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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각은 늘 행동이나 움직임, 경험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맺는다. ……………….. 폰 센덴Von Senden의 저서에는 어렸을 때부터 눈에 붕대를 감고 있던 두 아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두 아이는 다섯 살 때 붕대를 풀었는데도 시각장애인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타의 감각과 행동을 통해 이미 나름대로 세계를 구축한 터라 눈을 쓸 줄 몰랐던 것이다.


줄곧 정상인으로 지내다 뒤늦게 시력을 잃은 사람도 본다는 행위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존 헐이 자서전 격인 바위를 더듬으며Touching the Rock’에서 밝혔다시피 그는 40대 중반까지 정상인으로 살았지만 시력을 잃은 지 5년 만에 사람을 마주본다는 개념과 상대방을 바라본다는 개념을 잊어버렸다.(185)


 


빛과 어둠만을 구별하며 40년을 지낸 버질이라는 시각장애인이 있었다.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한 그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영화 같으면 이런 때 앞이 보여요!”라고 소리를 지르겠지만 버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붕대를 들고 서 있는 의사를 초점 없이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고 빛과 움직임, 색상이 한데 뒤엉켜 안개처럼 자욱한 세상이 보였고, 의사의 어떻습니까란 소리에 빛과 그림자의 아수라장 속에 얼굴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어릴 때 사고로 시력을 잃고 50대에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은 다른 환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붕대를 풀었을 때, …… 앞쪽과 옆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안개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안개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 방금 전에 목소리가 들렸고 목소리는 사람의 얼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그것이 사람의 얼굴인 줄 몰랐을 것이다.(180-181)


 

정상인의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오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시각적인 대상과 개념과 의미로 이루어진 세계를 창조했으니 말이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평생 시각적으로 학습한 세계가 펼쳐진다. 이 세계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분류와 기억과 연상을 통해 우리가 건설한 것이다.(181)

 

그들은 모든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음은 물론 슈퍼마켓의 선반, 과일, 통조림, 사람, 통로, 쇼핑카트 등이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사진을 보고 느낀 촉각과 시각의 혼란 또한 그들에겐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삶을 살아가던 버질은 가족들에게 회복한 시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자 순순히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50대에 시력을 회복한 한 환자는 시력을 회복하고 6개월 뒤 우울증에 걸렸다.

 

그는 수술 결과에 실망하는 눈치였다. 전보다 조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상상했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쳤던 것이다. ……. 그는 여전히 시각 장애인처럼 지내는 부분이 많았고, 밤에 불을 켜지 않고 지낼 때도 있었다. …… 이웃사람들은 그를 괴짜취급했다. (예전에는 감탄사를 늘어놓던) 직장 동료들도 이제는 심술궂은 장난을 쳤고, 글을 읽지 못한다고 놀렸다.(209-210)

 

우울증이 심각해진 그는 결국 병에 걸렸고, 수술 후 2년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보는 것의 불편이 불편이라 생각하지 않고 나름의 건강한 일상을 즐기던 그가 앞을 보기 시작하자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2년 만에 삶을 마감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의 적응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느끼며 성공적으로 변신에 성공하기도 한다.

 

시각적인 형태에 적응하고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환자들은 배우는 과정에서 커다란 즐거움과 ……. 정체성의 새로운 탄생을 경험했다. …….. 그들은 전혀 새로운 경험에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216)

 

 

이 책은 신경학 전문의 올리버 색스가 만난 7명의 뇌신경병 환자에 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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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6.10 05:23
    시력뿐이 아니고, 자유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소중함과 가치를 모른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이재우 2008.06.10 05:23
    경험 -> 기억 -> 신념. 모든 믿음의 과정은 이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얽매임 없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태인 자유 또한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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