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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내내 독서클럽에서 처음 뇌과학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일이 떠올랐다. 하바드 정신의학과 교수로 있는 앨런 홉슨의 '꿈'이었다. '뇌'에 과학이란 용어를 붙인다는 것 자체로 이색적인 만남이었다. '과학'이란 대명사가 마지막 타부(Taboo)로 남아있는 인간의 '뇌'까지 넘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의문을 품은채 나의 '뇌과학 입문기'가 시작됐던 것 같다.

라마찬드란을 만나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처음 만난 올리버 색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라마찬드란이 저술한 책엔 그림자 처럼 올리버 색스의 서평이 따라 다닌다. 올리버 색스의 글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의 군더더기 없는 한줄짜리 서평만 보고도 주저없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이번 책 역시 올리버 색스의 서평이 들어가 있다. 한술 더해 일본의 대표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의 서평이 찬사에 찬사를 더해줬다.

" 라마찬드란의 글에 올리버 색스가 추천사를 썼다. 이것만으로도 이 글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다른 설명은 필요없다." - 요로 다케시 '바보의 벽', '유뇌론' 저자

올리버 색스 역시 정신과 의사들 조차 미쳤거나 기이한 증후로 분류한 환자들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화성의 인류학자'를 통해 환자들의 불가사의한 증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냈다. 이 논리의 중심엔 환자의 두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라마찬드란 역시 그런 궁극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환상사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 어떤 회로가 만일 출생 때부터 고정배선되어 있다면, 이는 나중에 변경될 수 없는 것일까? 성인의 두뇌는 어느 정도 변경될 수 있는가? "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본문 곳곳에서 라마찬드란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문점을 해쳐가는 과정에서 단서가 될 만한 괄목할 과학적 업적을 이뤄낸 동료 과학자에 대한 찬사를 아까지 않는다. 101회 독서토론 ' 의식의 탐구'로 익숙해진 크리스토프 코흐와 프랜시스 크릭의 경우가 그렇다.

" 프랜시스 크릭과 크리스토프 코흐는 감각질이 일차감각구역의 아래 층(lower layer)들에 있는 일련의 뉴런에서 생긴다는 기발한 제안을 했다. 그곳이 바로 여러 고위 기능을 수행하는 전두엽으로 투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

요즘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뇌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강좌 수강생 중에 의식의 탐구를 번역한 김미선 씨가 함께 하고 있다. 저자는 아니더라도 코흐라는 인물을 알게해준 분과 함께 강좌를 듣는 다는 사실만으로 학습효과에 적지않은 영감과 속도감을 더해 주고 있다. 덤으로 알 리니어스의 'i of vortex'라는 책을 번역중에 있다는 정보까지 접하게 되었다. 또 한권의 역작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된 사실인데, 이 책 두뇌실험실은 라마찬드란 박사의 전작인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보다 앞서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번역기획에서 출판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고 같은 시기에 번역 계약을 한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가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좋은 책 한권이 빛을 보기까지 출판기획자와 번역가의 노력이 절대적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아니 찾아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좋은 책은 좋은 출판기획자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는 말을 새삼 떠올렸다. 앞서 언급했지만 추천사와 서문을 써준 올리버 색스와 요로 다케시 등 두뇌와 의식연구에 일생을 바친 연구자 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을 거의 읽어 갈 무렵(2월 5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에 들러 두 가지 보물을 발견했다. 첫째로 달라이 라마, 과학을 만나다(뇌과학과 불교의 질문과 대답)라는 책이다. 초판이 1월30일 인걸로 보아(그날 이후 거의 매일 서점을 방문한 터라), 어제 서점에 등장한 책으로 보인다. 불교와 정신과학이 서로에게 줄수 있는 통찰력을 연구하기 위해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좌담하는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다. 반가운 것은 좌담에 참석한 인물중에 안토니오 다마지오, 앨런 홉슨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책을 구입하고 서점을 나오려는 순간 좌판에 꽂혀 있는 'Time'지를 보라고 전두협이 신호를 보냈다. 커버 스토리에서 뇌과학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잡지를 펼쳐보니 스티븐 핑거, 안토니오 다마지오, 다니얼 데닛 같은 신경과학자들의 반가운 얼굴과 글이 실려 있었다. 두뇌 실험실에서 언급됐던 환상사지 환자 중 한쪽 다리를 잃은 후 섹스를 할때마다 환상다리에 성감을 느낀다는 환자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야호' 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정말 이런 상황에서 야호라는 말을 쓰나보다. 정말 우연이 찾아 오는 것 같다).

