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32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결정본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사에 대한 명작들을 번역해 내고 있는 김호동 교수가 1999년에 직접 쓴 책이다. 중앙아시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이는 어떤 식으로든 그의 책을 거쳐 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골라둔 책의 대부분도 그가 쓴 책들이다.




8세기의 혜초, 13세기의 마르코 폴로, 20세기의 스벤 헤딘에 이어 21세기의 김호동 교수는 중앙아시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책이든 다른 책과 구별되는 특별한 관점과 내용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다른 탐험기나 여행기와 판이하게 달랐다.


저자는 이국의 문화적, 자연적 특성을 과감히 생략했다. 여행자로서의 감상과 경험 대신, 중국이라는 명칭 아래에 속해있으면서도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변방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소수민족-티베트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의 과거와 현재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진정한 아픔을 모르고 과연 그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소수민족들이 사는 지역을 다니면서 그들의 조상이 남긴 화려한 문화적 유산보다는, 고통스럽지만 소중한 그들의 역사와 오늘 이 시대를 사는 그들의 소망을 더 알고 싶었다. 또 내가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배운 것들을 거리에서 만난 그들의 눈과 몸짓에서 찾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에 대한 나의 지식은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거대한 땅, 만리장성, 화려한 문화, 10억이 넘은 인구, 달라이 라마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망명과 저항, 그리고 불같이 타오르고 있는 경제, 여행자들에게 주워들은 도시의 화려함과 시골의 초라함...



그게 중국의 다가 아니다. 전 국토의 1/3에 살고 있는 6700만 명의 소수민족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면, 그래서 이 땅이 대외적으로 일본이라 불리면서도 억압과 통제를 받고 있다면, 우리의 심정이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심정과 비숫하지 않을까. 일본을 관광하기 위해 들어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땅의 과거가 어떠하였으며 누가 살고 있는지를 모른 채 경치나 유적만 구경하고 떠난다면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비통할까.



많은 여행기들을 보았다. 자전거로, 차로, 오토바이로, 혹은 걸어서 이국의 땅을 지날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언급한 책은 드물었다. 대부분 감상과, 낭만과, 우연한 만남과 경험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저자들의 시선은 대부분 외부보다는 내부, 즉 이국땅을 걷는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읽었지만, 값비싼 돈과 시간이 소비되는 여행이 단지 그것만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거실에 앉아 TV에서 하는 외국 풍물기행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피상적으로 여행을 ‘동경’했던 내게, 진정한 여행이란 두꺼운 책의 한 줄 한 줄을 일일이 발로 짚어나가는 순례와 같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자아를 발견하고, 멋진 경치를 보고, 낯선 경험을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차적인 선물일 뿐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중국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인물들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여행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Prev 흰 그늘의 길1(199) -김지하- (학고재) 흰 그늘의 길1(199) -김지하- (학고재) 2006.10.12by 이재우 환속(김나미, 마음산책,2003) Next 환속(김나미, 마음산책,2003) 2006.03.19by 노란잎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8 공지 힘 - 틱낫한 강신철 2003.06.25 3039
1157 공지 흰 그늘의 길1(199) -김지하- (학고재) 이재우 2006.10.12 2200
» 공지 황하에서 천산까지 - 김호동 저 양경화 2007.09.03 3203
1155 공지 환속(김나미, 마음산책,2003) 2 노란잎 2006.03.19 2774
1154 공지 화성의 인류학자 -올리버 색스- 2 이재우 2008.06.10 8594
1153 공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정청미 2004.01.21 2298
1152 공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1 이상희 2006.02.03 2712
1151 공지 화, 힘 윤대문 2003.07.16 2424
1150 공지 화(Anger)/틱낫한 지음. 이선영 2003.06.25 2083
1149 공지 화(anger) 송봉찬 2003.07.28 2358
1148 공지 화 - 틱낫한 강신철 2003.06.25 3042
1147 공지 주월랑 2005.01.23 1939
1146 공지 홍보스캔들(051225) 최병관 2005.12.25 4371
1145 공지 홀로사는 즐거움 박동신 2004.10.10 2092
1144 공지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김영환 2003.06.25 2316
1143 공지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김지순 2003.06.25 2356
1142 공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송봉찬 2003.06.25 2295
1141 공지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전우익- 정청미 2004.09.26 1857
1140 공지 혼자 힘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21가지 원칙(10th) 2 file 송근호 2004.07.11 1831
1139 공지 혼불9 정청미 2005.04.30 13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