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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기l 4] 밀레니엄/스티그 라르손/아르테




  흥미진진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내 경우에는 지하철역을 놓치게 하는 책이다.


눈을 들어 두 번째 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머리에 담아두지만 몇 장 넘기고 고개를 들면 한 역을 지나치고 있다. 이런 흥미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뇌가 잡은 예측보다 스토리가 한 발자국 먼저 나가서 그렇지 않을까? 그러면 뇌는 끊임없이 예측을 수정하고 다가올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안달을 하게 된다. 밀레니엄은 지하철역이 아니라 기차역도 놓치게 하는 흡인력을 자랑한다.




  주말 저녁에 흥미있게 볼 작품으로 밀레니엄을 따라 잡을 작품은 많지 않다. 밀레니엄은 작품 속의 시사고발 월간지 이름이다. 스웨덴의 독립언론사 기자였던 작가가 쓴 밀레니엄은 책을 손에 들면 놓기 어려운 마법을 보여준다.




 흥미진진함의 기준


  스웨덴 하면 노벨상이 떠오른다. 조립식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도 유명하다. 그리고 가족 중심의 소수 오너와 이들에게 충성하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발렌베리그룹도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세우고, 최대의 상업방송 TV4와 일간지를 소유하기도 했다. 가문은 기업의 상당 재산을 발렌베리 재단에 내놓아 스웨덴의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는데 가족 중심의 경영을 하지만 스웨덴 국민에게 존경받는 가문이다.




  3부작인 밀레니엄의 1부는 가족그룹인 반예르 그룹에서 38년 전 실종된 하리예트 반예르를 추적하면서 사건이 이어진다. 소설에서 반예르 그룹은 망해가고 있고, 발레베리 가문을 뒤집은 것과 같은 반예르 가문의 추악한 내부 구성원과 그들 사이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개성 그 자체, 리스베트 살란베르


  스토리의 템포는 느리다. 별 관련없는 얘기들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기어를 4단으로 올리고 고속질주를 한다. 그러면서 앞에서 흩어놓은 관련 없어 보이는 얘기가 퍼즐조각으로 맞춰진다. 그냥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사회파라는 말을 하나 덧붙인 추리소설이다. 스웨덴의 여러 기업과 방송, 언론의 깊은 사정이 흥미진진하다. 1부는 밀실 미스터리로 보이기도 하지만 간결하고 핵심만 보여주는 문장으로 긴장을 고조시킨다.


  2부는 스웨덴의 정보기관인 사포와 신비의 인물인 살라의 정체를 추적한다. 2부에서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가족과 그녀의 특이한 행동의 이유가 밝혀진다. 3부는 살란데르를 둘러싼 스웨덴의 정치계와 정보기관, 사포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살란데르의 보조역으로 보일 만큼 그녀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은 그의 글쓰기 강좌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묘사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원동력을 작품이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막 1부가 나온 작품의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는 독자의 편지를 자주 받는데 곧 죽을 사형수에게서 결말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으니 나에게만 살짝 알려달라는 섬뜩한 편지도 들어온다.




  스토리와 플롯의 힘


  38년 전, 14살에 실종한 반예르 가문의 하리예트 반예르는 과연 죽은 것일까, 죽었다면 누가 죽인 것일까. 미스터리를 풀면서 기묘하고 특이한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나타난다. 사회 부적응자이자 천재 해커이며 보안업체 개인정보 조사원인 그녀는 2000년대의 사회추리소설에서 등장함직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책의 뒤표지에는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 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프랑스 독자의 말이 쓰여 있다. 인구 910만 명인 스웨덴에서 280만 부가 팔렸고, 유럽 12개국에서 번역돼 1,000만부가 넘게 팔렸으니 책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한국의 무역흑자는 엄청나지만 문화, 예술분야에서는 적자다. 문학 분야의 적자도 말할 나위 없다. 하루키의 작품 하나로 일본에게 넘어가는 돈이 얼마일까? 해리포터 시리즈로 문학수첩이 벌어들인 돈은 엄청나지만 그보다 더 한 돈이 25%까지 인세를 주었다는 영국 출판사로 넘어갔다. 외국에서 히트 친 한국작가작품은 없다고 해도 좋다. 그건 번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작품은 흡인력이라는 점에서는 뒤떨어진다.




  어쨌든 깊은 가을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활약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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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0.10.31 04:19
    어느 정도의 경제는 이루었으나 문화다야성에서 실패했습니다.
    서구화와 새마을 운동에 전통종교 문화가 다 없어지고
    얼마 안 남은 전통문화마저 서구문화의 범람으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류는 잠시이고 뿌리깊고, 샘이 깊은 일본 중국 문화에 경쟁력도 곧 떨어질 것입니다. 그나마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불교 문화도 수쳔년 전통의 유불선 중 유와 선의 현 상태와 같은 소수 종교인의 문화로 전락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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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현 2010.10.31 04:19
    언제 시간이 많이(?) 생기면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정광모님 말씀처럼 한국에서도 흡입력이 있는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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