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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리학자의 반성 (온지당 모임 참석 후기)

by 박승남 posted Sep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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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국 신고서에 직업을 회사원으로 썼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이지만 물리학 석사학위만 가지고도 연구 잘하던 호주 동료가 직업을 physicist로 적는 것을 보고 약간의 반성과 함께 나도 직업을 물리학자로 적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회사원으로 적어야 할까 보다. 내가 근무하는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물리학자들 일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CERN에서 계획되고 있는 양성자 충돌 실험에 별 관심이 없다. 더 이상 물리학자가 아닌 기술자로 전락해 버린 우리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 모임에 다녀왔다는 느낌이다.


 


임재춘 교수님으로 부터 클럽에 대한 소개를 듣고, 한번쯤 가 볼 생각을 했었다. 더욱이 잘 알고 지내던 황교수님이 오신다니 더 좋은 기회다어떤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지만아내와 초등1년 딸 애를 앞세울 용기를 냈다.  뇌과학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보려던 참이라 못 알아먹은 얘기가 오히려 내게는 더 큰 가르침이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는 자연과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꼼짝하지 않았던 대중들이 내게는 더 무서운 가르침을 준 것 같다. 초등학교 때 가봤던 또 다른 교회 부흥회였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젊은 과학도 두 분의 발표에서 독서를 많이 한 사람들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난 앞으로 직업란에 뭐라고 써야 할까? 우주론에 대해서는 입자물리하는 사람들이 몫이라고 치부해 버릴 것인가대학원에서 상대론적 양자역학을 들으면서 대칭성으로 부터 출발해서 Dirac 방정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보고 전율했던 그 물리학자는 어디로 갔는가? 내 전공이 아닌 분야는 일반인들 보다 더 무식한 기술자로 전락해 버린 자신이 부끄럽다.


 


최소한 이런 반성의 기회를 준 100books 클럽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내 아내처럼 내용을 너무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아우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신다면 더 좋은 모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10-01 13:02:40 자유 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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