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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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교의 자기 소개

 

"우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도대체 당신이 누군데 이런 모임을 하자고 하느냐. 자기 소개부터 해라."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 쫙 빼고 말씀드리면 전 30대 중반 직장인이고, 국어국문학, 철학, 법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입니다. 지금의 일을 하기 전까지는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일을 10여년 간 했구요.

 

인문 고전 읽기 모임을 제안한 것은 제가 읽었던 책들이나 읽고 싶은 책들을 다른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읽기 모임을 주도한다기보다는 그냥 누군가 시작해야할 일이므로 제안이라는 일을 떠맡았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읽자고 하는 책들을 통해서 대충 드러날 것이고 여러분들의 호응과 참여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나 진행 방식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평범하게 세 가지 기준 정도를 느슨하게 잡았습니다. 

 

인문 분야의 고전(넌픽션) 중에서 (1)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어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책 (2) 역사적 가치가 있는 책 (3) 현재적인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책.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이런 책에 포함된다고 여겨지는 책 중에서 임의로 몇 권씩 소개하고 제안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약 50여 권 정도 소개하고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아, 혹은 다른 책의 제안을 받아 그 중에서 20여 권 정도를 추려내면 본격적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실제 모임의 진행은 강독/발췌독/요약 발표/토론 등을 적절히 섞은 형태가 될 듯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준비글(책소개)에 활발하게 댓글을 달아서 의사 표시를 해주세요.

 

 

 

 

책의 제안 및 소개

 

(1) 어빙 고프만 <일상 생활에서의 자아 표현>

 


사회학의 고전들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통찰력 있는 수필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멀게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그러하고, 짐멜의 <돈의 철학>이 그 뒤를 이으며 베블렌의 <유한계급론>도 여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마샬 버만의 <현대성의 경험>이 여기에 들어가겠죠 (월러스틴의 저작들 상당수가 여기에 들어간다고 말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듯 해서 추가합니다만, 이 전통에 넣을 수 있는 또 다른 위대한 사회학자는 지그먼트 바우먼일 겁니다. 어쨌거나 쓰고 보니 다 읽어야 할 책들이군요.


 


어쨌든 이러한 전통 속에서 어빙 고프만의 책도 우뚝 서 있는 기념비 중 하나입니다. 일상생활이라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나의 연극, 무대 위의 행위로 보고 그것을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 책이죠. 과연 이것이 성공적인 기획인지, 얼마나 많은 잠재성을 가진 문제틀인지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 베버의 텍스트는 이념 혹은 정신사의 층위에서 포착한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변화와 상응하는 의식/이념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텍스트죠. 게오르그 짐멜의 텍스트는 그 맥락을 잇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하구요. 베블렌의 텍스트는 직관적인 통찰이 얼마나 날카롭게 사회의 단면 혹은 인간의 행태를 포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죠. 마샬 버만의 책은 사회학이라기보다는 역사적 텍스트(문학, 철학, 건축물 등)를 사회학적 통찰력으로 읽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어 번역은 최악입니다만 정말 좋은 책이에요. 이런 전통의 책들은 데이터로 나타내기 힘든 (데이터와 무관하지는 않은) 유동적인 사회적 층위를 설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기든스의 <친밀성의 구조 변동>이나 울리히 벡/엘리자베스 벡의 <사랑은 ... 정상적인 혼란>과 같은 책, 지그먼트 바우먼의 일련의 책들은 유동적인 사회에서 부유하는 주체들의 정체성, 상호관계맺음과 같이 미묘한 실체를 보여주려고 하니까요. 이런 통찰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면 굉장히 산만하고 난해한 텍스트가 되겠죠. 아무튼 지금 언급한 좋은 책들을 굳이 놔두고 어빙 고프만의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제가 이 책을 아직 덜 읽었기 때문이라는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산).


 


 


(2) 파노프스키 <도상 해석학 연구>

르네상스 미술에서의 인문주의적 주제의 연구, 라는 멋들어진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한 편으로는 방법론의 소개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방법론의 적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상학적 해석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동시에 르네상스 미술에 나타난 "인문주의적 주제"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거죠.

스스로 도상학적 해석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철학과 신화, 종교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는 않죠.

고전적인 철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예술은 형상과 인식의 결합, 이라는 식으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인식이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즉 미술 작품에서 의미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하는 것이죠. 의메에서 표현으로, 표현에서 의미로 넘나드는 재미. 재현, 양식, 표현, 의미와 같은 기본적인 개념들은 인문학적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미술 관련 책으로 우선 떠오른 건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이었습니다. 곰브리치의 위치에 대해 저는 형태심리학과 미술 이론을 결합시키려 했던 루돌프 아른하임류와 양식에 기초한 도상해석학을 결합, 극복하려 했던 시도, 라고 이해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예술과 환영>은 오래 전부터 자주 봐서 파노프스키가 어떨까 하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도상학과 도상해석학 연구>의 논문을 참조하거나 <파노프스키와 뒤러> 같은 책을 함께 보아도 좋고, 아니면 깊이는 부족하지만 <동양화 읽는 법>같은 책을 통해 동북아시아 회화의 도상학적 전통을 비교해가면서 보아도 좋고, 그렇게 확장가능한 점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곰브리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형태심리학(게슈탈트심리학)을 건드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쪽은 나중에 열의와 내공이 쌓이면 시각적 사고를 주제삼아 일망타진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구요.

 

 

에, 일단 이렇게 두 책인가요. 사회학과 미술(사)학. 처음부터 <논어> <도덕경> <폴리테이아>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런 걸로 시작해서 여러분 마음을 콱 막히게 하고싶진 않았습니다만, 혹시라도 이런 정공법을 더 선호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Who's 김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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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8.10.30 01:20
    파놉스키 <도상 해석학 연구> 꼭 읽고 싶습니다...혼자 읽다 반도 못 읽고 말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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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홍 2008.10.30 01:20
    <일상 생활에서의 자아 표현>, 요거 제목이 맘에 드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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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철 2008.10.30 01:20
    언급한 고프만의 책이 번역이 되어 있던가요? 아님 원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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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2008.10.30 01:20
    함께 읽으려는 모든 책은 번역이 된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서를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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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모 2008.10.30 01:20
    못 보던 책이 많아서...경험 있는 분들이 정리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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