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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기 3]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제프 호킨스/ 멘토르




      인간처럼 생각하는 지적 기계는 가능한가? 그런 기계를 만들려면 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 지적 기계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휴대폰 컴퓨터, 최근 우리가 스마트 폰이라고  부르는 기계를 선구적으로 만든 탁월한 전자공학자인 제프 호킨스는 대담하게 포괄적인 뇌 이론에서 출발한다.




  그는 피질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기억 -예측 기본 틀’ 이란 이론을 제시한다. 컴퓨터 설계자이니 신경과학자보다 뇌 이해가 뒤질 것 같은 선입견은 거두자. 책은 대중저서답게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면서 기존의 뇌과학들이 놓친 맹점을 뚫고 들어간다.




 이 책은 타 분야의 전문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뇌 연구를 하면 얻는 장점을 보여준다. 그가 뇌를 공부하는 목적은 지적 기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 책의 원제는 On Intelligence이다. 지적 기계를 만들기 위해 뇌를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원저는 2004년에 나왔지만 번역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다.


  


  포괄적 뇌 이론이 없었다.


  인간 두뇌처럼 작동하는 지적 기계를 만들려면 포괄적인 뇌 작동 이론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대다수 신경과학자들은 포괄적인 뇌 이론에 별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뇌의 수많은 하위 체계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지는 의문이지만 실용적인 공학자로서는 그렇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컴퓨터를 더 지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실패만 거듭해 왔다.




 왜 계속 실패할까?  컴퓨터와 뇌는 다르다. 뇌에는 있지만 컴퓨터에는 없는 지능이란 무엇인가? 왜 여섯 살짜리 아이는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를 멋진 자세로 건너다닐 수 있는 반면에, 우리 시대의 첨단 로봇들은 좀비처럼 허우적대는 것일까? 현재의 컴퓨터를 더 용량이 크게, 더 빠르게 만들면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걸까?




  사고 실험 - 중국어 방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을 보면 기존의 컴퓨터가 지적 기계가 아니라는 게 이해된다. 사고 실험을 물리학만이 아니라 철학에서도 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버클리 대학교의 철학교수 존 설은 1980년 컴퓨터가 지적이지 않으며 지적으로 될 수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어 방이라는 사고 실험을 제시했다.


  한쪽 벽에 구멍이 하나 있는 방이 있고, 그 안의 책상 앞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놓여 있다고 하자. 그는 명령문들이 담긴 두툼한 책을 갖고 있고, 연필과 종이도 충분하다. 책에는 한자들을 조작하고 정리하고 재배열하는 영어로 적힌 명령문이 가득하다. 명령문들에는 한자의 뜻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나와 있지 않다.




  방 밖에 있는 누군가가 구멍을 통해 종이를 넣어준다. 종이에는 이야기 한 편과 그 이야기에 관한 질문들이 적혀 있다. 모두 한자로 적혀 있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은 한자를 읽는 법도 말하는 법도 모르지만 종이를 집어서 규정집에 있는 대로 처리한다.




그는 부지런히 기계적으로 책에 적힌 명령문대로 재배열하고  베끼고 옮기며 따라 한다. 마침내 그는 명령문대로 일을 다 끝냈다. 책에는 그 종이를 구멍을 통해 내보내라 라고 되어 있다. 그는 종이를 내보면서,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을 왜 시키는지 궁금해 한다.




  바깥에서 중국인이 그 종이를 읽는다. 그녀는 모두 정답이라고 말한다. 통찰력까지 엿보인다고 한다. 그 답들이 이야기를 이해한 지적인 존재가 내놓은 것인지 물으면, 그녀는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생각이 옳을까? 




  중국어 방은 디지털 컴퓨터에 딱 맞는 비유이다. 방 안의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명령문들을 그대로 이해하는 CPU이고, 책은 CPU에 명령문을 입력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며, 적는 용지는 메모리 장치이다. 컴퓨터는 아무리 잘 설계해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며 지적이지도 않다.


  컴퓨터 딥 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기지만 체스가 뭔지는 전혀 모른다.




  피질 조직은 모두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 뇌는 컴퓨터가 엄청난 용량과 프로그램을 동원해도 쉽지 않은 일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일까? 제프는 마운트캐슬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모든 피질 영역이 수행하는 공통의 기능, 공통의 알고리듬이 있다고 결론 내린다.




  피질은 명함을 6장 쌓은 높이의 6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는 피질의 6개 층을 오르내리며 아래위로 서로 주고받으며 처리된다. 그리고 그 일을 피질 전부에서 똑같이 처리한다고 본다. 시각은 청각과 다르지 않으며 청각은 운동 출력과 다르지 않다. 피질 조직 자체는 어디에서나 똑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소리를 듣고, 빛을 보고, 압력을 느끼지만, 뇌 속에서 이 정보들은 근본적으로 아무런 차이도 없다. 활동 전위는 활동 전위일 뿐이다. 뇌 안은 고요하고 어둠뿐이다. 순식간에 전파되는 이 신경 흥분들은 처음에 어떻게 생겼든 간에 모두 똑같다. 당신의 뇌가 아는 것이라곤 패턴뿐이다. 뇌는 패턴 기계이다.




