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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난생 처음으로 제주도에 갔다. 겨우 1박 2일의 출장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어 제주시에서 가까운 목석원을 구경했다.


거기서 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했다. 거대한 나무에 청결하고 단아한 상아빛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이쁜 나무가 있나 싶어 그 앞에 앉아 한참을 쳐다보다가(왜 카메라를 안 가져 왔을꼬! 한탄하면서), 그냥 갈 수가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수첩에 그림을 그렸다. 나무 모양, 잎 모양, 꽃 모양...


돌아와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보고자 했지만, 그림만 가지고는 누구에게 물어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사게 된 책이 이유미 박사가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100가지>이다.


그 책에는 내가 찾는 나무가 없었지만 (몇 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산딸나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유미란 사람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나무 하나 하나가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 책을 읽은 후 5월에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에 가는 것이 꿈이 되었다. 이유미 박사가 일하는 곳. 우리나라 대표 수목원. 책에서 본 나무들도 다 있겠지. 아, 얼마나 멋질까!


불행히도 수목원이 평일에만 예약제로 개방하는지라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에 수목원에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임시 방학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생각! 지금이 바로 5월이다! 가자!!


여행 준비에 들어가면서 산 책이 바로 이유미 박사가 쓴 <광릉 숲에서 보낸 편지>이다. 제목대로 계절변화나 소소한 일상과 연계시켜서 나무나 풀에 대해 얘기해주는 책이다.


다른 책만큼 내용이 전문적이지 않지만, 저자 특유의 언니 같이 다정하고 사랑스런 말투 덕분인지 "그냥" 식물이 좋아진다. 책 덕분에 마음도 연해져서, 다음 주 수목원에 갔을 때는 이유미식의 눈빛으로 나무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수목원 여행이 더욱 설레는 것은 산딸나무 때문이다. 물론 이 나무는 주변에서 가끔 눈에 띄지만 제주도에서만큼 곱지 않았다. 책을 보니 수목원에도 산딸나무가 있다고 한다. 7년 전 눈만 마주치고 안타깝게 헤어진 여인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근데.. 저 동성애자는 아니구요... ㅎㅎ..)





사진을 올리는 법을 몰라서.... 제 이쁜 애인 구경하세요!


http://user.chollian.net/~k95092/doc/sg-sanddalna.html

 

*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꽃은 꽃이 아닌 '포'이며, 가운데에 있는 조그맣고 동그란 것이 꽃인데 수십 개가 뭉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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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숙영 2007.05.20 10:01
    이유미 박사님은 박사님 글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분입니다. 수목원에 가면 통나무로 지은 집이 있는데 거기서 일하고 계시지요.
    산딸나무 정말 멋지죠? 수국 꽃도 꽃잎처럼 보이는 게 사실은 '포'랍니다. '포'가 화려한 꽃들은 꽃이 너무 눈에 띄지 않아서 곤충들이 오지 않을까 봐 포를 화려한 꽃잎처럼 만들어 곤충을 유혹하는 것이지요. 일생일대의 소명,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곤충이 꽃을 찾아와 꽃가루를 묻히고 다른 꽃으로 가 줘야 하니까요. 정말 놀라운 지혜지요?
    저도 광릉 수목원 가고 싶네요. 수목원 안에 있는 산림박물관도 새로 꾸며서 멋지니 꼭 구경하세요. 나무와 함께 싱그런 하루 보내시기를 바래요! 혹시... 꽃을 보러 가고 싶으시다면 오대산 자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도 추천해요. 지금쯤은 붓꽃이, 8월에는 벌개미취가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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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7.05.20 10:01
    오늘 퇴근길에서 양경화님 애인을 만났습니다. 하하하
    계룡로 네거리(은하수 네거리) -> 갈마육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계룡로 네거리쪽에 조금 더 가까운 듯한 중간지점 오른편에 산딸나무가 있더군요.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고 왔습니다. 하얀 꽃이 꽃이 아니라는 포와 푸른색의 좁쌀 뭉쳐놓은 듯한 꽃이 정말로 있더군요. 양경화님의 애인을 우연히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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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영 2007.05.20 10:01
    딸기 나무라고 해서 붉은 꽃이려니 상상이 되더라구요. 사진을 보는 순간, 파 숭숭 썰어 놓은 육수에 수제비를 띄어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아름 다운 꽃을 보면서 말이예요. 우습죠? 화려하기 보다는 친숙한 느낌의 꽃을 저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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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7.05.20 10:01
    3년 전. 집을 구하기 위해 한달 넘게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걷다보니 동네가 마무리되는 곳까지 왔고, 상쾌하고 시원한 무언가에 이끌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입구, 과수원 저 멀리 오징어잡이 배들이 밝힌 불빛처럼 듬성듬성 들어선 가로등,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는 바다 위를 유영하는 듯한 배들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창문을 열자 늘어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나무들의 사열. 그 옆을 조심스레 지키던 자그마하게 웅크린 아담한 호수. 이곳에 오기 위해 그렇게 시간을 보낸 거구나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저는 창문을 열면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저만의 수목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며, 기분 좋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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