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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탐험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낯선 곳을 찾아 나선 이들, 그리고 이들이 걸은 길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매혹적이다. 여기에 실크로드가 빠질 리가 없다. 이 길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사람들을 시대를 초월하여 만날 수 있다.





8세기에 신라승 혜초는 실크로드의 천산북로, 13세기 마르코폴로는 천산남로를 걸었다. 14세기 이븐 바투타와 16세기 마테오 리치는 해양 실크로드로 항해했다. 실크로드가 모래 속에 파묻히고 난 이후에는 19세기 말부터 많은 탐험가들이 이 길의 흔적을 찾아 사막을 뒤지고 다녔다. 스타인, 펠리오, 스벤헤딘, 오타니, 르콕... 그들의 탐험이 멈춘 지금에도 실크로드로 향하는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김호동 교수, 정수일 교수, 김영종 작가 같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이 실크로드를 걸은 후 그 후기를 책으로 남기고 있다.





어쩌면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을 열거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길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길에 배어있는 인류의 역사를 어찌 몇 몇 이름으로만 요약할 수 있을까. 동서로 뻗은 길을 따라 숱한 사람들이 살다가, 작은 역사를 가슴에 품고서 죽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책과 구별된다. 영국 도서관의 둔황 프로젝트 책임자인 수잔 휫필드는 실크로드에서 수집되고 연구된 많은 자료들을 토대로 민간인들의 삶을 재현해 내고 있다.

 


당나라 수도 장안을 오가며 교역에 종사한 사마르칸드의 상인


고구려인 고선지 장군을 존경하는 티벳군 병사


중국 정부에 팔 조랑말 떼를 이끌로 고비 사막을 건너는 위구르인 목부


정략결혼을 위해 투르크로 시잡간 중국의 공주


중국 오대산으로 순례여행을 떠나는 카슈미르의 승려


군대를 따라 전전하다 황소의 난에 휘말린 쿠차 출신 기생


어린 나이에 법문에 든 뒤 둔황의 승방에서 생을 마친 비구니


둔황 근처에서 사는 불심 깊고 돈 많은 과부


학식을 쌓아 둔황에서 높은 직위를 가진 관리


둔황 석굴에서 불화를 제작하는 화가





얼마나 놀라운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크로드는 유명인들이 지나간 길이 아니라 민간인들의 삶이 그대로 찍혀 있는 장소인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발굴된 자료들-당시의 책자, 그림, 소송장, 채무장, 행정 서류, 편지, 낙서 등등-을 기초로 재구성해냈다. 그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1400년 전 당시를 현실처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행복과 불안, 고민이 뒤범벅된 평범한 삶. 당시가 좀 더 혼란스럽고 난폭한 시대였을지 몰라도 그들 역시 동일한 감정의 고비를 겪으며 살아간 게 분명했다.





* 천산북로와 천산남로에 대해


실크로드의 중앙부는 타림분지로, 타클라마칸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서쪽 끝 도시인 카슈가르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북쪽의 천산산맥(텐샨산맥)의 남쪽 기슭을 따라가는 길이 천산북로, 남쪽의 곤륜산맥(쿤룬산맥)의 북쪽 기슭을 따라가는 길이 천산남로입니다. 즉,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 가장자리 오아시스 길이 천산북로이고 사막 남쪽의 오아시스 길이 천산남로입니다. 이 두 갈래 길은 사막의 동쪽 끝 도시인 미란과 둔황에서 만나 다시 한 갈래가 되어 장안까지 이어집니다. 둔황은 서쪽에서 죽음의 사막인 타클라마칸을 무사히 건너온 것을 감사하고, 반대로 동쪽에서 무사히 사막을 건너기를 기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석굴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천산북로와 남로가 만나는 둔황에서 발견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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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8.01.28 06:16
    다른글은 안보이고 '탐험'이란 글자만 눈에 들어옵니다. 독후감을 볼 때 마다 양경화 회원님이 '얼마나 탐험를 하고싶어 하는지' 느껴집니다. 다음 학습 탐사 때 꼭 함께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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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1.28 06:16
    얼마전 티브이에서 티벳의 낭떠러지 길을 보여주던데, 길이란 사람이 필요하면 생기고 인적이 없어지면 자연이 환수해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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