  피질 기억의 특성 - 자동 연상 회상, 불변 표상


  우리의 신피질은 복잡한 생물학적 자동 연상 기억 장치이다. 깨어 있는 매순간, 매 기능 영역은 익숙한 패턴이나 패턴 일부가 입력될 때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그녀가 나타나면 당신의 뇌는 그녀와 관련된 패턴들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매초 그런 일을 무의식으로 하고 있다.


 


  당신은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임을 인식한다. 그녀는 당신을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약간 비스듬히 있기도 하며, 옆모습만 보일 경우도 있다. 그녀는 웃거나, 곁눈질하거나, 하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환한 빛 속에서, 그늘 속에서, 혹은 기이한 각도로 비치는 조명 아래에서 볼 때도 있다. 그녀의 얼굴은 무수한 표정을 짓고 무수한 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망막에 다다르는 빛의 패턴은 달라지지만, 당신은 그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린다.




  무언가를 보거나 들을 때, 피질은 고도로 구체적인 세세한 입력을 받아서, 그것을 불변 표상으로 전환시킨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건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우리는 크기와 모습이 다른 여러 수십 종류의 개를 보아도 단숨에 ‘개’라고 인지하는 걸까?  플라톤은 인간이 불변표상을 지니는 점에 주목하여 이데아라는 철학이론을 만들어내었다. 그 이론은 황당하지만 불변표상이 고대 철학자에게 준 충격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그녀라는 불변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과정을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피질은 예측 기관이다.


  제프는 과감한 이론으로 나아간다. 예측 사례를 설명하고, 예측은 신피질의 주된 기능이며, 지능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피질은 예측 기관이다. 행동도 예측의 부산물로 보는 것이 가장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기억과 예측을 피질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본다.




  기억 - 예측 기본 틀


  피질은 당신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지 끊임없이 예측하며, 그런 예측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예측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것이 감각 입력과 결합할 때 지각이 된다. 그는 이런 뇌 이론을 지능의 ‘기억 - 예측 기본 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든 예측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당신이 태어날 때 갖고 나온 예측 능력은 없다. 당신은 피질의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패턴 기억 덕분에 그것을 배운 것이다.




  지능의 미래


  제프는 기억하고 예측하는 뇌 세포들의 능력과 알고리듬을 설명하고 바로 이 책의 목적으로 뛰어든다. 우리의 피질 알고리듬, ‘기억 - 예측 기본 틀’을 실리콘에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지적 기계의 속도와 용량, 복제 가능성, 감각 기관의 문제가 있다. 그는 낙관적으로 이 문제들이 해결되리라 믿는다. 지적 지계에 어떤 감각 기관을 심는가? 그는 한 예로 대륙 전체에 50킬로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날씨 감지기를 든다. 인간의 오감을 넘어선 낯선 감각들을 심는 것이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비롯한 인간의 감각은 제한되고 불완전하다.




  그는 가까운 장래에 ‘기억 - 예측 기본 틀’에 따른 지적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컴퓨터 공학자로서 행동파인 그는 이 책을 낸 2004년 후에 ‘진짜 두뇌를 가진 기계’를 만들기 위해 2005년 3월 뉴멘타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뉴멘타라는 그가 제안한 ‘기억 - 예측 기본 틀’를 구체적인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상용화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이후 ‘기억 - 예측 기본 틀’의 구체화된 알고리듬은 ‘계층적 시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로 뭘하지?


  저자는 스마트자동차와 전력사용 감지기 등 무궁무진한 사례를 든다. 컴퓨터 설계자답게 실용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기계가 뭘 할지는 우리가 미리 알기 어렵다. 처음 전기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그 용도를 몰랐다. 지금은 전기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든 전기문명 시대이다. 전기를 쓸 곳이 이렇게 급속하게 많아질 줄 처음 발견자도 몰랐을 것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뭘 하든 그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면 인간 뇌의 이해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 기계는 피질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감각하고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고 기억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한 컴퓨터 공학자가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쓴 책이라 독특한 통찰이 번뜩인다. 그는 생물학과 컴퓨터과학의 중간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가 만든 지적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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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주 2010.10.21 17:31
    잘 읽었습니다. 저자에 대해 백북스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뇌에 대한 좀 더 실용적 이해를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저자의 정열적 탐구에 놀랐습니다. 학문적 이해가 아닌 기술로의 활용방안에 대한 촛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큰 즐거움은 아니었기에 대충 띄엄 띄엄 읽었는데 정광모님의 글이 정리가 되는 느낌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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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0.10.21 17:31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젊었을 때 뇌에 대해서 공부했어야했는데...
    지금은 국제정치 관련 분야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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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욱 2010.10.21 17:31
    정광모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한권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 만한 훈련도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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