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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잡스 (Steve Jobs)"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925페이지..
내 기억대로라면,
(내 지난 독서량이 협소(狹小)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껏 읽은 책 중에서 (사전이나, 종교경전 그리고 수험서를 제외하고)
단행본 도서로는 두 번째로 많은 분량의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상당부분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분량만큼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다.
책의 두께와 부피로 인해 손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불편함이 많았지만,
(그것이 설령 고육지책(苦肉之策) 이었다 하더라도)
이 전기(傳記)를 500페이지씩 두 권으로 나누는 것 보다,
불황속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여 단행본으로 엮은 민음사 측의 선택이
달가웠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버려짐, 선택받음, 특별함,
반항심, 고집, 냉소, 깐깐함, 변덕, 오만(傲慢),
냉정과 열정, 완벽주의자, 강박증, 음악광, 카리스마,
호기심, 도전정신, 채식주의자, 괴짜,
자기애(自己愛)성 인격장애자, 또라이, 그리고 천재...


글을 쓰면서 떠올랐던 단어들이다.



이 책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 이라는 전기 작가가
스티브 잡스 살아 생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본인과 나눈 대화들과,
그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내용들을 정리하는 형식으로
집필되었다.
(참고로, 월터 아이작슨은 위인들의 전기를 전문으로 집필해왔는데, 
 주요작으로는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키신저 전기 등이 있다.)



자신을 강연회에 초청한 대학생들 앞에서 서슴없이 LSD경험을 물어보고,
CEO 전용 주차공간 대신,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는 사람,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타는 자동차 번호판마저 부착하지 않는 사람,
주말 새벽 두시에 자신과 회사를 비판하는 블로거와 한바탕 서전(書戰)을
벌이는 사람..
15세 때 마리화나를 시작했고, 채식주의와 동양종교에 심취하였으며,
히피(hippy, 자연찬미주의자) 이자, 보헤미안(Bohemian, 자유주의자) 이였고,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향정신정 의약품) 예찬론자였으며,
그루(Guru, 영적지도자) 를 찾기 위해 인도를 7개월 동안 여행하기도 했던 괴짜가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Icon) 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나름
객관자적 시각으로 기술(記述)하였다.



기존에 읽어왔던 전기들이 개인의 업적을 중심으로 대필 작가로부터 분칠된
일면(一面) 만을 다루었다면,
이 스티브 잡스 전기는 비교적 인간적인 모습을 전면에 비춘다.
괴팍하고 냉소적이며, 자식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와 같은 인간적 흠결(欠缺)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써 그의 고뇌하는 모습을 느끼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마치, 조선시대 임금들의 행적들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실록(實錄)을 관람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것 역시 성공이란 미사여구(美辭麗句)적 수식(修飾)과 함께
덮어지지만 말이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던 옛말도 있잖은가?)



나는 지금껏 애플(Apple) 의 제품을 개인용으로 소장해본 적이 없다.
그 흔한 MP3도 지금껏 여러 대를 사용해왔지만, 정작 아이팟을 사용한 적이 없고,
데스크톱 PC, 노트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매킨토시, 아이패드,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아무튼, 애플과 나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의 상상력과 창조, 그리고 혁신의 아이콘이 왜, 하필
스티브 잡스 이어야 했는가? 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1970년대 당시, 잡스처럼 마리화나를 즐기고, 긴 머리에 샌들을 신고 다니던,
서부 해안지역의 히피 천재들은 그 외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이와는 좀 별개였던 빌 게이츠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많은 복합적 요소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 결과이겠지만,
나의 간략한 결론은,
그의 ‘운명적 요소’ 가 크다는 것이다.
그 운명의 중요한 교차점에는 다음과 같은 ‘만약’ 의 사건들이 존재했는데,

‘만약’
, 잡스가 실리콘 밸리 근처에서 살지 않았다면,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리드대학(Reed Collage) 에서 세리프체와 산세리프체에 관한
캘리그래피 서체(書體)수업을 청강하지 않았다면,
PARC(제록스의 팰러앨토 연구 센터) 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애스펀에서 열렸던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바우하우스(Bauhaus) 의
디자인 세계를 보지 못했다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애니메이션 예술에 빠져들지 않았더라면,
암(癌, cancer) 에 걸리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변혁의 시대(1950년대) 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나아준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더라면..

