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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일기 7]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 산책자






  나는 저녁 밥상에 오른 달걀을 보고 있다. 이 달걀은 어디에서 어떤 과정   을 거쳐 생산됐을까? 달걀 포장 박스를 봐서는 알 수 없다. 아무리 궁금해도 결코 내가 먹는 달걀 농장을 볼 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면 아침에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왔다. 달걀은 따뜻했고 닭 깃털이 몇 개 붙어 있었다. 할아버지가 귀한 달걀을 드셨고 가끔 내게도 차례가 왔다. 외할아버지가 씨암닭을 잡았는데 나는 갈라놓은 닭 뱃속에 다른 크기로 줄을 이은 성숙하고 있던 달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녁 밥상에 오른 달걀은 어디에서 왔을까? /생산과 소비의 분리


  그 시절에 내가 먹은 밀떡과 동치미와 쌀은 내가 보는 곳에서 생산했고, 내 입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음식 재료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제는 배달 치킨이나 삼겹살, 만두를 먹으면 이 재료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되풀이된다. 


 내가 먹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완전하게 분리되어 버렸다. 김해에서 농사를 짓는 장모님은 이웃들이 시장에 내놓는 채소류에 마지막으로 취하는 조치에 몸서리를 친다. 자신과 가족들이 먹지 않는 시장 상품은 그렇게 되고 만다. 현대 음식의 비극이다.


  그럼 피터 싱어가 묘사한 닭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 닭은 여러 세대 동안 최소한의 최대한의 고기를 제공할 수 있게끔 개량되어왔다. 이제 닭들은 1950년대의 조상들보다 세 배나 빠르게 성장하면서 먹이는 3분의 1밖에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이 끊임없는 효율성 추구는 그만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닭의 근육과 지방의 증가 속도를 뼈 성장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브로일러 닭의 90%가 다리를 절고 있으며, 26퍼센트가 고질적인 뼈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브로일러 닭들은 죽기 전까지 삶의 20펀센트를 만성적인 고통 속에서 보내는 유일한 가축이다. 닭들은 돌아다니지 않는데 너무 밀집한 상태로 사육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걸을 때 관절이 너무 쑤시기 때문이다. 때로는 척추가 부러지며 마비가 온다. 마비 상태에 빠진 닭은 모이나 물을 먹고 마시지 못하며, 굶주림 또는 갈증으로 죽게 된다.”




  급하게 성장하는 닭이 겪는 괴로움


  도살하는 과정은 어떨까.


  “도살 라인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전기 수조에 이은 자동 목 절단기도 미처 전부 다 처리하지 못하고 약간의 닭을 살려서 보내게 된다. 그런 닭들은 의식이 남아 있는 채로 다음 단계로 간다. 펄펄 끓는 물이 담긴 탱크에 빠지는 것이다. 정보자유법에 따르면 산 채로 튀겨지는 닭은 미국에서만 매년 3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독자가 이 페이지를 읽고 있는 동안 11마리의 닭이 산 채로 튀겨지는 셈이다.” 




  돼지와 소도 마찬가지다. 놓아서 기르지 않는 한, 효율을 추구하는 공장식 사육 시스템은 무자비하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 동물의 딜레마』에서 엄청난 양의 옥수수와 단백질 및 항생제로 키우는 송아지를 묘사하고 있다. 원래 풀을 먹고 사는 동물이 이제는 옥수수를 먹고 살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 때는 소들이 도축되기 전까지 4~5년을 살았다. 1950년대에는 2~3년이었다. 지금은 겨우 14~16개월이다.




  옥수수 양육과 항생제 


  풀을 먹여 소를 키우면 도축 무게에 이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문제는 돼지와 닭, 소가 슬리퍼나 고무장갑 같은 공산품이 아니라 생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 반해서 사육하게 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소들이 먹는 엄청난 약물과 해결되지 않은 사육장 오염 문제가 그 하나이다.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책은 연어와 새우 양식 과정을 보여준다.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공장식 시스템은 비슷한 시스템과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 소비자는 착할 따름인가? 동물 학대에 눈을 돌리고 맛있는 고기를 싸게 구입하려는 우리는 면책되어 마땅한가?




  대안인 유기농 업체가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 유기농 축산업체는 닭과 돼지를 놓아서 기른다. 그런 곳에서 생산한 고기와 달걀은 가격이 몇 배 비싸다. 유기농은 식량에 관한 한, 증조할머니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신석기 시대 밥상이 최고일지도 모른다.


  그럼,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저자는 세 가족을 탐방해서 식사 패턴과 음식에 대한 생각을 취재해서 들려준다. 


  세 가족의 식사 패턴


  1) 힐러드 - 니어스티머 가족의 식사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현대인의 보통 식단


  대형 마트에서 한꺼번에 쇼핑,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주로 외식




  2) 매서렉 - 모타밸리 가족의 식사


  채소 위주, 해산물과 고기를 섭취하는 잡식주의 식단


  마트에서 꼼꼼히 살핀 후 유기농 식품 구입, 양심적인 식당에서 외식


   


  3) 조앤 - 조 파브 가족의 식사


   동물성 성분을 완전히 거부하는 채식주의 식단


   지역 협동조합 매점에서 오직 유기농 채소류만 쇼핑




  어느 쪽이 나을까. 윤리의식만이 아니라 생활비 문제가 있다. 유기농은 비싸다. 호주머니는 넉넉하지 않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하는 시대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도 1) 식단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시골에서 김치와 쌀과 채소를 보내주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시면 더 그렇게 될 것이다.   


  책 원제는 The Ethics of What we Eat 이다. 2006년에 원서가 나왔다. 저자인 피터 싱어는 실천윤리학자, 그러니까 철학자다. 공동저자인 짐 메이슨은 농부이자 변호사다. 참, 책에는 자폐증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 얘기도 나온다. 그녀는 자폐증 환자라서 소처럼 보거나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맥도날드가 거래하는 농장에 인도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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