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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9 15:22

류시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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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연수 때 읽었던 책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었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진 대담과 같은 책인데 읽는 내내 줄을 칠 곳이 많아 새책이 한달만에 아주 낡아버렸습니다. 책 '행복론'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과 생각의 변화에 대해 달라이 라마가 설명한 것이었는데 그 글을 류시화가 옮겨 저에게는 더욱 신선했답니다.

 

2년 전에 류시화를 만났습니다. 경희대 강연장에서였는데

늘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썼던 류시화 이야기가 있어

그대로 붙여봅니다.  저도 오늘 그시절 류시화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시한번 상기하다 갑니다.  

 

어린 시절 "코 빼먹는다"는 얘기가 희안해 말에 관심 생겨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시인 류시화가 모교 강단에 섰다. 후배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값진 것들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것, 경희대는 외계수업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지난 10월 14일 금요일 그를 초청했다.

‘내가 시인이 된 이유’, ‘인도 그 길을 따라 잃고 얻은 것’, ‘맨하탄 흑인거지와의 추억’ 등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류시화가 전한다.

"여러분 20대에 무모하게 무슨 일을 하십시오. 우리가 생각한 대로 삶은 오지 않습니다."
시인 류시화가 말하는 ‘무모한 무슨 일‘이란 무엇일까? 그 진정한 의미를 들어보자.


‘아니 이럴 수가. 코를 빼먹는다고?’








류시화입니다. 저는 시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언어에 대해 아주 민감했습니다. 제가 어려서 최초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동기가 있었는데, 그것 역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서 저는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그 전에는 여러 가지로 물자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겨울이 다가오는 이맘 때면 누나들이 모여 앉아 털실로 뜨개질을 해 동생들의 옷을 짜주곤 했습니다. 5살 때 쯤 누나들이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 뒤에 누워서 바로 잠이 들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뜨개질 하고 있던 막내 누나가 큰 누나에게 말하기를
“언니 나 코 빼먹었어.”
어린 나는 잠이 들려다 너무 놀라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떻게 코를 빼먹을 수 있을까?' 하면서 가슴이 뛰고 있는데, 큰 누나가 나무라면서,
“너는 왜 그렇게 매일 코를 빼먹니.”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의 코란 빼먹으면 또 자라기도 하는 것이구나. 코를 빼먹은 막내 누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 마을사람들이 전부 자기 코를 빼먹고, 내 코마저 빼먹겠다고 달려드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그 코를 빼먹는 다는 말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나에게 대단히 충격적이고 내 인생을 결정 지은 사건이었습니다. 아마 이 사건으로 그쳤다면 나는 시인이 못되었을지 모릅니다.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옆집에는 아주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옛날이고 시골마을이라서 여름이면 이 아주머니가 가슴에 브래지어도 안하고 부지런히 뛰어 다니고 했습니다.
하루는 이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에게,

“형님 나 드디어 젖을 뗐어요.”
전 마루에 앉아 있다가. 굴러 떨어질 뻔 했습니다. 아 저 아주머니가 그렇게 흔들면서 뛰어 다니더니, 결국 떼어 버렸구나, 그러자 엄마가

"그렇게 애먹더니 어떻게 뗐어?"
아주머니는,
“빨간 소독약을 발랐죠!”
라고 하시는 겁니다.


전 그 이후로 아무리 다쳐도 빨간 소독약 바르기를 거부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야 저는 아이를 낳아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이가 젖을 못 먹게 하기 위해서 쓴 소독약을 바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은 이렇게 여러 뜻이 있을 수 있구나, 그래서 저는 더욱 더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귀 기울이게 됐습니다.

소금에 대한 시를 쓰다, 바다의 눈물...

세월이 흘러 인도에 가게 되었습니다. 히말라야를 여행하다 보면 필요한 게 많지만 뜻밖에도 소금이 필요합니다. 인도나 네팔은 아열대 국가이기 때문에 낮에는 땀이 많이 흐릅니다. 그래서 염분을 늘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산을 오르는 정식 등반가가 아닌 사람을 트렉커라고 하는데, 저는 보름 정도 계속 트렉킹을 하였습니다. 그런 저희에게 소금은 필수품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밥에 소금을 뿌려서 먹다가 소금이 가진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금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음식에 넣어먹는 의미 말고 소금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감동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세상 어떤 사람이 '소금은 바다의 눈물'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느 날 또 다시 소금이 가진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금인형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핏 속으로 뛰어든 나는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이렇게 언어에 민감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유학 와서 경희대 국문과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작가라면, 당신이 경험한 것만 써야 한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


