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 미야베 미유키

by 박선희 posted Apr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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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옆 테이블에 몇 권의 책이있다. 올해 필독 리스트에 올려 논 십여편의 시리즈물,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여지껏 이런 책도 안 읽었나 싶어 구입한 스테디 셀러.

다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하는 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화차"를 집었다.
왜?   재미있는 소설이니깐, 그것도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추리소설이라면,
그렇게 유혹에 넘어가 지난밤을 뒤척였다.


화차(火車) :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
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성장하기 위해서죠


 아니요. 열심히 몇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 말로, 이번에야 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 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
 데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이 세상에는 다리가 중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 뱅이이거나, 방법조차 모
 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
 한 
 뱀도 있는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앞으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내용을 기재하지는 않으나, 윗 구절만을 책에서 그대로 인용해 본다.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자연스레 언더라인을 또는 자신의 블러그에 포스팅을 할 구절이다.


소비가 미덕인 세상, 외모가 바뀌면 제 자신도 다른 이처럼 살 수 있다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그렇게 거울을 팔고 있는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을까.


작가 또한 그런 안타까움과 연민을 소설을 통해 잘 녹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