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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의지와 이기적 유전자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진경환


 

 

한스 콘후버는 실험을 통해, 인체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선행하여 발생하는 뇌의 준비전압(Readiness Potential)을 발견하였다. 준비전압은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보다 1초 정도 앞서, 서서히 상승하는 형태의 전압이다. 이같이 우리의 움직임에 1초나 앞서 뇌가 반응하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역할이 축소된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번 가을학기 생명과학 수업 텀프로젝트로, 각 조별로 연구 주제를 선정하여 연구논문 한 편 작성과 연구한 것에 대해 PT 발표를 하는데, 우리 조는 뇌의 준비전압에서 모티프를 얻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이란 주제를 잡고 연구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생명활동의 목적과 특성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 논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연구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자유의지의 실체를 밝히고,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통해 그러한 특성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던지며 종결된다.

 

"자유 의지(free will)는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이 자유 의지를 전적으로 가지는지, 부분적으로 가지는지, 전혀 가지지 못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어 왔다. 자유 의지에 관한 문제는 인과 관계에서 인간 자유와 자연 법칙의 비중을 얼마로 볼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자유의지', 위키백과

 

앞에서 준비전압을 통해 자유의지의 존재성을 추론한 것과 같이, 인간의 자유의지는 그 동안의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 역할 또는 비중이 통념과는 달리 적을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은 자연 법칙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자연법칙의 관계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유전자 결정론은 자연법칙에 비중을 두는 이론 중 하나이다.

 

먼저, 유전자 결정론(Genetic Determinism)이란, 유전자가 개체의 표현형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하나의 표현형(phenotype)이 하나의 유전형(genotype)과 대응되거나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유전학의 발전과 활발한 연구 덕분에, 우리는 전에 설명하지 못하였던 수많은 질병과 증후군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가 인간의 선천적인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개체의 행동까지 결정한다는 것은 '자유의지'를 가진 우리들이 듣기에는 거북한 생각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심지어는 비만, 그리고 음주 습관까지도 특정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로센불러(W.C. Rothenbuhler)는 꿀벌의 위생적인 행동이 유전자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꿀벌은 부저병(foul blood)이라는 전염병에 걸리는데, 벌집 속의 애벌레가 이 병에 걸릴 경우, 꿀벌은 이를 발견하는 즉시 벌집을 뜯어내고 감염된 애벌레를 버린다. 그런데 로센불러는 잡종 1세대의 벌 중에서 상당수의 벌이 위생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잡종 실험을 거듭하여, 벌의 위생적인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특히 흥미를 끄는 사실은, 벌의 위생적인 행동 중에서도 벌집을 뜯어내는 행동과 애벌레를 버리는 행동이 각각 개별적인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벌의 위생적인 행동이 유전요인에 의한다는 사실은 개체가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유전자의 세밀한 조작 혹은 지시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자유의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주말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는가? 우리는 자신이 행한 모든 일을 자신의 의지에 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은 실험을 통해 준비전위가 인간의 의지적인 행동을 결정하기 0.2초 전에 일어나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어떠한 행동을 시작(initiate)하는 것은 뇌의 의식적 활동이 아닌, 무의식적 활동이며, 인간의 자유의지는 단지 이미 시작된 행동을 중지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인간은 제한된 자유의지만을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

 

최신의 연구결과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하여 회의적이기만 하다. 몇 개월 전에는,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의식적인 행동에 대한 뇌의 무의식상 준비활동을 기존 1초에서 7초로 확장시킨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과학학술지 네이쳐 뉴로사이언스지 실리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처럼 제한된 자유의지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먼저 개체가 의지라는 것을 갖게 된 배경부터 설명한다. 그것에 따르면, 유전자가 개체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된 것인데, 이는 포식자의 공격이 도사리는 환경 속에서 매 시각 급변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체가 직접 의식을 갖고 행동하도록 진화하였고, 그 진화의 산물이 바로 신경계, 그리고 뇌라는 것이다.

 

개체의 의식활동은 유전자와는 독립적으로, 개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곧 생명활동의 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이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의 존재성과 일치하는가?

 

인간의 제한된 자유의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유전자는 개체의 반란을 막기 위해 개체에게 제한된 자유의지만을 허락하는 동시에 개체에게 주체의식과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심어주어, 개체를 통해 자신의 영속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선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의식적인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등의 뇌 영상을 분석하여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분야를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한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는 뉴로마케팅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G텔레콤 등 기업에서 뉴로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자유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텀프로젝트의 PT는 인간이 과연 자유로운 존재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괴테의 명언을 메시지로 던지며 끝을 맺는다.


"None are more hopelessly enslaved than those who falsely believe they are free"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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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08.11.23 15:12
    제가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여서 읽어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듭니다.
    1. 왜 의식상태에서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까요?
    2. 말씀하신 ‘개체의 반란’이란 결국 유전자의 이익(생존과 복제)에 반하는 행위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생명체는 대부분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반하는(따라서 유전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때로 관찰되는 이타적 행위들도 사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이타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전자가 그것이 속한 생명체에게 주체의식과 자유의지와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별로 소득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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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경환 2008.11.23 15:12
    1. 단순히 반응속도만 놓고 본다면, 무의식 상태에서 무조건반사하는 방식이 더 빠르죠. 그러나 이것은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일뿐, 이런 방식으로는 개체 스스로 급변하는 환경을 인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의식이라는 것은 생존의 주체인 유전자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체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자연선택)하면서 생겨난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2. '개체의 반란'은 말씀하신 것처럼 유전자의 생존에 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아직까지 인류를 비롯하여 그 어떤 생명체도 진정한 생존주체를 파악하지 못했고, 또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방식은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만약 '제한된 자유의지'를 극복해내고 스스로 생존의 주체가 된다거나, 오히려 이러한 제한된 자유의지 때문에 전 인류가 멸종 당하여 인간 유전자까지 사라지게 된다면, 그 때에는 이것이 결국 소득없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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