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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8 08:56

'초파리의 기억'을 읽고

조회 수 3522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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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기억





조너던 와이너, 1999(2006역)





약간의 생물학 지식만 있다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그냥 지나쳐도 좋다. 그렇지만 실제 생물학자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고 멋진 발견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멋진 발견들은 작은 시작, 부단한 노력, 끊임없는 열정과 인내 그리고 빠지지 않는 행운 등이 어우러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행동유전학’이라고 하는 분야를 개척한 시모어 벤저의 연구과정과 그 주변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일종의 역사책이다. 행동유전학은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생물의 행동과 유전자와의 관계를 다룬다. 벤저는 초파리를 사용한 연구를 통해 이 분야의 문을 열었다. 이 작은 곤충을 사용한 연구를 통해 시간감각, 구애행동, 기억과 학습 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규명되는 위대한 발견들이 이루어진다. 어떻게? 인내와 우연과 열정을 통해...


벤저가 걸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는 귀에 익은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뮬러(Muller, 1890-1967), 델브뤼크(Delbrueck, 1906-1981), 크릭(1916-2004)...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노벨상 수상자?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물리학자들이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현대생물학, 즉 분자생물학의 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인 벤저(1921-현재)도 물리학자 출신이다. 현대생물학이 물리학자들의 손에 의해 열린 것은 그들이 원자와 같은 근본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들은 생물학분야에 들어선 후 생물학적 현상(유전, 행동 등)들에서도 원자와 같은 것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이들은 또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이들 모두 슈뤼딩거(1887-1961)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좋은 책 한권의 놀라운 힘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또 한 명의 위대한 물리학자가 등장한다. 바로 리처드 파인먼이다. 그는 벤저의 실험실에 아들과 함께 들러 아들에게 초파리의 뇌를 보여달라고 벤저에게 부탁하곤 했다고 한다. 대학자들간의 인연이란....





책에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이 등장한다. 이것이 또한 책을 손에서 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


벤저의 모친이 브루클린에 사는 아들네에 다리러 와서 하나밖에 없는, 그것도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요즘 초파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말은


“그걸로 먹고살 수는 있는 거냐?” 그리고 며느리를 옆에 앉혔다.


“네 생각은 어떠니, 아가? 아비가 초파리 뇌를 연구한다는데 먼저 아비 뇌부터 연구해 봐야 하지 않겠니?”


좀 일찍 일어나 이 부분을 읽던 나는 혼자 끽끽 웃고 말았다. 


에피소드 2


초파리를 사용하여 기억과 학습을 연구하던 털리(벤저의 제자의 제자)는 연구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왓슨(DNA 구조를 밝힌 그 왓슨)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털리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를 왓슨에게 보고한다. 이 보고를 듣고 왓슨은 연구소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우린 이제 부자야!”





벤저 박사와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학자들에게는 역시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다. 책에는 이와 관련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벤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친구들에게 아들의 사진을 보고 싶냐고 묻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지갑 속에서 꺼내 보여준 것은 23쌍의 아들 염색체 사진이었다. 지금도 학회에서 유전자와 행동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든 아들의 염색체 사진을 보여줄 핑계를 찾는다고 한다.


하하하... 그리고 존경





나로서는 모처럼 부담없이 읽은 책이었고 지면으로나마 대학자들을 만나 즐거웠다.


생물학자들의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붙임) 재미삼아.....


생물학 연구에는 분야마다 모델생물이 있다.


예를 들어 대장균, 초파리, 꼬마선충, 애기장대 ...





1) 대장균(Escherichia coli)


; 왼쪽 사진은 바늘끝부분의 현미경 사진, 대장균은 정말 정말 작은 생물







2)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이슬을 사랑하는 동물’ 이란 뜻)


; 집파리(오른쪽)에 비해 너무 작다


  





3)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 작은 회충같네... 성체크기 1mm







4)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 ; 너무 평범한 식물


 





5) 생쥐(Mus musculus)








  • ?
    이재우 2007.06.18 08:56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들로 실험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삶은 로보트 만화에서나 보아오던 지라.. 생물학자들의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
    양경화 2007.06.18 08:56
    <생명-30억년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의 지독함에 질릴 정도입니다. 초파리에 미친 벤저의 뇌를 먼저 연구해야한다는 그 모친의 말에 동감해요. 그 열정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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