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 관습에서의 이탈을 꿈꾸며..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인문학상 최종심 4강에 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71년생 젊은 작가 김중혁이 보여줄 세계가 궁금했다. 이 책은 2000년 등단한 작가의 첫 단편소설모음집이다. 첫인상은 일상세계가 아닌 낯선 세계를 그렸다는 것이다. 낯선 세계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끝 작품인 펭귄뉴스에 이르러서 깨달았다. ‘관습에서의 이탈’ 그것이었다. 작가도 작품도 관습에서 이탈을 꿈꾸고 있었다.
.김중혁은 누구인가
「김중혁은 소설만 쓰지 않는다. 팝음악 칼럼니스트이자, 요리평론가이고, 소설집 표지도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활동 영역이 넓은 만큼 주의가 산만하다. “록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쓴다”고 본인도 인정한다.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연수는 고향(경북 김천) 친구 김중혁에 대해 “친구들에 비하면 등단이 늦어요. 조금만 내버려두면 혼자 딴전 피우는 일이 많으니까”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9.28 기사 」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쓰는 시간은 행복, 음악 들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면 불행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이 말만 보아도 작가는 기존의 작가상이 아니다. 관습에서 이탈된 작가이다. 이 작가에겐 소설 쓰는 작업은 고행이 아니다. 놀이다. 또 삶의 유일한 놀이도 아니다. 여러 놀이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구태의연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깨뜨리고 있다.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라고 그는 외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무었을 말했는가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멍청한 유비쿼터스/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
「인간의 삶 역시 가속도가 붙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스무 살 무렵은 더디고 더디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언덕 아래로 사정없이 미끄러지다가 쾅, 하고 박살나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어쨌거나 조금은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물을 관습에 의해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른은 일상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다. 새로움이 없으니 그날이 그날 같고 그래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각장애인 라디오 방송 디제이인 메이비는 일상적인 사물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자세히 묘사한다. 우리가 관습으로 인식했던 사물들이 메이비의 묘사로 새롭게 탄생한다. 메이비는 진정한 예술가다. 작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새롭게 느낄 것을 말하고 있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이것은 눈으로 보는 지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상상하는 지도입니다. 손가락을 나무 지도의 틈새에 넣은 다음 그 굴곡을 느껴야 합니다. 그 굴곡을 느낀 다음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해안선의 굴곡을 상상해야 합니다. 촉각과 상상력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당신은 당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란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축약되고 평면화된 지도 같은 삶이 아니라 생생하게 느끼고 감동하는 삶이 가치 있음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 훌륭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라고 묻고 있다. 훌륭하다는 것은 사회가 만든 관념일 뿐이다.
<멍청한 유비쿼터스>
「인간의 믿음이란 정보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가 믿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사는 돈이 많을 것이라는 이미지, 변호사는 말을 잘 할 것이라는 이미지, 소설가는 담배를 많이 피울 것이라는 이미지, 해커는 지저분할 것이라는 이미지. 인간은 그런 이미지를 자신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 놓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이 모여 정보가 된다. 나는 그런 잘못들을 정정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는 그 이미지를 이용할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단순한 이미지로 인식하며 살고 있는지 고발하는 작품이다.
이상 살펴본 몇몇 구절에서 작가는 관습적인 세상을 고발하고 거기서 벗어나라고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인 <펭귄뉴스>의 ‘나’는 라디오를 통해 ‘정말 교묘한 비트가 숨어 있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비트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 살아 숨 쉬는 비트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생각해보면 나는 레고 블록이다. 나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이뤄진 덩어리일 뿐이다.
(이하 절대 무순) 더 킹크스, 톰 웨이츠, 엘비스 코스텔로, 보스턴 레드삭스.. <생략>
조립되고 해체되고, 또다시 조립되면서 이 블록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블록은, 지금 어디에선가 하얀 종이나 텅 빈 모니터를 앞에 두고 뭔가를 쓰려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게 일기든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편지든 뭐든 간에, 뭔가를 쓰기 위해 허공 앞에 앉은 모든 동지들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영향 받았으며, 그들의 문장과 생각과 철학을 디제이처럼 리믹스해 왔다. 그래도 된다면, 나의 가장 중요한 레고 블록들에게 이 소설을 바치고 싶다.」
작가의 말을 읽고 ‘참 재미있게 자신을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 또한 여러 조각일지도 모른다. 안철수씨가 ‘자신은 자신이 읽은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이 책 또한 나를 이루는 하나의 레고 조각이 되었다.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인문학상 최종심 4강에 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71년생 젊은 작가 김중혁이 보여줄 세계가 궁금했다. 이 책은 2000년 등단한 작가의 첫 단편소설모음집이다. 첫인상은 일상세계가 아닌 낯선 세계를 그렸다는 것이다. 낯선 세계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끝 작품인 펭귄뉴스에 이르러서 깨달았다. ‘관습에서의 이탈’ 그것이었다. 작가도 작품도 관습에서 이탈을 꿈꾸고 있었다.
