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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by 양경화 posted May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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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을 공부한 나는 이제껏 이러한 사실을 배우지도, 깨닫지도 못했다. 이 책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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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은 인간이 만든 것이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자연과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은 아니다.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철학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그 철학은 지구의 수많은 종 중 오직 homo sapience에만 한정될 것이다.


 

과학은 여러 학문 중의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며, 모든 학문을 포괄한다.





인문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창이라면, 과학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 전체를 바라보는 창이다. 자연과학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시력과 상상력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다.


예리하게 닦여진 직관에 의해 세상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인 우리는 우리의 직관을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보는 (공통의) 창이 필요하며, 그것이 현재까지는 과학이다.





과학이라는 것이 더러운 창인지, 진하게 색칠이 된 창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오직 그 불완전한 창을 통해 세상을 볼 뿐이다. 그 외에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이라는 창의 크기는, 곧 인간 사고력의 한계다.

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사고” 자체이다.


세상에 대한 이해는 과학 없이는 쉽게 무너지며, 확장될 수도 없다.

자연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외부로 향한 창을 더 넓히는 과정이다.


인류의 역사를 수백만 년으로 볼 때 과학의 역사는 불과 몇 백 년에 불과하다. 과학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과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주의 끝자락에서 새어나오는 한 줄기 미약한 빛. 그 빛은 우주를 향한다. 신에게 그 빛은 무시해버릴 수도, 어리석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우주 에너지의 한 형태인 우리는, 눈알을 돌려 자신의 망막과 시신경의 작용을 바라보는 최초의 생명체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 그것이 이룬 도시, 사회, 문화, 기술... 이 모든 것이 생명현상이다. 이것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들은 계속 진화해갈 것이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포의 발생이라는 극미의 세상을 읽으며, 나는 계속 우주를 생각했다.

보는 수단이 현미경이냐 망원경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보는 것은 인간 너머의 광대한 세상이고 역사인 것이다.





살아있음도, 죽음도 인간의 환상이다. 나는 그대로 있다. 다만 존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고로, 우리는 불멸의 존재다.





나의 몸은 40억년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세포들은 과거의 기억대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들은 나의 명령을 받지 않고, ‘저절로’ 그렇게 한다.

 

나는 박테리아가 고도로 조직화한 사회다. 그렇게 나는 살아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호모 사피엔스인 나는 그들에게서 무엇이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연과학을 통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을 통해 우리의 우월성을 뽐낼 수는 있겠지만, 자연과학을 통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이룬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하여 공부를 한다.

이에 더하여, 사회에 그대로 적응해버리지 않기 위하여 공부를 한다.


우리는 공부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바꾸어 간다.


즉, 공부는 생존의 조건이자 진화의 수단인 것이다. 또한 생명현상의 일부이다.


따라서...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이것은 지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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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쓰기 위해서는 나의 설익음과 모자람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위의 생각들을 적어도 될지 한참 망설였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과연 내 생각이 옳은가? 편협한 것은 아닐까? 충분히 숙고한 것인가?


사춘기 때의 일기처럼, 분명 시간이 지나면 지워버리고 싶어질 것 같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미숙한 것이 부끄럽다고 쓰기를 멈추면, 언제야 완전한 것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죽기 직전까지도 내 글은 미숙할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신비롭다. 마굴리스의 이 책은 전문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시 같기고 하고, 철학책 같기도 했다. 미숙할지라도 내게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책의 앞 뒷 날개가 메모로 빡빡하다.





이제야 명확해진 것 같다. 왜 과학인지, 왜 공부인지, 왜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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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s say science takes away from the beauty of the stars-mere globs of gas atoms. I, too, can see the stars on a desert night, and feel them. But do I see less or more?”





시인들은 과학이 별들의 아름다움을 뺏어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가스 원자들의 덩어리를 말입니다. 저 역시 황량한 밤의 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내가 보는 것은 더 적은 건가요, 아니면 더 많은 건가요?   -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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