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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석과교수로 김지하 시인이 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생명학에 대해 강의를 한다.

저번달 까지는 출, 퇴근이 정해진 회사 때문에 듣지 못했으나, 시간이 자유롭게 된 난 일을 빼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를 듣기 전 예전에 읽은 그분 시집 몇권은 학교 고시원 들어가면서 고시원에서 살 줄 알고 집에 있던 모든 책을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고 집을 가볍게 만든 상태라 집에 존재치 않았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강의 들으러 가는 건 집들이에 빈손으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렸다.

토막이야기로 된 성장사였다.

1권을 읽고 남은 건 학생시절 고집이 상당했을 것 같고, 술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



요즘도 술을 많이 드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강당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 옆자리에서 시인을 뵈었다.

인사를 하려다 일 보는데 너무 집중해 계셔서 인사는 못하고 손을 씻으며 인사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일이 좀 오래 걸리는 듯 싶어 그냥 나왔다.,

어제 술을 좀 드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대천왕이 떠오르는 무서운 인상이었다.



사람(20-30명)이 많이 없었다. (뒤에 알았지만 같은 시간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500명 정도가 왔다던데 자리가 모자라 사람들이 서서 봤다고 한다.) 그것도 학생이고 순수히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거의가 취재 혹은 외부에서 온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었다. 뜬금없이 내 머리 속에 인문학의 위기가 떠올랐다.

제일 앞줄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강당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시인은 자신의 보따리로 보이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오늘 강의할 때 쓸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꺼냈다. 어린아이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꺼내듯 그렇게 양끝이 가방에 눌려 20도 정도 둥그렇게 구부러진 자료를 손에 든 시인은 연단으로 올라갔다.

인사도 서론도 없이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의 요지인 즉.

요즘은 우리가 생명을 죽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죽임으로부터 지구와 온 생명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숫자가 제시된 구체적인 행동강령은 없었고 커다란 틀을 만들고 있는 듯 했다.

시인도 아직 한국엔 없는 학문 분야라고 했다.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가량 진행된 강의는 김지하 시인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지식이 강당을 가득 채우고 나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겐 생명학이란 학문이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는 생명과 죽음이 따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죽음은 생명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지구가 죽어가는 건 지구의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의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게 아닐까요. 생명의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죽음과 죽임은 다릅니다.”

로 시작된 대답은 30분 동안 그칠 줄 모르게 쏟아지던 지식을 또다시 실감했다.

저번 독서 모임 때처럼 나의 지식이 모자라 옮기지 못함이 한스러울 뿐이다.



대답을 다 듣고 아직은 혹은 이 학문 자체가 커다란 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했다.





그리고 요즘 나의 화두.

잠에 대해 질문했다.

“……. 잠을 많이 충분히 자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까. 잠을 적게 조금만 혹은 아예 없이 사는 게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까.”

고등학교 시절 공부할 땐 3-4시간만 자고 생활했다는 걸 이 책에서 읽은 뒤라 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잠은 충분히 자세요. 몸을 쓰는 생활을 하면서 잠을 안 잔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이 참선만 하는 상태라면 잠이나 먹는 게 줄어도 생활에 불편이 덜할 수도 있지만 사회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땐 다릅니다.”



동학과, 선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가고 강의는 마무리 되었다.



사람이 많이 없어 걱정했으나, 몇 되지 않던 사람들을 가슴에 안고 정해진 시간을 30분이나 넘겨가며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해주고 싶어하시던 의지가 빛을 발하던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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