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을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시각에서 그린 봉준호 감독의 작품, ‘마더’를 재미있게 관람했다.

줄거리를 보면(영화를 볼 사람은 읽지 마시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약재상으로 일하며 야매로 침을 놓는 엄마(김혜자)와 약간 부족한 아들인 도준(원빈)이 살고 있다. 엄마는 아들 도준이가  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한다. 28살 청년인 어수룩한 도준은  불량끼 있는 친구인 진태(진구)와 어울리며 이런 저런 사고를 치며 엄마를 긴장 시킨다. 그러던 중, 소녀 가장이던 쌀떡소녀 아정(문희라)이  옥상 난간에 빨래 널어놓은 듯한 자세로 살해당한채로 발견된다. 주위에 도준이가 직접 자기 이름을 새긴 골프공이 발견되어 범인으로 몰린다. 자기 방어도 못하고 상황파악도 안되는 도준, 무사안일한 변호사, 무능한 폭력경찰의 예단에 의해 도준이가 범인인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엄마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한계상황에 몰린 엄마는 직접 범인을 찾아 자력구제에 나서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아정의  핸드폰을 찾게 되고 핸드폰에 찍힌 아정이와 관계한 남자들 중에 살인사건이 발생되는 부근에서 도준이와 눈이 마주친 고물상할아버지를 도준이가 기억해 낸다. 엄마는 허름하고 외진 고물상을 침술봉사원을 가장하고 방문해서 고물상 할아버지로부터 뜻밖의 사건의 내막을 듣게 된다.  범인은 바로 아들, 도준이고, 고물상 할아버지는 우연히 근처에 빈집에 있다가 살해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경찰에 도준이가 범인임을 신고하려는 고물상할아버지를 엄마는 살해하게 되고 방화까지 저지르게 된다. 한편 자주 코피가 터지던 아정이의 피가 뭍은 옷을 가지고 있던 역시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다운증후군인 종팔이를 진범이라고 판단한 경찰에 의해 도준은 석방된다. 도준은 친구 진태와 함께 집에 오는 중에 불에 딴 고물상 건물 잔해를 살펴보다 엄마가 깜박 잊고 현장에 남기고간 침통을 발견한다. 관광을 떠나는 엄마에게 도준은 침통을 건네준다. 아무데나 흘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아들로부터 공포감이 섞인 전율을 느낀다. 망연자실하던 엄마는 허벅지에 있는 망각의 침자리에 침을 스스로 놓고  관광버스 춤의 대열에 합류하며 영화는 종영 된다.

이 영화는 칸의 주목받는 봉준호 감독의 명성에 어울리게 매우 치밀한 구성과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아주 잘 만든 영화이다. 나름대로 느낀 점을 심리적인 측면과 결부해서 적어 보겠다. 좀 주관적인 측면이 많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의 춤이 나온다. 특히 처음의 춤은 극전개의 대략적인 주제를 상징하는 섬뜩한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바람이 갈대밭을 휘젓는 야생의 공간에 가냘프고 초라해 보이는 초로의 여인이 걸어오다가 뒤를 한 벗 힐끗 돌아보고 불어오는 바람의 한들거리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형용하기 힘든 표정과 무당의 춤 같은 느낌의 몸의 흔들림은 깊은 상처에서  터져 나오는 절망의 몸짓 바로 그것이다.  눈을 가리는 동작과 언뜻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미소는 앞으로의 전개가 상식과 이성의 밝은 세계가 아닌 광기와 본능의 어두운 전개를 암시하는 상징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몇 가지 사회적인 의식을 드러낸다. 우선 도준이를 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골프장으로 향하는 벤츠와 교수들로 상징되는 부유층과 지식인들의 위선적인 무책임성을 질타하는 메시지가 첫째이고, 둘째는 기름기가 번질 되는 때가 뭍은 무성의하고 무능한 변호사와 주먹구구식의 경찰관들이 벌이는 수사관행 등으로 상징되는 사법시스템의 고장을 지적했고  몸을 팔아 쌀을 마련하는 소녀 가장인 일명 쌀떡 소녀를 통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상을 고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심이 되는 메시지로써 모성이라는 평범하고 누구나 아는 통념의 전복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모성은 따뜻하고 자애로우며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감독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려고한 모성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약간은 채색이 된 통념의 모성이 아니다. 불우한 환경을 비관해서 아들 도준이 5세 때 동반자살을 기도했을 만큼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온 엄마에게 도준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성장과정에서 긍정적인 자아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를 통해 대인관계와 사회관계의 신뢰의 기틀이 잡힘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래서 모성은 좋은 것이고 선한 것이며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온갖 수식어가 사회적인 가치로서의 모성을 찬양하는데 덧입혀진다.

