가지 공통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세계는 그런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영하 60도의 알래스카 바람과 맞서며 텐트 하나가 비질비질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거기에는 또 다른 눈인, 내가 있다. 잠을 자다가도 문득 곰이 습격하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흑고래들이 떼 지어 청어사냥에 나선 날 그 한가운데 사진촬영중인 내가 있기도 하다. 무스들의 긴 이동행렬이 나에게 곧장 달려오는가 하면, 몇 달 동안 아무도 없는 눈얼음 들판에 달랑 텐트 하나 갖고 생활하는 나에게 붉은 석양이란..



알래스카는 두 부류의 인간이 산다고 한다. 원래 원주민이든가, 문명세계를 벗어나 살고 싶어하는 자들이다. 특히 후자 쪽에서 바라보는 알래스카는 천국이면서도 동시에 지옥일 게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든가, 또는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단순한 섭리 앞에 알래스카라는 거대한 자연은 그들에게 스승이자 친구로, 어느 땐 절망보다 깊은 슬픔을 던져주며 '투쟁하라' 다그친다.





아. 이런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정말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놀랍다.





책은 알래스카의 자연과 그가 만난 사람들, 신변의 일상과 사진작업,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지만 감동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19세 때 알래스카의 사진을 보고 알래스카의 전경에 반해 수신자도 정확하지 않은 주소로 알래스카에 편지를 보낸다. 한참이 지난 후 알래스카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주고. 작가는 그 편지의 주소지대로 무작정 알래스카에 간다. 그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대학을 다니고 야생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조수로 2년간 일하다가 신문사 사진기자로 취직을 한다. 이후 작가는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가 알래스카 대학을 야생동물학과로 다시 입학하면서 쭉 알래스카에 살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각 신문사에 알래스카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사진을 찍으며 자연이 주는 소중함과 신비함을 느꼈다.


 


알래스카의 곰, 박새, 회색 어치, 양, 숭어, 여우, 늑대, 쌍둥이 호수와 나무, 바람, 산 등을 친구로 삼아 지낼 뿐이다. 그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나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자신의 일생 동안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발에는 봄볕의 따사로움이 느껴졌다.


일순간 이 세상에 나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리부의 여행을 찾아서




    툰드라를 가득 메운 전설 같은 카리부 떼.


 


“그것이 바로 지금 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카메라를 준비하고, 벌떡거리는 가슴을 꼭 누르면서 가만히 기다렸다. 수만 마리에 이르는 무리가 시야를 금세 채워나간다. 어미와 새끼가 서로 부르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고, 그 화음들이 점차 사위를 가득 채웠다.(…) 결국 나는 촬영을 포기하고 툰드라 위에 드러누우며 카메라를 내던졌다. 언젠가는 거짓말 같은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 이 광경을 내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었다. 시야는 온통 카리부의 바다였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 혹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위하여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 바다 속에서 수만 마리의 카리부가 울려내는 발굽소리에 그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케니스 누콘 생각


"현대화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크게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편리한 것, 보다 쉬운 살림으로 옮겨가는 것을 거기서 살지 않는 사람이 어찌 비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들의 살림을 오래된 박물관 속에 가두어두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역시 끊임없이 변해간다. 마을에는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케니스의 집도 있다. 난방, 주방, 수도,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들어와 살 사람만 기다리는 집이었다. 십 년쯤 전에 지어진 그 집에 케니스는 지금까지 거의 묵은 적이 없다.





“쉬차(친구), 집이 필요해? 내 집 가져.”


농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케니스 앞에서는 나라의 복지사업도 우스꽝스러워지고 만다.


케니스는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못쓰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도 신문명의 물결이 들어서며 점차 옛날방식은 잊혀지고 사라져가고 있었다. 거기서 원주민의 가치관이 파괴되고, 알코올중독이라는 전염병을 퍼뜨렸다. 사람구경조차 어려운 환경에서, 몇 년에 한번 간단히 만난 사이라도 친근한 사이로 기억된다는 것과 예전에 필리핀의 1000m 위의 어느 산골처럼 하룻밤 묵을 때처럼 온통 껴입고 있어도 추위에 잠은 고사하고 눈만 말똥거리며 새벽을 맞는 듯한 환경이 선하게 그려진다.





