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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9 22:04

소립회원님 말랑말랑한 힘 서평

조회 수 2401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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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시가 나무라면 시집은 숲일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몇 그루 나무만 본 것은 아닌가? 그 나무에만 만족해 왔다는 생각이 함민복 시인을 만난 이후로 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사랑, 짝사랑 또는 어떤 의미나 시대상을 반영하는 시를 단편적인 시각으로 좋아했었던 같다. 시집에 제목이 있다면 주제가 있을 터인데 그 동안은 그런 생각을 못했다. 황동규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도 아둔해서 그런지 그런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적어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려면 시집 전체를 읽어봐야 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시집 <말랑말랑한 힘>은 '길', '그림자', '죄', '뻘'의 주제로 총 4부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한쪽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간과 문명화 된 사회 그리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를 뒤집어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과연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서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1부 길


인간은 길을 만든다. 동물도 길을 만든다. 길에는 수많은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다. 별자리, 물길, 항로... 하지만 이런 길은 모두 인간이 만든 길인 것이다. 동물도 자신의 길이 있으며 그 길을 따라 움직인다. 길들은 어디선가 만나는 교차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간의 길과 동물의 길이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길 위에서 깔려 죽은 뱀은 납작하다





봄엔 능구렁이가 많이 깔려 죽고


가을엔 독사가 많이 깔려 죽는다


왜 그러냐고 뱀들에게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으나





뱀이 죽은 이 지점은


가장 뱀의 길이 아니었으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건너야 했던


가장 뱀의 길이었으니





길은 얼마나 공격적인가


길이 길을 잡아먹는 만큼 길은 길인 것


길이 길을 잡아먹는 지점이 가장 길인 것





들판에서 볏가마니 싣고 나온 농부가


경운기에 추수한 길을 가득 싣고 탈탈탈


깔려 죽은 뱀 위를 천천히 지난다








2부 그림자


수평한 것은 그림자가 있을 수 없다. 수직한 것만이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은 수직적인 것을 통하여 도시화된 사회와 문명화된 사회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림자에서 여러 가지 그림자를 그리고 있으나 시집이 나타내고 있는 방향성은 그림자가 존재한다면 본질적인, 실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도시화, 문명화된 사회는 어떤 본질적인 것에 대한 그림자는 아닐까 생각 할 수 있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한 성인의 성향, 경제력 등은 유년기와 닮아 있으며 어렸을 적의 경험을 토대로 성장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성인은 유년기의 그림자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재하는 것이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이라는 것은 죽음의 일렁거리는 그림자라고 볼 수도 있다. 수직한 것, 그 그림자의 본질은 무엇인가?








불타는 그림자



송판 쪼가리 돼지감자 대궁 플라스틱 병


잡동사니 모아 놓고 불을 지핀다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던 것들이


불타오르며


아직 서 있거나 쓰러져 있는 것들에게


그림자를 매달아 준다


몸들은 가만히 있는데 불춤에 맞춰


그림자들이 춤을 춘다


지상에서 그림자 몇 개 소멸한다


완벽한 어둠이거나 환함


또는 평지뿐이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그림자


불타며


마지막 자신의 모습을


다른 몸을 빌려 그려보는


그림자들의 화엄, 불길 속에


뽕나무 그림자 하나 꺾어 집어던진다.










3부 죄


인본주의적인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지적하고 있다. 잔디밭이나 풀밭을 예초기를 사용하여 풀의 몸뚱어리를 잘라내는데 왜 그 풀냄새가 나에게 향기롭고 싱그럽게 다가오는가? 꽃이 달린 풀들을 잘라냈다면 그 향 또한 즐겁게 다가 올 테지만 만약에 나비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비는 좋아할까? 역하고 악취가 나는 것들에 왜 나는 싫어하는가? 내 감각은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로 좋아하도록 발달 진화되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나의 감각은 선천적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큰 물





옛사람들은 큰물이 났다고 하였으나


우린 水魔란 말을 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물길을 막은 것이 아닌가


물의 길에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 아닌가


바닷물을 데워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의 길에 속도를 가했고


땅으로 내려오는 비의 길을 어지럽혀


어쩔 수 없이 폭우가 쏟아진 것 아닌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라니


수마란 말은 차마 입에도 담지 말자


우리 몸이 물이고


물이 생명인데


물을 魔라고 하면


너무 자학적이지 않은가


너무 반성이 깊지 않은가








4부 뻘


시인은 뻘의 말랑말랑한 느낌을 가장 원시적인 감각인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촉감은 가장 1차적인 감각이라고 한다. 뻘은 뻘의 길, 물의 길, 사람의 길이 모두 만나는 장소이므로 가장 원형적인 길이라고도 말한다. 길도 진화하며 점점 딱딱해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살펴봐도 이제는 흙길을 걷는 것이 어렵다. 길이 딱딱한 쪽으로 계속 진화된다면 인간의 감각은 획일화 될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며 그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뻘의 물컹물컹한, 말랑말랑한 그 느낌을 통해서 획일화 되어가는 감각의 다양성 회복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무쉬 한물 두물 사리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인간은 진화를 하며 문명화를 통해서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시인이 생각하는 문명화는 결국 '뜨거움'과 '딱딱한 것'이라고 한다. 뜨거운 것을 땅속에서 캐내고 그것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또 딱딱한 것들을 캐내어 그것으로 집을 짓고 아스팔트도 만들고 하지 않던가! 그 결과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 가고 있으며 어쩌면 인간성은 감각의 획일화로 인간소외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시인의 말처럼 문학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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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7.06.09 22:04
    대자연의 힘을 알면 한없이 작은 우리네의 모습. 자연의 섭리[攝理]를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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