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1

by 엄준호 posted May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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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모임은 개인적으로 즐거웠습니다. 모처럼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보면 꼭 했어야 했는데 못한 이야기가 생각나나 봅니다.


 성함은 모르지만 맨 앞에 앉아 들으시던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생물학에서 수명같은 것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저는 아마 다음과 같은 의미로 답했던 것 같습니다.


“수명이나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상관성이 있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회는 유전자와의 상관성을 활용하여 수명, 질병 등을 예측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심지어 보험을 들 때에도 앞으로는 유전자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받을지도 모른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물은 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반응을 하고 이 반응이 적절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극에 대한 반응은 고등동물로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 생물에 비해 조금이나마 더 적절한 반응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민감한 감각기, 더 정묘하고 적절한 반응. 이러다보니 고등생물 특히 동물은 가능한 모든 자극-반응들을 유전 정보로 담을 수 없게 됩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인간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명백합니다. 세균을 포함한 하등생물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평생 직면하게 될 자극의 종류가 종 특이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이에 대응하여 한정된 반응이 규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등생물들은 가능한 자극-반응 관계가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이들은 모두 유전 정보 형태로 저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괜히 어렵게 표현한 것 같은데 간단히 말해 하등생물은 반응 달리 표현해 표현형을 유전정보로부터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세균학을 전공한 분들은 특정 세균에 대해 기술해 놓은 유전자형을 읽어 그 세균의 특성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생물 특히 동물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즉 표현할 필요성이 있는 반응 또는 표현형이 너무 많아 이를 모두 유전 정보 형태로 담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생물들은 유전 정보 형태로 담을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정보들을 외부 환경에 의존합니다. 흔한 말로 표현해 생물의 표현형은 “본성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인데 일반적으로 하등한 생물일수록 본성 즉 유전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고등한 생물일수록 환경의 비중이 더 커진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고등생물 특히 동물의 경우에는 그 동물이 지니고 있는 유전자형으로부터 표현형(수명, 질병 가능성 등을 포함한)을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 표현형의 경우는 유전정보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아 유전정보 확인을 통해 상당히 정확한 예측도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너무 장황한 감도 있지만 기차를 타고 오면서 요즘 매스컴에도 자주 회자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수명이나 질병의 예측이라는 담론에 대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현형 발현에 필요한 정보가 유전자에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즉 환경에도 담겨있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추신) 이일준 선생이었던가요 의사 선생님의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좋은 논문들을 몇 편 찾았습니다. 곧 답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궁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