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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2 09:00

"부의 미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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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 2006년



104회 독서 모임에 참석하여 이재흥 목사님으로부터 앨빈 토플러가 쓴 “부의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국제화가 덜 되어서 그런지 책 내용의 핵심이 무엇이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토플러 박사의 “권력이동”은 읽지 못했지만 “미래쇼크”나 “제3의 물결”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번 저서의 핵심은 도대체 무엇인지....

아쉽지만 읽고 있던 크릭의 “놀라운 가설”을 잠시 덮기로 했다.



요즈음 서점에는 각 분야의 번역서들이 넘쳐나지만 정말 좋은 번역서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번역서를 읽을 때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한 어느 정도의 인내는 감수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부의 미래”는 정말 잘 번역된 책이었다. 역자인 박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님께 감사의 글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좋은 번역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식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까? 잘 번역된 번역서를 내는 일은 정말 보람있고 가치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국 토플러 박사가 “부의 미래”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부 창출 시스템이 195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 창출 시스템의 변화는 단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문화, 정치, 가치관, 가족형태 등 인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 유례없는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가가 국가는 물론 개인의 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토플러 박사는 이야기하고 있다.



토플러 박사는 부 창출 시스템을 지탱하는 3가지 심층기반 즉 시간, 공간, 지식을 언급하며 이들이 새로운 혁명적 시대를 맞아 얼마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예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들어보면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제3의 물결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제품의 생산, 유통 그리고 신제품 등장 속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오늘 1분의 가치는 어제 1분의 가치와 다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 창출에 관여하는 국가 또는 사회의 각 부문의 속도는 매우 다르다. 토플러 박사는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다면 가정은 시속 60마일, 노동조합은 시속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 기관은 시속 25마일, 학교는 시속 10마일, 정치조직은 시속 3마일 등으로 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관련된 각 부문들간의 속도 차이 즉 비동시화가 여러 가지 국가 및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내겐 정부 조직의 속도가 시속 25마일이라고 하는 부분이 가슴을 찔렀다. 관료 조직도 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기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일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내 자신이 경험하고 들은 바에 따르면 아직 혁신은 문서상에만 있는 혁신일 따름이며 보여주기 위한 혁신일 뿐이다. 다른 한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학가기를 바라는 나라인 미국의 학교가 시속 10마일로 달리기 때문에 미국의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학교는 대체 시속 몇마일로 달리고 있단 말인가? 이를 생각하면 단지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다. 빌 게이츠도 미국의 고등학교는 오늘날 무용지물이라고 했다는 데...



오늘날 우리는 실질적으로 무협지의 무림 고수들이 사용했다는 축지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교통 및 통신 수단의 놀라운 발달로 개인, 기업, 국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맺는 공간의 범위가 실로 엄청나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부 창출 시스템의 또 다른 심층기반인 지식은 오늘날 어떠한가? 과학과 인터넷 등의 발달로 오늘날 지식은 놀라운 속도로 축적되고 그 분량 또한 어마어마하게 확장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양의 지식들이 빠른 속도로 무용지식이 되고 있다. 내가 어제 사실이라고 믿었던 지식은 오늘 이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식과 관련하여 토플러 박사의 언급 중 한가지 오래 가슴에 남는 부분은 앞으로는 지식이 과거와 같이 세분화되고 특화되지 않고 각 학문 분야의 지식이 재조직되어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결합하게 됨으로써 지식의 지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통찰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전 분자세포생물학회에서 물리학자 한 분이 췌장에서 인슈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의 활동을 물리학적 모델로 멋지게 설명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생물물리학, 생물통계학, 나노바이오 등의 분야가 낯설지만은 않다. 또 과거에는 세포에서 유전자들의 발현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으며 그마저 한번에 소수의 유전자 밖에 관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번에 수만개 즉 한 세포의 genome을 구성하는 유전자 전체의 발현을 그것도 한번에 연구할 수 있다. 바로 DNA chip이라고 하는 집적기술을 적용한 결과이다. 현대생물학자들은 쏟아지는 데이터의 물살에 숨이 막혀 통계학자 및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구원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다.



부 창출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3가지 심층기반 즉 시간, 공간, 지식의 변화에 대한 언급. 토플러 박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개념이면서 부 창출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숨겨진 절반인 프로슈밍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프로슈밍은 토플러 박사가 창안한 단어인데 요즘 아주 가끔 언론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가웠다.

프로슈밍이란 개인 또는 집단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행위를 말하며 엄마의 역할, 자원봉사, 각종 취미활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프로슈밍은 눈에 보이는 화폐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경제 활동이며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인이 행하는 프로슈밍은 점차 증대되고 있고 화폐경제 또는 부 창출 시스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프로슈밍과 화폐경제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내가 지금 버는 돈의 정확히 절반(아니 그 이상이)은 아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토플러 박사가 말하는 제3의 물결의 핵심에는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책의 곳곳에서 토플러 박사의 과학 및 과학기술에 대한 강조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나를 기분좋게 했던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 번째는 이 책의 곳곳에 한국을 예로 든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중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통찰을 적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또는 세계의 부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기분좋은 일이었다. 이 책에서 나를 미소짓게 했던 또 하나의 부분은 이것이다. 즉 토플러 박사는 현재 인류사회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혼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인류에게 닦칠 것임을 예견하면서도 그가 그리는 미래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이었다는 것이다. 결코 조지 오웰이 그린 암울한 미래는 아니었다. 토플러 박사는 빛나는 저서인 “부의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 미래의 경제와 사회가 형태를 갖추어 감에 따라 개인과 기업, 조직, 정부 등 우리 모두는 미래 속으로 뛰어드는 가장 격렬하고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이것도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다. 미지의 21세기에 들어온 것을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한다!”



아마도 이와 같은 토플러 박사의 낙관의 근저에는 과학과 인류의 이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으리라.



이제 결코 석사 이상이어야지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던 “부의 미래”를 덮고 다시 “놀라운 가설”을 펼쳐 들어야겠다. 그리고 빨리 에덜만의 책으로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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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6.11.12 09:00
    현재를 미래의 눈으로 해석하고 현재가 흘러가는 방향을 조감할 수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아주 흥분되었습니다. 석사 이상이든 이하든 개인 나름대로 건져갈 게 아주 많은 책인것 같습니다. 동료들에게 많이 권해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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