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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에 이어서..)


 


 


지금부터는 잡스와 나의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너무 칭찬만 해도 재미가 없잖은가?


 


잡스는 자신의 열정의 대상을,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 이라 했고, 이점에 있어 나름 성공했다.


인정한다.


(이는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이상형으로 그린 '위대한 기업' 과도


 많은 유사성을 지닌다.)


또한, 자신이 세상에 큰 기여를 했고, 그 구체적 결과물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것 역시 인정한다.


 


다만, 과연 스티브 잡스 효과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70억 인구 중, 절반가량 될까?


너무 많은가?


그러면, 한 20억 명 정도는 될까..?


그 정도 된다면, 나머지 50억 명은 잡스와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


 


 


최근 인류의 기술발달 속도가 대중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며,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자책, 3D TV 같은 제품들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나도 한, 두 가지는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던 기간 중,  밤 12시가 넘어서 귀가를 한 적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큰 교차로를 몇 차례 지나야 하는데,


집 근처의 큰 교차로 신호가 마침 내 차 앞에서 바뀌는 바람에 횡단보도


맨 앞 정지선에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다.


무작정 기다리기가 지루에서 평소처럼 차 밖의 밤 풍경을 관찰하던 중,


한 젊은이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그는 대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신호등이 보행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그런가? 유심히 바라봤더니, 자신의 (아마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느라  미처 신호가 바뀐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자동차 크락션을 울려 알릴까도 싶었지만, 워낙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교차로 이다보니 별 의미가 없었다.


그는 상대편 횡단보도에서 출발한 사람이 자신이 서있던 곳에 도착하는


기미(幾微)를 느끼고서야,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고 결국, 신호등의 색이


빨간불로 바뀌고 나서야 길을 모두 건넜다.


이 상황을 우연찮게 보면서,


그 추운 겨울, 밤 늦은 시간에 무엇이 그 젊은이의 넋을 빼놓은 것일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조차 잊게만드는 디지털 기가가 과연


문명의 이기(利器) 만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대화보다는 메일,  메일보다는 문자,  문자보다는 메신저,  메신저보다는 SNS가


주된 소통수단이 되었고,


연인이나 친구를 바로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자력으로는


헤어 나오질 못하는 현실의 인간 군상(群像)을 보면서,


우리는 점점 정보의 노예로 전락해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憂慮)가
든다.


또한, IT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이 마치, 문명의 장벽을 넘지 못한 패배자처럼


여겨지는 여러 모습들의 사회문제를 접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아날로그(analogue)적 정서가 뭉클스럽게 그리울 때가 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디지털 난민’ 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을 일컫는다.


1980년대 학창시절 ‘나이키와 아식스 운동화’ 가  있는 집 자식들을 대변했듯,


지금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가 또 다른 격차의 사회현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잡스와 애플이 이들을 위해 자선활동의 선행을 펼쳤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선(慈善)과 지역사회로의 화원이 기업의 또 다른 필연의 사회적 책무라


나는 생각한다.


(애플은 전 세계적인 기업이니, 지역사회는 세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이 디지털 난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적자생존에서 점점 밀려나야하는 나를 비롯한 열등한 존재는 새로운 문명의


선택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


(잡스와 애플이 지향(志向)하는바, 대로라면 말이다.)


소외된 자들을 위한 디지로그(Digilog) 와,

따듯한 휴먼 IT 가 절실한 것은 나 혼자만의 바램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애플의 제품을 개인용으로 소장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더니,


그 내면에는 풀리지 않는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 딜레마는,


폐쇄 vs 개방,


통합 vs 분열,


통제 vs 자율,


집중 vs 분권..


 


이러한 상호 대칭적 가치들 중에서 그간 우리에게 알려진 암묵적(暗黙的)이고,


선의(善意)적인 선택은 후자 쪽(개방, 분열, 자율, 분권) 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전자(폐쇄, 통합, 통제, 집중) 를 선택했다.


이것은 분명, 동양적 가치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가치들이다.


이는 마치,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에 대한 상호간의 대칭적 구도를 보는 듯하다.


애플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명분 대신,


매끄럽고 단순한 사용자 경험 창출과 통제된 희소적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잡스의 접근 방법이 가진 단점은,


사용자들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잡스가 만들어놓은 업적으로만 본다면, 폐쇄, 통합, 통제, 집중에 대한


선택이 우위(優位)를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세상에 완전하거나 일방적인 것이 없듯, 

잡스가 주장하는 바에도 나름의 장점과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간 가져왔던 나름의 오해와 편견을 털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개방, 분열, 자율, 분권의 가치들이 제대로 대접 받기를 희망한다.


 


아무튼, 이 두 사조(思潮)에 대한 결론은, 좀 더 지켜보고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광팬이거나,


컴퓨터와 IT산업의 변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권 할 만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925페이지가 부담스러운 회원께서는 향후 스티브잡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나올 예정이라 하니 무리하지 마시고,


영상으로 감상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이 두 동갑내기는 마치, 시대가 만들어낸


숙명의 라이벌이자,  쌍생아(雙生兒)같은  운명적 교감을 이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2012년의 관점에서는 그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 애플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나는 대중들의 변덕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중 우리에게 어떤 방식이 더 이로운 것이 될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당분간 애플의 독주는 계속될 것 같다.


 


삼국지에 ‘사제갈주생사마(死諸葛走生司馬)’ 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하다’ 라는 뜻이다.


이미 잡스가 빌게이츠와의 공통분모(共通分母)에 대해 상당부분을 자서전의


주요 소재로 쓴 이상 언젠가 만들어질지 모를 빌 게이츠의 전기는


이미 거품이 빠져버린 샴페인 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자서전으로도 게이츠는 잡스를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만약, 잡스가 이 독서평을 읽는다면 내게 무어라 말할까?


 


 


삼가 고인의 평안한 영면(永眠)을 기원한다...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Stay hungry Stay foolish.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 더 홀 어스 카탈로그 1971년 최종판 뒤표지 -


 


"위대한 예술품은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확장시키지!"


 


"예술가로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고 싶다면,


 너무 자주 뒤돌아보면 안 됩니다.


 그동안 무엇을 해 왔든, 어떤 사람이었든 다 버릴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무시는 일종의 학대이다."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입니다.


 그 영혼이 결국 여러 겹의 표면들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겁니다."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물건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최고의 동기부여라 할 수 있지요."


 


"애플이 아이패드 같은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늘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보리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 ?
    이병록 2012.02.23 11:38
    10년 전에는 고교 동창회장을 하면서 동창주소록을 우체국에서 사이버로 바꾸면서
    나름 디지탈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자가진단을 한다면
    그 흔한 홈피도 없고, 번호를 누르는 전화기 등 영락없는 디지털 난민....
    제리미 리프킨이 접속의 시대라고 했는데
    페이스에는 접속하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 ?
    정남수 2012.02.23 11:38
    잡스가 얼마나 기행을 일삼고 괴팍하게 살았는가는 차치하고
    그가 만들어낸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산물들은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죠.
    두께에 쫄아서 아직 사놓기만하고 읽지는 못했는데,
    별 네개짜리 평이니 얼른 날잡아서 시작해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 ?
    현영석 2012.02.23 11:38
    오래 전 사다놓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 숙제를 주시는군요. 참 잘 정리해주셨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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