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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 트라우마"
 



                                                      다니엘D. 엑케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유로존(Eurozone)의 붕괴위기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국제유가 불안 (이란 리스크),
수출과 내수부진, 고용침체,
물가인상, 부동산 거품, 양극화 확산 등...
최근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제관련 소식들이다.

이러한 경제 불안들이 국민들에게 끼치는 대표적인 부정적 파급효과로는,
사회전반에 퍼지는 우울감과
화폐가 만들어낸 새로운 신분질서 하에서 선택권을 빼앗겨버린 패배의식,
그리고 상호간에 팽배한 불신과 반목(反目)들이다.


나는 경영, 경제분야 전공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열거한 경제문제들에 관해서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최선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일순간에 마치 도를 깨치듯 경제에 대한 문리(文理)가 터지기를 바라는 
 허황된 욕심은 내지 않지만, 적어도 그 맥은 짚어야 했다.)

그래서 한동안 왜, 그런가? 를 고민해봤더니,
상당부분 나의 관점(觀點)에 문제가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경제는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통분모(共通分母) 인데,
실질적 피해자로서의 저항(抵抗)된 시각으로만 경제라는 살아 펄덕이는
생물(生物)을 보려드니,  당연히 시야가 협소(狹小)해진 것이다.

또한, 그간 거시경제학 보다는 미시경제학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까닭은, 내가 평범한 서민이고,
세계나, 국가차원의 경제 관점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더욱 시급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껏 나름대로는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평균정도는 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워낙 빠르게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금융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책 선택에 있어 너무 베스트셀러 위주로 골라온 것 같아서
전공분야의 감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껴 모처럼 관련 도서를 살피던 중,
이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화폐 트라우마’
트라우마(trauma,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는 심리학적으로 반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정신적 충격을 말한다.
그렇다면 화폐가 주는 정신적 충격..!
다소 새로운 발상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평소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제에 관심을 가져왔기에
지난 50여 년 간 달러($)를 중심으로 유지돼온 국제금융체계는
유력한 대안을 가지고  재편되어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책 선택에 있어
나름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장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명쾌한 대안보다는
화폐의 역사적 배경과 흐름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워낙에 방대한 이야기들이라, 각 파트마다 등장하는 한 가지 사례만으로도
책 한권을 족히 쓸 수 있는 주제들이다보니,
글의 각 파편(破片)에 등장하는 대안과 실마리에 있어서는
지난 역사와 비교하는 평이함과 더불어 미래예측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저자의 선견지명(先見之明) 의 빈약함이 문제가 아니라,
화폐라는 것이 그만큼 예측불허의 변화무쌍한 인류 최고의 발명체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구성에는 총 네 가지의 통화를 주축으로 역사적 변천사, 현존가치와
향후예측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네 가지 통화는 바로, 달러($), 위안(元), 유로(€), 금(oz, 온스) 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독서평을 어떤 방향으로 써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데,
음~, 화폐와 통화에 대해서 마음먹고 글을 쓰기시작하면,
지금까지 공개한 독서평 중 가장 길게 쓴 것이 ‘유림(조광조) 027’ 편인데
아마도 그보다 훨씬 많은 분량이 될 것 같다.
문제는,
관련 지식도 부족하거니와,
이미 독서 예정된 헤비급 도서가 출전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소정의 체력비축이 필요하다보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회원분들께는 송구한 일이지만,
1편에서는 책에 담긴 핵심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2편에서 국 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부족하나마 나의 식견(識見)과
통화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먼저, 이 책에서 말하는 ‘화폐 트라우마’ 란,
앞서 적은 네 가지 통화 중 미국, 중국, 독일과 프랑스가 겪어온
화폐역사의 흐름 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기억하는 고난의 시절을 일컫는다.
그 예로 미국은 ‘대공황’ 이란 위기의 시간을 잊지 못하고,
중국은 19세기 후반부터 10여 차례에 걸친 화폐개혁 속에 ‘화폐 공포증’
걸려버렸고,
독일과 프랑스는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천문학적인
전비(戰費)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상상을 초월한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경제학적으로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서 수 백 퍼센트의 인플레이션 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말함) 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각 국가가 그들의 경제 유전자 속에서 공포로 남아있는 기억들이 바로,
 
‘경제적 트라우마’ 가 되었고,
이런 과거의 트라우마들이 각 나라별 경제, 통화정책을 세우는 중대한
암묵적(暗黙的) 영향력이 된 것이다.
현재의 국제 파워게임에서 정치가들은 21세기 새로운 전쟁수단으로
화폐를 선택했고,
유사시에는 공격무기로 때로는 방어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그간 자신들이 누려왔던 초강대국의 매력적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중국은 새로운 패권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재림(再臨)시키기 위해서,
암암리에 화폐세계대전을 준비 중인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산발적인 통화의 총성이 여기저기서 울려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이 선택해야할 바는
지난 6.25와 같은 열강들에 의한 대리전쟁(代理戰爭)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강해져야한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이미 한국은 경제노선의 기로(岐路)에서 수출노선을
선택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다른 나라들 보다 이 화폐전쟁의 소용돌이에 더 크게 휘말릴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서 영민하게
시류(時流)를 읽어내고, 그 흐름을 타야하며, 주도면밀한 중립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점에 있어,
고려시대 서희 선조께서 송나라와 거란 사이에서 강동6주를 얻어낸
통찰의 외교력과,
1,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가 보여준 무장중립의 정치력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너무도 방대한 주제들에 관해 역사적 배경을 섞어, 잘 설명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세부적 내용에 관해서는 차치(且置)하더라도) 두 가지만 짚어보면,

첫째,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번역을 해서 그런지 총체적으로 
         원문에 대한 우리말 해석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경제학적인 깊이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둘째, 이 책에는 모든 경제학 서(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 흔한 도표가 없다.
         이 점이 신선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각국의 통화를 비교하면서 그 단위별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표임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문어체로만 풀어내기에는 주제에 대한 설명에 버거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와 통화정책들 전반에 관해 연대기(年代記)를 풀어내듯
정리한 것만으로도 나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자, 이제 부터는 앞서 언급한대로 국 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해 보겠다.

(2-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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