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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기 6] 엉클 텅스텐/ 올리버 색스/ 바다출판사   

 책의 저자는? 맞다. 그 사내다.「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화성의 인류학자」같은 신경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쓴 의사다. 노벨 논픽션 문학상이 있다면 당장 받아 마땅할 그 분이시다.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으면 이 사람 이전에도 수많은 신경 전문의가 있었을 터인데 어떻게 이런 탁월한 저서를 독창적으로 써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겁 없는 꼬마 실험자, 올리버 색스


  이 책은 그 의문을 해소하는 올리버의 성장 경험담이다. 차이가 있다면 성장기에 인간의 뇌와 신경보다는 화학에 푹 빠져 지냈다는 점이 다르다. 부모가 의사였던 올리버는 고향인 영국 런던의 저택에 뒷방 실험실을 만든다.




  “뒤뜰과 연결된 덕분에 실험 도중 불이 나거나 무언가 끓어 넘쳐 유독 가스가 생기면 얼른 들고 나가서 잔디밭에 버리면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끔 불똥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나가 내동댕이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님은 불안해하며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계획을 짜놓으라고, 불이 나거나 폭발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12살 전후였는데 그 때는 런던에서 실험용 청산가리도 쉽게 구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는 화학에 대한 열정이 넘쳐 집집마다 우리의 김치냉장고처럼 실험실이 있었다고 한다. 청산가리를 가볍게 손에 넣을 정도니 다른 실험재료 쯤이야, 올리버는 현대판 연금술사가 되어 실험에 푹 빠져든다. 




  올리버 색스는 의사였던 부모를 비롯해 야금학자, 화학자, 선생님들로 가득한 유대인 대가족에서 태어났다. 별명이 ‘텅스텐 삼촌’이었던 텅스텐 전구 제조업자인 데이브 삼촌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올리버는 연못 다리 위에 올라가서 불붙은 나트륨을 던지거나 전지와 전구, 분광기와 사진에 이르기까지 온갖 실험을 마음껏 해본다. 실험을 통해 그는 원소와 화학 원리를 온 몸으로 깨닫는다.




  한국의 교육계와 자녀를 둔 부모는 부러울 따름이다. 어린 올리버는 미래의 화학자를 꿈꾸며 해방된 삶을 살았던 것이다.




  14살의 해부실습/ 유대인의 교육


  유대인들이 어떻게 예배를 하고, 교육을 시키는가 하는 구체적인 실례도 나온다. 과격한 시오니스트부터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잘 어울려 지내는 온건한 유대인까지 다양한 군상이 나오는데 비록 지금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또 하나의 괴물로 변했지만 그들의 교육은 알아줘야 한다.   


  올리버의 부모는 올리버가 14살 때 동료 교수에게 해부학 실습을 부탁했고, G교수님은 올리버를 해부실로 데리고 가서 14살 소년에 맞게 준비한 14살 소녀의 다리 한 쪽을 해부해본다. “G교수가 먼저 대퇴부를 절개하여 지방을 가르고 근막을 드러내 보이면서 여러 가지 요령을 가르쳐주더니 내 손에 해부용 메스를 쥐어주었다. 그러고는 30분 뒤에 돌아와 진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내가 다리를 완전히 해부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이었다.”




  14살, 중학교 1학년이 벌써 해부실습을 하다니! 올리버 색스가 신경학자로 성장한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어느 날 올리버는 그토록 자기를 황홀하게 한 뒷방 실험실을 빠져나와 새로운 성장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신경과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2차 대전을 겪으며 올리버는 인간의 고통을 방치하는 신에게 분노하며 유대 신앙에서 멀어진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간의 뇌와 신경을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의 문학클럽 경험과 문필 실력


  참, 올리버는 학교에서 문학클럽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 셋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클럽에서 올리버가 회장을 맡았다. 클럽에서 발간하는 자주색 인쇄물 <선인장>에는 학생과 전문가뿐만 아니라 가끔은 실제 작가의 글도 실렸다. 그런데 어느 날 올리버를 호출한 교장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색스, 문학클럽은 해체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더듬거리며 물었다.


  “해체라니요. 선생님?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잔소리가 많아!”


  “하지만 이유가 뭡니까, 선생님?”


  “이유를 너한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클럽을 해체하겠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할까?”


  뭐, 한국이나 영국이나 고리타분한 선생과 교육의 힘은 강력한 모양이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익힌 문학의 도움을 받아 올리버의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어릴 때의 꿈과 열정


 올리버는 1997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친구가 보낸 주기율표와 텅스텐 막대기를 보면서 이 책을 쓸 결심을 한다. 어릴 때 본 화학 책을 뒤적여 보면서 열네 살 때 죽었다고 생각했던 화학에 대한 열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밤이면 자주 화학 꿈을 꾼다. 6족과 6주기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은 텅스텐은 꿈속에서 뉴욕 6번가 교차로의 이름이 된다. 그리고 스칸듐으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주석이 말을 하는 꿈도 꾼다.




  소중한 어렸을 때의 꿈, 오늘 한국의 교육은 어린이에게서 꿈을 빼앗고 있다. 장담하건대, 그래서는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올리버 색스같은 신경학자가 나오기도 힘들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더더욱 멀어진다. 한국의 흉측하기 짝이 없는 서열 위주의 대학입시제도와 초등학교부터 볶아대는 점수판을 보노라면 각개약진하는 부모와 사회의 탐욕이 말아 먹는 한국의 장래가 개탄스럽다.




  책은 악마의 저주인 ‘절판’의 주술에 걸려 있다.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보아야만 할 형편. 하지만 아동교육과 화학, 올리버 색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도서관에서 손에 집어 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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