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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이라고! 그 작자 대중 소설가잖아! 책은 잘 팔리고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곧잘 만들지만, 글쎄 스토리 밖에 없거든.

  순수문학을 하는 분들 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킹의 작품은 아예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많다. 순수문학, 정말 수상한 말이다, 어째야 순수한 문학일까?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읽으면 광적인 팬에게 사로잡힌 베스트셀러 작가가 팬의 요구대로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끌어 왔을까 궁금증에 걸린다.

  책장을 덮으며 스릴러나 공포소설로 접근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멋있게 썼다면 노벨문학상 감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소설가라도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렵다. 주제와 스토리, 묘사 같은 부분 말이다.




 스토리의 제왕


  최근에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으며 걸작이야 하며 감탄했다. 예전에는 무척 지겨웠는데  이제는 왜 재미있고 멋있게 보일까? 어쨌든 킹이라면 보바리 부인이 비소를 먹고 자살하는 장면을 몇 십 페이지씩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스토리의 제왕이니까.




  미국 동부의 인구 천 명 넘는 체스터스밀 마을이 갑자기 투명한 돔에 갇힌다. 돔은 땅으로 수 킬로 뚫고 들어가고 하늘 끝까지 닿아 누구도 빠져 나가지 못한다. 누가 이걸 설치했는지는 뒤로 미뤄두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소설깨나 읽은 사람은 바로 눈치 챌 것이다. ‘밀실’ 모티브다.




  천 여명의 사람이 갑자기 밀실에 갇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설의 처음은 돔이 마을을 둘러싸면서 터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묘사한다. 마을의장의 부인이 경비행기를 탄 채로 돔에 부딪쳐 죽고, 정원을 손질하는 여자가 내려온 돔에 손목이 잘려서 죽으며, 겁도 없이 투명한 돔으로 차를 몰다 튕겨나가 죽고. 돔의 위력과 실체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건을 통해 밝혀나간다.




 마을이 투명한 돔에 갇히다 

  이쯤 되면 슬슬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워진다. 이 돔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누가 이걸 조종하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킹은 노련한 작가답게 그 의문과 문제 해결을 3권의 끝까지 밀고 나간다.




    자, 상상을 해보자. 마을이 밀실로 변하면 당연히 마을을 장악하려는 나쁜 놈이 나타난다. 권력욕과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만인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악당이다. 원래 착한 인간도 밀실에 들어가면 별 짓을 다하는데 애초에 마약도 제조하던 나쁜 놈 같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소설에서 악당은 마을의회 부의장인 빅짐이다. 그리고 살인을 일삼는 빅 짐의 아들 주니어를 비롯한 악당 무리들이 질세라 줄을 잇는다.




  악당이 있으니 악당에 대항해서 싸우는 주인공이 빠질 수 없다.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전직군인이자 체스터스밀 마을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바비다. 돔 안은 인간사회의 축소판이다. 진실을 폭로하려는 언론인, 좋은 목사, 광신도, 정신없는 경찰이 마구 뒤엉킨다.


 악의 편인 빅짐을 따르는 사람과 선한 쪽인 바비를 따르는 사람들이 사로 공격하고 방어하며 얽혀 사건이 꼬리를 문다.




  누가 돔 안에서 살아남는가?


  또 하나는 밀실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이다. 천 명이 넘는 미국 시민이 돔 안에 갇혔으니 미국 정부가 가만있을 리 없다. 돔을 향해 첨단미사일도 쏘고, 고농도 화학액체도 뿌려보지만 돔은 끄떡도 않는다. 돔은 마을 사람들을 거의 전멸시킨 후에 우여곡절과 서스펜스 속에  사라진다.




  물론 주인공 바비와 그를 따르는 몇 사람은 살아남는다.


  이렇게 돔 안과 돔 바깥을 둘러싼 사건과 상황은 서로 교차하면서 긴박감을 더 높인다.




  소설은 미국의 소규모 마을에 사는 인물과 그들 생활을 무척 생생하게 그린다. 600쪽 짜리 3권 책인데도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 책장을 후딱 넘기게 할 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




  스티븐 킹은 자신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무엇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갈파했다. 상징이니 주제니 하는 문예창작과에서 가리키는 이론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얼마나 킹의 작품 결말이 궁금했으면 사형수가 제발 나에게만 소설의 결말을 살짝 말해달라는 섬뜩한 편지를 보냈겠는가? 사형수는 그 결말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을 사로잡은 묵시록 분위기


  ‘언더 더 돔’에는 미국 사회와 기독교인을 사로잡는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잘 묘사된다. 광기에 젖은 기독교인이 나와서 대형 사고도 친다. 




  또 돔 안의 마을은 기온이 올라가고 물이 마른다. 대폭발이 돔 안에서 일어나면서 거대한 폭풍이 돔 안을 휩쓸고 산소가 거의 사라진다. 마침내 생존자들은 자동차 타이어에 빨대를 꽂고 헉헉대며 숨을 쉬기에 이른다. 온실효과와 기후변화에 대한 악몽 같은 예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스티븐 킹이 사건을 엮어나가는 힘은 대단하다. 킹에게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고 인물들을 창조해내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문을 닫고 글을 쓰라, 그러면 백일몽이 그대를 스토리의 나라로 데려다 줄 것이다.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뮤즈는 게을러 터져 절대 먼저 찾아오지 않는다.




참, 그러고 보니 주인공 곁에 악착같이 붙어 있어야 모진 시련에서도 살아난다는 할리우드 영화 공식을 스티븐 킹도 따르고 있다. 아닌가? 스티븐 킹의 작법을 할리우드가 따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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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1.05.13 07:38
    현재 집필중인 소설은 언제나 출간되는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 ?
    정광모 2011.05.13 07:38
    앗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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