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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은 유전자에 의한 뇌기능의 선천적인 구조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에서 악인들을 분석해본 책이다. 흥미로운 몇 가지 점을 생각해 보고 싶다.
악인에 대한 탐구서는 많이 읽은 기억이 없다. 책의 중간에 언급 되어있는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정도 외에는 ...
저자인 바버라 오클리는 우리 주위에 드물지 않게 존재하는 악한 이들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조망하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말미에 언급된 것처럼, “‘나쁜 행동‘ 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우리는 그 문제를 더 잘 다루고 파악 할 수 있고, 주위의 상사나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사기꾼, 범죄자들의 그릇된 행동을 예측하거나 대비할 수 있다”는데 있겠다.
온갖 악인들이 출몰하는 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살아가는데 긴요한 참고서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첨단 영상과학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간의 깊은 심상을 밝혀가는 자연과학의 힘과 그 의미들을 조망할 기회가 되었다. 또한 몇 가지 해묵은 논쟁에 대한 관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선 인간의 심성에서 환경(교육)과 본성(유전자, 생물학적 특질)간의 기여도에 대한 논란에 대한 이야기부터 생각해 보자. 저자는 악한 심성에 관한한 유전자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유전과 환경의 기여도를 81대 19%로, 경미한 반사회적 특성의 경우( 30대 70%)에 비해 유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사고 과정에서 사이코패스(마키아벨리주의자, 반사회적 인격장애, 경계역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뇌 회로는 보통사람들의 뇌에서 작동되는 회로와는 다르게 작동된다는 뇌과학의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신경학 책을 참조해서 이해했으나, 일반인들이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약간은 복잡했을 내용들 이었다. 결론적으로 마키아벨리주의자의 사악함의 기원은 대개 생물학적이라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단순한 훈육으로는 이들을 교화시키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증거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해서 전미심리학회장이었던 필립 짐바르도는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에서 상황과 시스템이 개인의 특질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을 스탠포드 감옥실험과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자행된 심각한 포로학대를 분석해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중간에 작은 활자로 반론과 함께 언급되어 있다). 썩은 사과 상자에서 사과(평범한 사람)를 썩게 한 상자가 상황이라면 사과 상자를 제조한 곳이 시스템이라는 비유로 환경의 영향력을 설명하고 있다. 악을 본질적인 쪽에서 더 조망하는 저자에 대비되어, ’누구나 상황에 따라 악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진론적인 관점을 가진 필립 짐바르도의 견해 또한 흥미롭다. 사회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나치하에서 유태인들을 학살하도록 지휘한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보면서 제시했다. 엄청난 죄악을 저지른 그(아이히만)가 가정적이고 예의바른 매우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쓰고있다. 폭동이나 전쟁 중에는 평범한 이들이 잔혹한 범죄자로 돌변한다. 상황과 좀더 상위의 시스템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약한 인간의 심성을 파고들어 선한 기질을 괴멸시킨다고 짐바르도는 주장하고 있다. 평범한 이가 악을 충동하는 상황에 쉽게 빠져 들어가는 데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악한 정치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아부그라이브의 교도소같은). 바로 시스템의 힘이다.

두 사람의 저술을 통합해서 생각해 보자면, 바버라는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악한 정치인에 바로 나쁜 유전자에 지배되는 악인으로 발칸의 백정,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히틀러, 마오쩌둥 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악인들에게  토양을 제공할 수 있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인식과 각성이 그래서 요구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친언니인 캐롤린을 등장시켜 우리 주위에도 경계성 인격장애 같은 악한 이들이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을 불행한 가족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개인적인 소감 한 가지.
경계성 인격 장애에 대한 DSM-IV 진단 표준(216p)이 나온다.
9가지 항목 중에 최소한 다섯 가지 항목에 해당되면 장애를 가진 것으로 분류 한다고 되어 있다. 난 그 항목들을 맞춰 보다가 좀 놀랐다. 내가 약간씩은 관련되어 있는 것이 5가지가 아닌가! 내가 조금이라도 해당되는 항목을 보면,
1, 온당치 않게 발산하는 분노 또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현상(O)
2, 만성적인 공허감(O)
3,------- 정서불안(---불쾌감, 관성적인 근심, 우울...)(O)
4, ----불완전한 자아상 또는 자신감(O)
5, 충동성과 관련된 행태(난폭운전, 폭식)(O)
아무리 정신과 진단이 이현령 비현령 이라지만 난 많이 당황했다.
물론 상기 해당 항목이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극단적인 경우를 말하겠지만 내게도 잠재적인 병적요소의 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이 내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싶은 근심이 들었다. 책에서 언급 했듯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성격상의 결함은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 한다.

인간의 성격을 논할 때 3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생물학적인 영향하의 뇌의 작용, 즉 심리적인 특질이 있고, 둘째로 학습과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의 심리적인 영향력이 있고, 마지막으로 아동기의 경험과 상황의 영향, 문화적인 기대, 사회적인 지지를 포함한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이 있다. 즉, 인간은 선천적과 후천적인 요소가 고루 작동해 성격을 형성한다. 하지만 바버라가 강조하듯이 마키아벨리주의자(사이코패스), 헌팅톤씨병 같은 일부의 경우는 선천적인 영향력이 특별히 강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근 때에 동생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빼앗아 먹는 악한 형과 같은 이가 동생 같은 이 보다 생존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마키아벨리주의자의 유전자적 생존력이 더 높을 수 있음을 역사적인 실례를 들어 이야기 하고 있다.

