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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중국 사람들은 술을 먹고도 주정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좋은 민족성이다.”라고 칭찬하였다.

그러자 단재가 말하였다.

“술이란 것은 흥분제적 음료이다. 흥분제를 마시고도 흥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벌써 혈기가 쇠진되고 고갈되어서 주정도 할 수 없게 된 민족이다. 상해의 상륙유가라는 곳에 가서 열강의 해군들이 술을 먹고 주정하는 것을 보라! 그것이야말로 생기가 활발하여 취할 바 있는 민족성이라 칭찬할 것이다.”(572)



친척집에 가면 그집에 있는 책을 다 읽고 나왔다는 이야기나, 책을 잡으면 세수도 안하고 먹고 자고 싸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만 하고 책을 독파 했다는 이야기, 책을 잡으면 책 페이지를 세는 듯 술술 책장을 넘기지만 모든 내용이 머리속에 충실히 저장이 된다는 이야기, 1년간 절에서 수도승이 되어 불경을 독파했다는 이야기, 붓을 들어 사물을 논하면 신(神)이 동(動)하였다 하나 글씨는 어린아이들이 처음 배울 때의 글씨 같았다는 이야기, 나 같은 부류의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사실을 굽혀서 한족을 주(主)로 하고 제 나라를 종으로 하여 민족에게 노예 근성을 넣은 것에 분개하고 그 같은 책을 편찬한 무리를 죽일 놈들이라고 낯을 붉히고 분개 하였다는 이야기.

책 내에는 실제 <삼국사기>를 비롯한 잘못 기록된 역사서의 부분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 한 부분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잘못인지 나로서는 판단할 길이 없으나 그는 이 책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 아니라 장갑선(나무 판으로 배 전체를 감싼 것)이라는 거북선, 김유신이 영웅호걸이 아니라 음흉한 정치가였다는 이야기도 관심 가는 읽을거리였다.



가끔 보던 드라마 ‘주몽’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해모수는 북부여의 수장이고 금와는 동부여의 수장인데 해모수와 유화 사이에서 주몽이 잉태되었을 때 신분이 달랐던 유화를 버린 해모수를 떠나 금와와 함께 하며 주몽을 낳았다고 한다. 그 뒤 주몽이 자라 과부 소서노를 만나 그녀의 재정적인 뒷받침을 받으며 고구려를 건립한다. 여기서 소서노와 관련된 드라마와는 다른 이야기가 있어 기록하여 두려 한다.

이 글은 모두 훗날의 나를 위해 쓴 것이다. 역사와는 상관없다고도 할 수 있을 티브이 드라마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데서 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말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관심 갔던 부분 중 하나가 주몽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드라마와의 가부 여부를 판단하는 재미였는데, 이를 빼고 이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어디를 얼마만큼 가져다 썼고, 어디서 어디 까지는 허구고 하는 따위의 것들이 내게는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주몽’이 끝나기 전에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일게 한 책이다.



소서노가 우태의 처로서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낳고 과부가 되었다가 추모왕에게 개가하여 재산을 기울여 추모왕을 도와 고구려를 창건하였음은 이미 본장 제3절에서 서술하였다.

추모왕이 그 때문에 소서노를 정궁으로 대접하고 비류,온조 두 아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하였는데, 유류(후의 유리왕)가 그 모친 예씨와 함께 동부여에서 돌아오자, 예씨가 태자가 되고 비류, 온조 두 사람의 신분은 덤받이 자식임이 드러났다.

그래서 비류, 온조가 상의하여 말하기를, “고구려 건국의 공이 거의 우리 모친에게 있거늘, 이제 어머니는 왕후의 자리를 빼앗기고 우리 형제는 기댈 데 없는 자들이 되었으니, 대왕이 계실 때에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대왕께서 돌아가신 후에 유류가 왕위를 이으면 우리는 어디에서겠느냐. 차라리 대왕께서 살아계신 때에 미리 어머니를 모시고 딴 곳으로 가서 딴 살림을 차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고는 이 뜻을 소서노에게 고하여, 추모왕에게 청하여 다수의 금은보화를 나누어 가지고 비류, 온조 두 아들과 오간,마려 등 18명을 데리고 낙랑국을 지나 마한으로 들어갔다.

마한에 들어가니, 이때의 마한왕은 기준의 자손이었다. 소서노가 마한왕에게 뇌물을 바치고 서북으로 백리 떨어진 땅 미추홀과 하북위례홀 등지를 얻어 소서노가 왕이라 칭하고 국호를 <백제>라 하였다.(176-177)



최수종의 연기가 맘에 들던 드라마 ‘대조영’에 나왔던 연개소문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갓쉰동(연개소문)이 영희에게 말했다.

“내가 7세에 집을 떠나던 일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아마 우리 부모가 도사의 말을 믿고 나를 버렸다가 후일에 다시 찾으려고 한 것 같다. 나도 집에 돌아가면 귀인의 이들(아들의 오타인 듯)이니, 너와 결혼하자.”

그러자 영희가 대답하였다.

“나는 귀인의 아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의 아내 되기를 바란다. 만일 네가 사나이가 아니라면 비록 네가 귀인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나의 남편이 못 될 것이고, 네가 사내라면 비록 종이라 하더라도 나는 너 아니면 아내가 되지 않을 것이니, 너는 너의 포부를 말해 보아라.”(427)



이렇게 재밌는 역사를 중, 고등학교 시절 나는 왜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역사란 국사와 세계사란 이름으로 달달 외워야만 하는 머리 아픈 과목이라는 변명으로 나의 게으름을 변명할 순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때가 신기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놀라운 그만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남긴다.



그는 영문을 독학하여 기본의(E. Gibbon)의 로마사까지 자유자재로 송독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란 단어를 <네이.그흐.바우.어>라고 발음하였다. 나는 끽경천만(너무나 놀라고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진언하였다.

“그 중에 사음(死音)이 있으니 <네이버->라고만 발음하시오.”

그는 태연히 대답하였다.

“나도 그거야 모르겠소? 그러나 그건 영국인들의 법이겠지요. 내가 그것을 꼭 지킬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이오.”(582)





내가 잘못 들을 때 자네도 잘못 말했지

바로 잡으려도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

인생으로 태어난 게 원래 잘못이거늘

잘 틀리는 자가 결국에는 성인이 된다네(583)















  • ?
    최선애 2007.03.10 09:00
    재우오빠~저도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 ?
    이병록 2007.03.10 09:00
    저도 읽을려고 독서목록에 포함했습니다. 문화사도 나왔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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