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21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경과학자인 수전 배리는 마흔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평평한 세계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시였고 입체를 보지 못했다. 입체시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읽기도 어렵다.

  두 눈에서 오는 정보가 융합하는 대신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안과의사가 몇 번 눈근육 수술을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수전은 양쪽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달라 무의식적으로 뇌가 한쪽 눈에서 들어오는 상을 억압해서 제거해버렸다. 한쪽 눈을 15도 안으로 돌려 맹점에 상이 맺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순되는 상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했다.


  평평한 세계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계는 평평했고 자전거나 차를 운전하면 불안했다. 처음 운전대 앞에 앉았을 때 다가오는 차에 깜짝 놀랐고 아무것도 없던 데서 차와 보행자들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수전은 신경과학자로 시신경은 결정적인 시기에 배선이 되고 변화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자신이 검안의 루지에로 선생을 만났을 때까지는 그랬다. 마흔여덟 살에 루지에로 선생을 만나 브룩 끈 등을 이용한 시각훈련치료를 받았다. 어느 날 진료실을 나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평범한 운전대가 새로운 차원을 띠고 있었다. 훈련받은 시신경 시냅스와 뉴련이 변화한 것이다.




  시각훈련으로 입체시를 보다


  운전대가 자체의 공간 속에 둥실 떠 있었고, 운전대와 계기판 사이에는 손에 잡히는 부피의 빈 공간이 채워져 있었다. 들뜬 채로 한쪽 눈을 감자 운전대의 위치는 늘 보던 ‘정상’으로 돌아갔다. 계기판 바로 앞에 납작하게 놓여 있었다. 다시 감은 눈을 뜨자 운전대가 수전 앞으로 떠올랐다.




  입체시가 발달하기 위한 결정적 시기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때였다. 다음 날에는 싱크대의 수도꼭지가 수잔을 향해 뻗어 나왔으며 샐러드에 들어 있는 포도는 전에 보았던 어떤 포도보다 둥글고 알찼다.




  3차원을 본다는 황홀한 마약주사를 맞자 수전은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자동차 범퍼, 열린 문, 나뭇가지, 큰 건물의 바깥 모서리,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었다. 등을 대고 누워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 그물처럼 얽혀 있는 3차원으로 보여 수전은 경치를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차원의 신비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가 수전 배리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뉴요커’에 발표하자 많은 매체가 그녀를 주목했다. 수전은 책에서 마법과도 같은 3차원 세계로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일반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3차원 시각’을 매혹적으로 신경과학과 연결해서 그려냈다.




  헬렌 켈러는 저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산해)에서 두 눈이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무감각한지 놀란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마침 숲속을 오랫동안 산책하고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별거 없어.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눈이 멀쩡한 사람들도 실제로는 보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어떻게 한 시간 동안이나 숲속을 거닐면서도 눈에 띄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까요? 나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만 촉감만으로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있는데 말입니다.”




  입체시로 보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보는 3차원 세계에 젖어있어 입체시의 경이로움을 잊어버린다.




  ‘3차원의 기적’은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세계로의 특별한 여행이다. 영화 아바타만 3D세계를 획기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다. 수전은 책을 통해 인간의 감각, 특히 시각이 우리에게 준 놀라운 선물을 풀어 준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6 [문학일기 11] 석유종말시계/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시공사 정광모 2011.03.08 2199
1275 [문학일기 10] 기드온의 스파이/ 고든 토마스/ 예스위캔 정광모 2011.02.23 2349
» [문학일기 9] 3차원의 기적/ 수전 배리/ 초록물고기 정광모 2011.02.12 2199
1273 위대한 두 진리: 과학적 자연주의와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융합 이정모 2011.02.04 2231
1272 에릭 캔델의 '기억을 찾아서'를 읽고 2 신동찬 2011.01.26 2643
1271 [문학일기 8]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마음산책 정광모 2011.01.21 2230
1270 1만년의 폭발/ 최초의 남자 7 최유미 2010.12.21 2565
1269 고대왕국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선 / 이근우/ 인물과 사상사 2 최유미 2010.12.19 2140
1268 제국의 미래, 에이미 추아지음/ 이순희 역/ 비아북 4 최유미 2010.12.16 2367
1267 [문학일기 7]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 산책자 1 정광모 2010.12.14 2600
1266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역 3 최유미 2010.12.12 3313
1265 블랙홀 이야기 3 최유미 2010.12.06 2346
1264 셜록 홈즈 vs 아르센 뤼팽 4 장준오 2010.12.05 2816
1263 자연과학 [문학일기 6] 엉클 텅스텐/ 올리버 색스/ 바다출판사 file 정광모 2010.11.30 3152
1262 [문학일기 5] 아파야 산다/ 샤론 모알렘/ 김영사 2 정광모 2010.11.19 4412
1261 [문학일기 4] 밀레니엄/스티그 라르손/아르테 2 정광모 2010.10.31 2148
1260 [문학일기 3]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제프 호킨스/멘토르 3 정광모 2010.10.21 2571
1259 신은 없다? 위대한 설계(스티븐 호킹 저)를 읽고 든 느낌... 7 정길호 2010.10.19 3821
1258 자연과학 한 권으로 충분한 양자론 김양겸 2010.10.16 2928
1257 문학예술 [문학일기 2] 마녀의 한 다스/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 정광모 2010.10.02 269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