진화론적인 조망과 관련해 책에서 간단히 언급된 이타주의와 팃포탯(tit for tat) 전략를 생각해 보겠다. 로버트 액셀로드 교수는 1979년 컴퓨터 가상게임 시합을 제안 했는데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응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프로그램을 제작해 출품하게 해서 리그전으로 승자를 가리게 했다. 프로그램들을 하나의 죄수로 간주해 둘씩 짝을 지어 200번씩 게임을 하게 했다. 각각의 게임 중에 받은 수감 기간을 합해 가장 짧은 수감기간을 받은 프로그램이 승리할 수 있게 했는데, 최종 승자는 ‘팃포탯’이라는 가장 간단한 전략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으로 받은 데로 돌려준다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친절한 전략’과 ‘비열한 전략’, 두 가지 전략을 사용했는데. 팃포탯은 두 가지를 혼용했다. 즉 처음에 만난 상대에게는 이타적으로 협조하고 다음에는 같은 상대에게는 상대가 이전에 취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준다는 전략이다. 단 한번만 만나면 기만적인 상대가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같은 상대와 200번을 반복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악인(비열한 전략)과 선한이(친절한 전략)가 만났을 때 처음에는 악인이 승리 한다. 그렇지만 선한이도 다음부터는 바로 보복해 악인이 계속 승리할 수 없게 한다. 선인끼리는 서로 도움이 되는 전략을 구사한다. 악인들은 서로 기만해 같이 망하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이에게 항상(언제나 손해 봐도 참는) 좋은 사람은 때론 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에 대한 서방의 태도가 그러 했다. 왼뺨을 칠 때 오른뺨을 내밀면 악인은 오른뺨도 갈긴다. (상대를 봐서 다른 쪽 뺨을 내밀어야 한다는 교훈!) 도덕이나 종교적인 교훈이 실생활에서 역설적인 역활을 하는 하나의 예이다. 바버라가 이야기 했듯이 히틀러 밑에는 그를 지지하고 그의 악한 행동에 동력이 되고 수단이 된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있었다.

삶에서 우리는 팃포탯 해야 한다. 악한이 에게는 한번쯤은 철저히 보복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악행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런 비열한 책략이 크게 손해나는 일임을 명심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해서 친절한 전략을 취해오면 용서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다시 비열한 전략을 구사하면 더욱 더 크게 보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뇌기능에 대한 최근과학의 진보는 무척 경이롭다.
바버라가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과 사고 과정은 기능성MRI나 PET,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의 수단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뇌의 활동하는 기능을 직접 탐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인간 유전자의 전체배열의 지도가 전부 밝혀진 지금, 유전학자와 유전공학자들은 유전자 비밀의 해독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인식교수의 '지식의 대융합'에서 보면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많은 뇌신경 과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의 탐사여행의 속도를 내고 있다한다. 인간의 지능을 인공의 정보처리 장치로 본뜰 수 있다는 시스템이론의 진보는 특히 눈부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의 탄생은 아직은 미완의 미래의 꿈 이지만 많은 진보가 있어 왔다. 특정한 전문가 시스템의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의 뇌를 추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가 시스템으로 체스전문 프로그램인 ‘딥블루’가 있다. 1997년 딥블루와 러시아의 천재적 체스 참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의 세기적 대결에서 처음으로 딥블루가 승리한 이후에는 한번도 인간은 체스기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지각 능력과 상식 추론 능력의 구현에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상식추론 능력은 보통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능력인데 컴퓨터로 구현하기가 의외로 벅찬 일임을 절감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특수한 전문적인 것(전문지식)은 컴퓨터로 흉내 내기가 쉬운 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식)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인데, 전문지식은 단기간에 습득이 가능하나, 상식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쌓아가는 엄청난 작업이기 때문 이다. 여기에 뇌기능의 신비로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뇌기능을 본뜬 신경망 이론이다. 뇌신경의 연결방식을 컴퓨터에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한다.

인간의 마음을 기호 체계로 보는 인지과학의 진보가 사고, 지각, 기억을 조작하는 과정(시스템 공학적으로 말해서 ‘계산’과정)이 정신과정을 완벽하게 구현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은 기약 없는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아마 그날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사이에 인천 대교 같은 거대한 다리가 완성되는 순간이 되리라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

우리의 주위에는 많은 사악함이 존재 한다. 단순히 좀 나쁜 성격에서부터 흉폭한 범죄까지... 평범한 이들이 때론 악한 환경으로 인해 루시퍼의 협조자가 되거나 또는 루시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인구 100명중 1-3명의 거의 치유 불가능한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경계형 인격장애, 사이코패스)가 뱀처럼 번뜩이는 사악하고 교활한 눈으로 우리 주위를 탐색하고 있다, 쉬운 먹이 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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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호 2009.04.29 05:13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책이네요. 관심있는 분야라 꼭 한 번 읽어볼렵니다. 멋진 독후감 감사합니다.
  • ?
    하경애 2009.04.29 05:13
    평범한 이들이 때론 악한 환경으로 인해
    루시퍼의 협조자가 되거나 또는 루시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인구 100명 중 1~3명의 거의 치유 불가능한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경계형 인격장애, 사이코패스)가 뱀처럼 번득이는 사악하고 교활한 눈으로 우리 주위를 탐색하고 있다,
    쉬운 먹이감을 찾아서,,,

    흥미로운 관심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책이네요.
    혹시 내가 쉬운 먹이감으로 비춰지지 않았는지,아니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는 비인간적인
    사람인지 분석 좀 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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