그녀의 자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모든 이들의 모성의 속성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기저에 흐르는 생물학적인 본능의 측면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의 욕구와 교육열은 유별나다. 이 지나친 교육열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내 자식을 남의 자식보다 앞서게 만들어야겠다는 이기심(자식에게는 이타적이겠지만)의 발현인 것을 부정 할 수는 없다.  인간이 아닌 여타의 동물들의 어미들도 자식 사랑은 끔직하다. 모성은 생물학적 본능이 작동되는 세계이다. 유전자적 관점에서의 맹목적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바로 유전자 이기주의라는...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보존해서 소멸되지 않게 후대로 나르는 매체라는 관점에서 해석되는 진화 심리학적 관점 말이다. 조지 프라이스는 이를 <이타주의는 단지 유전자의 이기성일 뿐이다>는 말로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쌓는 이유 중에 중요한 한 가지는 후손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결코 근절될 수 없는 강렬한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없애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인간의 이타성에 기댄 사회주의 실험이 인간의 이기적 본능에 기초한 자본주의의 위력 앞에 허무하게 깨진 역사적인 사실이 있지 않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산을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물려주거나 스스로 탕진하기 보다는 자손들이나 혈연관계에 있는 친지들에게 물려준다. 매트 리들리가 <이타적 유전자>에서 언급 했듯이 돈은 개인을 떠나서도 유전자를 따라 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도준을 섬뜩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간간히 내뱉는 잠깐씩 정상 작동되는 그의 기억 회로가 관객을 소름이 돋게 만든다. 5세 때 엄마가 약을 먹여 자기를 죽이려고 했었다는 뼈에 사무치는 그의 원망의 장면과 이 아픈 기억을 망각자리에 침을 놔서 잊게 해주겠다는 엄마를 향해 내뱉는 차가운 그의 육성에 그대로  묻어난다. “왜? 이번엔 침으로 날 죽이게?” 나중에 이는 엄마가 고물상 할아버지에게 침을 놔주겠다고 했다가  살해하는 장면의 복선에 해당된다.

왜 엄마는 5세 때 아들을 죽이려고 했을까? 짝짓기 기회비용 가설에서 보면 자식에 헌신 하게 되면 추가적인 짝짓기 기회를 놓치게 된다. 홀로 남겨진 젊은 여자에게 어린 자식은 큰 짐이다. 자식이 없는 경우 다른 남자를 만나 더 많은 자손을 갖게 될 가능성의 기회가 있지만,  눈앞의 자식에 헌신하므로서 유전자적 이익이 현저히 줄어드는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나 그 어린 자식이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진화심리학적인 증거들에서 젊은 미혼모에서 어린 자녀의 살해와 장애를 가진 아동에 대한 무관심과 학대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일관되게 증명되는 명백한 사실이다(마음의 기원 -데이비드 버스).  이미 생식의 연령이 끝난 여인에게 존재하는 자식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현재 초로의 엄마에게 아들 도준이의 존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길이다. 젊은 결혼한 여성의 가출과 이를 떠안게 된 할머니의 고통과 절망은 오늘도 진료실에서 느끼는 흔한 일상사 이다. 이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기회 있을 때 잡으라는 생물학적 요구에 충실한 동물적 인간의 모습이다.