.김중혁은 누구인가
「김중혁은 소설만 쓰지 않는다. 팝음악 칼럼니스트이자, 요리평론가이고, 소설집 표지도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활동 영역이 넓은 만큼 주의가 산만하다. “록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쓴다”고 본인도 인정한다.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연수는 고향(경북 김천) 친구 김중혁에 대해 “친구들에 비하면 등단이 늦어요. 조금만 내버려두면 혼자 딴전 피우는 일이 많으니까”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9.28 기사 」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쓰는 시간은 행복, 음악 들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면 불행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이 말만 보아도 작가는 기존의 작가상이 아니다. 관습에서 이탈된 작가이다. 이 작가에겐 소설 쓰는 작업은 고행이 아니다. 놀이다. 또 삶의 유일한 놀이도 아니다. 여러 놀이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구태의연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깨뜨리고 있다.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라고 그는 외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무었을 말했는가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멍청한 유비쿼터스/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
「인간의 삶 역시 가속도가 붙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스무 살 무렵은 더디고 더디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언덕 아래로 사정없이 미끄러지다가 쾅, 하고 박살나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어쨌거나 조금은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물을 관습에 의해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른은 일상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다. 새로움이 없으니 그날이 그날 같고 그래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각장애인 라디오 방송 디제이인 메이비는 일상적인 사물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자세히 묘사한다. 우리가 관습으로 인식했던 사물들이 메이비의 묘사로 새롭게 탄생한다. 메이비는 진정한 예술가다. 작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새롭게 느낄 것을 말하고 있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이것은 눈으로 보는 지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상상하는 지도입니다. 손가락을 나무 지도의 틈새에 넣은 다음 그 굴곡을 느껴야 합니다. 그 굴곡을 느낀 다음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해안선의 굴곡을 상상해야 합니다. 촉각과 상상력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당신은 당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란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축약되고 평면화된 지도 같은 삶이 아니라 생생하게 느끼고 감동하는 삶이 가치 있음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 훌륭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라고 묻고 있다. 훌륭하다는 것은 사회가 만든 관념일 뿐이다.
<멍청한 유비쿼터스>
「인간의 믿음이란 정보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가 믿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사는 돈이 많을 것이라는 이미지, 변호사는 말을 잘 할 것이라는 이미지, 소설가는 담배를 많이 피울 것이라는 이미지, 해커는 지저분할 것이라는 이미지. 인간은 그런 이미지를 자신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 놓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이 모여 정보가 된다. 나는 그런 잘못들을 정정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는 그 이미지를 이용할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단순한 이미지로 인식하며 살고 있는지 고발하는 작품이다.
이상 살펴본 몇몇 구절에서 작가는 관습적인 세상을 고발하고 거기서 벗어나라고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인 <펭귄뉴스>의 ‘나’는 라디오를 통해 ‘정말 교묘한 비트가 숨어 있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비트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 살아 숨 쉬는 비트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생각해보면 나는 레고 블록이다. 나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이뤄진 덩어리일 뿐이다.
(이하 절대 무순) 더 킹크스, 톰 웨이츠, 엘비스 코스텔로, 보스턴 레드삭스.. <생략>
조립되고 해체되고, 또다시 조립되면서 이 블록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블록은, 지금 어디에선가 하얀 종이나 텅 빈 모니터를 앞에 두고 뭔가를 쓰려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게 일기든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편지든 뭐든 간에, 뭔가를 쓰기 위해 허공 앞에 앉은 모든 동지들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영향 받았으며, 그들의 문장과 생각과 철학을 디제이처럼 리믹스해 왔다. 그래도 된다면, 나의 가장 중요한 레고 블록들에게 이 소설을 바치고 싶다.」
작가의 말을 읽고 ‘참 재미있게 자신을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 또한 여러 조각일지도 모른다. 안철수씨가 ‘자신은 자신이 읽은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이 책 또한 나를 이루는 하나의 레고 조각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