불곰이나 여우, 그리즐리, 무스, 고래 등의 동물들을 쉽게 만나고 어느 땐 목숨조차 쉬이 걸어야 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한번은 잠을 자다 깼는데 텐트 밖에 곰의 그림자가 뒤덮여 있었고, 앞발 하나가 서서히 텐트를 짓누르듯 다가오는 것을 느낀 미치오는 냅다 주먹을 그 곰발바닥에 휘둘렀다고 한다. 곰이 움찔 놀라 도망간 후 자신이 얼마나 긴장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그의 날렵한 임기응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가 불곰의 습격에 사망한 것도 자연의 오묘한 이치 속에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어느 무스의 죽음'을 통해 그것이 자연의 아름다운 이치임을 깨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뒤얽힌 뿔과 두개골만 남은 두 마리의 무스를 발견하고는 그 같은 정적속의 풍경에서 한자락 이야기를 풀어낸다. 뿔이 뒤엉킨 채 싸우다 탈진한 무스를 이리떼가 달려든다. 그리고 무스의 죽음. 주변을 배회하던 그리즐리가 이리를 쫓아버리고 남은 무스고기를 유유히 빼앗아 먹는다. 며칠간 배불리 먹은 그리 즐즐리가 자리를 비키자 다시 모여든 이리떼가 남은 고기를 해치우고 자취를 감춘다. 가문비나무 가지에서 어치가 날아들어 쪼아 먹는 데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살점이 남아있다.





그리고 어느 겨울날, 눈 속에서 엉킨 뿔을 토끼가 발견한다. 먹을 것을 찾기 힘든 한겨울, 그 뿔은 설치류에게 귀중한 칼슘의 공급원이 된다. 영역을 어슬렁거리는 붉은여우도 이 뿔 앞에서 영역표시를 위해 방뇨하는 자리가 되어간다. 사냥꾼이 이곳을 지나가다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발견하고 덫 하나를 설치한다.





더 오랜 세월이 흐르자 천천히 양분을 흡수한 토양은 뒤얽힌 뿔 주변에 어느새 극북의 작은 꽃들을 피울 것이다. 무스 두 마리의 장렬한 죽음. 거기에서도 자연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무스가 가르쳐준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새틀라이트 무스'라는 것인데 너무 약해서 번식기가 되어도 싸움상대도 되지 못하고 번번이 도망 다니지만 지치지도 않고 영역 주위를 위성처럼 빙빙 도는 수컷을 말한다.





늦가을 어느 날, 거대한 무스 한 마리가 영역을 침범하자 무서운 싸움이 벌어졌다. 두 마리의 무스는 새하얀 콧김을 쉭쉭 내뿜으며 대가리를 거세게 부딪치고 뿔을 덜그럭거리며, 번식이라는 지상명령이 지배하는 본능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다른 수컷 한마리가 무리 속으로 슬쩍 들어와 교미를 해버리는 것이었다. 한창 투쟁중인 수컷들은 그런 사정일랑 모른다. 암컷 무스는 상대를 가리지 않으니, 결국 자기가 발정 할 때 가까이 있는 수컷과 교미를 할 뿐이다.





자연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고 한다.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지만 의외로 우연성이 지배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연은 약한 자까지도 포용해버리는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흐트러짐이 왠지 안도감을 준다.


 





                               블루베리를 따는 알래스카 사람들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



  • ?
    김주현 2008.01.25 10:34
    영화 '빙우'의 배경이 알래스카 였습니다.
  • ?
    이소연 2008.01.25 10:34
    책을 다시 한번 읽은 느낌이네요^^ 수요일 밤에 "환경스페셜"에서 툰드라의 순례자 “순록”
    이란 제목으로 알래스카의 자연과 더불어 현 실정들이 방송되더군요.
  • ?
    이정원 2008.01.25 10:34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
  • ?
    김주현 2008.01.25 10:34
    환경스페셜 42분입니다. http://www.kbs.co.kr/1tv/sisa/environ/vod/vod.html
    너무 아름답고 신비롭고 무섭고 미안하고 자연에 겸허해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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