임신부의 자궁은 흔히 조건 없는 절대적 자기희생적 사랑의 성소로 간주 된다. 일방적이고 절대적 사랑의 장소인 자궁에서도 치열한 유전자의 이기심이 부딪히는 투쟁이 작동되고 있다고 헤이그는 말한다. 자연은 결코 조화의 장소가 아니라는 말처럼 태아와 엄마의 치열한 유전자의 이익의 쟁탈전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모체가 만삭이 되기까지 생존을 바라는 이유는 태아가 그녀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가지 전달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고, 태아의 입장에서는 모체가 생존해야 자신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의 완벽한 일치이다. 그러나 모체의 이익과 태아의 이익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의 예가 두 가지 있다. 헤이그는 테아와 그 하수격인 태반이 모든 측면에서 모체의 협력자가 아니라 교묘한 내부 기생체로 행동하며 모체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강요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체 혈액을 태반에 공급하는 동맥 속으로 태아의 세포가 침투해 동맥벽에 자리 잡고 파괴해 그 동맥을 수축시키는 통제력을 모체에게서 박탈하는 것이다. 비교적 흔한 임신 합병증인 임신성 고혈압과 자간전증(임신중독)은 이와 같이 태아의 조정으로 일어나는데, 태아가 모체의 신체 조직 혈류를 감소시키는 호르몬을 방출해 모체의 혈액을 자기  편으로 더 많이 끌어오려고 노력하는 데 따른 결과이다.

혈당을 둘러싸고도 같은 투쟁이 일어난다. 임신의 마지막 석 달 동안에 모체는 대개 안정된 혈당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기간 동안 인슈린 생산량을 날마다 늘려 겨우 정상 혈당을 유지 하고 있다. 태아의 조정을 받는 태반이 hPL을 점점 많이 분비해 태아에게 더 당을 공급하게 하려고 모체의 당을 올리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이를 낮추려는 모체가 당을 떨어뜨리는 인슈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지 않아도 모체나 태아에게 전혀 해가 없는 서로 상반된 기능의 호르몬을 오로지 서로를 상쇄할 목적으로 서로 경쟁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이다. 영양 공급원인 모체혈액의 혈당량을 증가시키려는 욕심많은 태아와 소중한 혈당을 태아에게 너무 많이 빼앗기지 않으려는 알뜰한 모체사이의 줄다리기 싸움이다.
이 숨가쁜 싸움에 진 일부 여성은 임신성 당뇨를 앓게 된다. 더구나 태아가 생산하는 hPL 유전자는 아버지 쪽에서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생산된다. 태아는 모체 내에 심어진 아버지의 기생체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사랑과 상호부조의 내밀한 성소인 자궁에서까지 이기적 유전자의 냉혹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본능이 추동하는 자식에 대한 집착과 애착은 살인마저도 쉽게 감행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엄마가 다른 범인이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도준이가 범임임을 신고하려는 고물상 주인을 살해하는 장면은 유전자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터미네이터 같은 행동을 유발한다. 인간은 정녕 유전자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악행도 감행할 수 있는 기계다.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부모라면 어땠을까? 모성은 항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성적 암시를 주는 상황이 많이 등장한다. 불량한 친구인 진태를 골프채를 증거물로 범인으로 신고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후에 진태가 엄마에게 “니가 그럴 수 있어?”라는 장면은 묘한 상황을 가정하게 한다. ‘당신’이 아닌 ‘너’라는 말 속에서....
엄마가 담벼락에 오줌을 누는 도준이의 아랫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약을 먹이는 장면과 엄마와 잔다는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말은 불편하게도 여러 군데에서 의도적으로 나온다. 영화의 장면을 보면 도준이가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며 자는 장면이 나온다.  프로이트가 주창한 오이디푸스 컴프렉스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2세에서 5세까지의 아들은 엄마에게 성적 사랑을 느낀다고 기술한다. 정신지체가 있는 도준에게 청년기에도 그런 컴프렉스가 지체되어 나타났다고 하는 억지 해석도 가능은 하다.  오늘날 오이디푸스 컴프렉스 이론은 부정되고 있다. 그리고 근친상간에 관한 통계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없는 조합이 어머니와 아들간의 근친상간이다. 또한 근친간의 교배로 태어난 자손의 낮은 지능과 유전적 질병의 예로 근교퇴화한다. 따라서 그런 성향의 성적 발현을 배제하는 심리학적 기제가 작동해 왔으리라 본다. 남자가 젊은 여자를 더 선호하는 심리도 이런 관계의 가능성을 낮춘다. 물론 이상성심리자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영화적 장면은 내가 보기에 약간 부자연스럽게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는 관광버스춤에 몸을 맡긴다. 그녀를 흔드는 모성이라는 아름답기보다는 역겨운 광기와 집착을 떨어내려는 듯이.... 실타래처럼 엉킨 수많은 응어리를 잊으려하는 그녀의 단발마적 몸부림에 관객은 연민한다.
그리고 묵직한 침묵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