어느 날 시는 언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처음이기 때문에 무장을 하고 갔습니다.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 볼펜을 목에 걸고 갔습니다. 그리곤 만난 사람, 이야기, 풍경 모든 것을 메모했습니다. 물자가 풍족하지 않은 인도에서 어딜 가나, 인도사람들은 제가 목에 걸고 다니는 볼펜에 대해 항상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만 보면
“목에 거는 게 뭐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볼펜이다”
그러자 인도인들이
“아니 왜 인간이 볼펜을 목에 걸고 다니는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이기 때문에 볼펜을 목에 걸고 기록해야 한다"
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힌두노인이 저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만일 작가라면, 당신이 경험한 것만을 써야한다. 당신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나 머릿 속에 떠오르는 영감이나 일시적인 경험을 가지고 글을 쓰면 그것은 생명이 없다 그리고 당신이 진정으로 경험한 일이라면 당신 영혼 속에 새겨지기 때문에 메모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작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고 절실히 체험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근데,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읽고 많이 메모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힌두 노인은 나에게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고 그 경험한 것이 자기 영혼 속에 새겨지면 그 것을 가지고 글로 쓰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여행 중”

인도에 가기 전에, 저는 먼저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맨해튼에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한 흑인 거지가 구걸을 했습니다. 보통 흑인들이 ‘한 푼 줍쇼’를 이렇게 말합니다. “Can I get some change?” 처음엔 잘 줬는데 잔돈도 큰 돈이니까 안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난 잔돈이 없다.” “Sorry, I don't have change.”

이 흑인 거지가 저에게
“한 푼만 줄 수 있느냐?”
하자 전
“미안하다. 난 잔돈이 없다.”
했습니다. 그러자 이 흑인 거지는 당당하게 내 어깨를 치면서,
"Don't worry ,tomorrow. - 걱정하지 마라 내일 달라."

그래서 제가 쳐다보면서
"너 내일도 있을거냐?"
그렇게 물으니까 이 흑인 거지가
“난 여기 10년 있었다.”
이러는 겁니다. 다음날도 그 흑인 거지를 만나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흑인 거지가 나에게
“뭘 하러 왔느냐”
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I am traveling - 나는 여행하고 있다.”
이러자, 그 흑인 거지가 내 어깨를 치며 하는 말이
“Hey friend! everyone in the world is traveling. - 너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 온 모든 사람이 사실은 여행하는 것이다. 너만 여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도 여행하고 있고, 이 세상 온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로 과감하게 뛰어들 줄 아는 명상가가 되어라

제가 미국에 인디언 보호국에서 생활할 때가 있었는데 인디언들이 나한테 붙여준 이름이 'too many question-너무 많이 물어봐'였습니다. 왜냐면 제가 만나는 인디언마다 저는 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름이 무엇이냐 부터 너는 무슨 노래를 부를 줄 아느냐 너는 어디서 왔냐... 며칠 뒤, 인디언들이 한 말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질문을 해서 대답을 들으면 안다고 생각한다” 라는 것입니다. 그 대답을 들으면 내가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이 인디언들이 하는 말은 “그런데 네가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과 같이 살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네가 작가로써 우리를 이해하려면 적어도 이 보호구역에서 한 달 정도 생활하면 저절로 이름도 알게 되고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 여행

지금은 인도에 가는 사람들이 전부 반드시 가져가는 것이 있습니다. 가이드북입니다.
가이드북을 읽어야 그 고장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이드북을 따르면, 그 이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룰을 정하고 방향을 정하고, 시간표를 정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도여행에서 그것은 인도를 보지 못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제가 최근에 좋아하는 시들을 엮어서 시집을 냈습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지


이 시는 달콤해 보이지만 제 삶의 가치관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행복을 원한다.” 그는 행복에 이르는 길로 3가지를 꼽습니다. 자비, 관용, 용서 입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가 말씀하시는 모든 존재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에 이르는 길에서 저에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행을 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여행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는가? 되물으면서 여행을 하십시오, 그리고 행복하십시오.

시인 류시화가 던진 “여러분 20대에 무모하게 무엇을 해 보십시오, 우리에게 삶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오지 않습니다.” 그 무엇은 바로 인생을 체득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 ?
    오영택 2007.07.29 15:22
    "이 세상 온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현대인들은 질문을 해서 대답을 들으면 안다고 생각한다" 두구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구별 여행을 더 행복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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