Time지(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1580416,00.html) 웹 사이트에 가면 CBS News와 공동으로 기획한 뇌과학에 대한 특집방송을 볼 수 있다. <그림 1>은 표지와 특집 순서이다.

 


1. 의식의 비밀(The Mystery of Consciousness)

2. 두뇌의 새로운 지도(The New Map of Brain)

3. 스트레스를 다루는 6가지 방법(6 Lessons for Handing Stress)

4. 두뇌는 어떻게 회로를 바꾸는가?(How the Brain Rewired itself)

<그림 1> 타임지 브레인 특집 표지 & 순서

라마찬드란 박사는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두뇌작용의 관련된 생각들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열망에 빠져있다고 했다. 책을 지필하기 된 동기로 국립보건원의 연구비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지원해준 납세자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나의 공개 독후감 발언에 지지를 해준 회원들에게 보답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다. 마음 같아선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 라마찬드란을 인터뷰 하고 싶지만, 우선 5년여 동안 이 책을 번역한 신상규(현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센터)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할것이다. 기간은 3월 중으로 회원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공개적으로 약속한다. 회원들이 내 글에 지켜보겠다는 댓글을 써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이 책은 내 서가에서 족히 한달은 순번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말을 끝으로 독후감을 마치려 한다.

" 우리의 삶, 희망, 성공, 동경 등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두뇌의 뉴런활동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굴욕적이기 보다 우리를 고귀하게 만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론이나 진화, 특히 신경과학을 포함하는 과학은 우리가 우주 속에서 어떤 특권적 지위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계를 관조하는' 사적이고 비물질적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느낌은 실제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조자이기는 커녕 우주 속 사건의 영원한 성쇠의 일부라는 깨달음은 우리를 대단히 자유롭게 해준다. 이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겸손함을 도야하도록 해준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훌륭한 직감 뿐이다."

참고 1
이 책을 포함한 뇌과학 관련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세포(Cell)와 뇌 구조의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저술한 책이긴 하지만, 곳곳에 시상하부,기저핵, 측두엽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학지사에서 나온 '인간 뇌 해부도 입문'을 추천한다.!

참고 2
온라인 전자사전 위키피디아에 나온 라마찬드란의 개인 정보
http://en.wikipedia.org/wiki/Vilayanur_S._Ramachandran

참고 3
라마찬드란 연구실 홈페이지
http://psy.ucsd.edu/chip/ramabio.html

참고 4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마음> 4부 '기억을 버려라'
라마찬드란 박사가 나옵니다. 필요하신 분은 복사해 드릴께요.
" 창의성이란 시를 통해 개발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창의성을 위해 많은 시를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라는 것은 전혀 무관한 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준다. 시적은유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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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7.02.07 09:00
    홈페이지 접속 불안으로 약속보다 하루 늦은 7일 아침에 일어나 올립니다. 쓰기는 어제(6일) 다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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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02.07 09:00
    저도 이 독후감을 기다렸습니다. 정말 훌륭하세요. 문경수씨의 열정이 샘처럼 흘러 넘치는 게 느껴져요! 나도 한 컵 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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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07.02.07 09:00
    좋은 소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문경수씨의 열정은 많은 회원님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자극을 받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니 이 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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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02.07 09:00
    문경수씨,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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