이 만약의 사건들이 실제 했다면, 잡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의 업적을
대신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약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운명적으로 그 시대에 가장 걸맞고, 필요한 것을 스티브 잡스가 끄집어낸 것이다.


그러면, 이 대목에서 무엇이 스티브잡스와 애플을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라는
의문이 생겨야 한다.
나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기술과 예술을 인문학으로 융합해 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잡스는 그것을 근거로 해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식의 것을 추구했다.

둘째는,
심플하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이 주는 매력을 간파해낸 것이다.
잡스는 제품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의 귀재였다.
당시 제조분야의 사조(思潮)는 제품에 디자인을 맞춰오는 방식이었는데 반해,
애플은 기존의 회사들과 달리 제품의 디자인을 먼저 생각한 후,
그 디자인에 맞게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제품의 설계를 한 것인데,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한 관심은
애플의 제품(製品)을 차가운 기술로 무장한 IT 기계가 아닌,
감성이 살아있는 이 시대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은 기술의 씨앗을 가지고, 애플만의 방법으로 꽃피우는 것,
이것이 애플혁신의 비결이었다.
소수의 마니아를 가진 별 볼일 없던 컴퓨터회사에서, 창조와 혁신의 대명사가 된
IT기업 애플로 탈피탈각(脫皮脫殼) 한 것이다.


솔직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것은 거의 없다.
1990년대 와일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 역시 이렇게 밝힌바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실제 아무것도 한 게 없기 때문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일컬어 천재라고 일컫는 까닭은,
‘기술과 제품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통합하려는 발상과 구체적인 시도’ 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의 통합은 조합 혹은 상호간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것이 애플의 성공 비결이고, 최근의 ‘융합과학기술’ 의 중요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예로 애플은 온라인 음악장터나, MP3 플레이어를 발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 두 가지를 스티브 잡스가 조합해 낸 것이다.
아이팟(iPod) 이 다른 MP3 플레이어보다 더 성공한 이유는,
아이튠즈(itunes) 라는 음악장터와 결합했기 때문이고,
이처럼 두 가지가 결합되어, 다른 일방소통 제품과의 격차를 벌인 것이다.
그는 이러한 쌍방소통적 결합을 끊임없이 찾아왔고, 그것이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

이 전기에는 여러 흥미요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986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퇴출(退出) 되는 장면인데,
훗날, 잡스 자신이 말하길,
‘만약 애플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을 것’ 이라
했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있어 많은 교훈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1997년 당시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그야말로 그는 돌아온 탕아(蕩兒) 였고,
패자(敗者) 의 역습이었으며,
제다이(Jedi) 의 귀환이었다.


이 책으로 인해,
잡스 예찬론,
스티브 영웅 만들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본다.
애플의 CEO가 되지 않았다면, 종교집단의 교주가 잘 어울릴법한 사람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변태(變態)적 독재자임은 분명해보이나, 비판을 수용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용(誤用)되는 표현인 변태 즉, 성적 이상자가 아니라, 
 여기서의 변태는 ‘일반적 개념의 정상적 범주를 넘어서는’ 이란 뜻이다.)


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는 인간형은 아니지만,
내가 그를 높이 평가하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20대에 이미 억만장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돈의 노예로 살지는 않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권력의 승계에 있어 올바른 권한 이양 방식의 본(本) 을 보인 것이다.

셋째는,
그가 부족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룬 업적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제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 한다.
나 역시, 상당부분 동의를 하면서도,
우려와 함께 희망의 여지(餘地)를 동시에 품는 대목이다.
이점에 있어 스티브 잡스 역시, 개천출신 이다.
물론, 그 시대였기에 가능했던 일, 일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독립(獨立)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 만큼 의지력이 강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점에 있어서는 경의(敬意)를 표한다.

1등이 계속 1등을 하는 것은 별다른 감동이 없다.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가 일방적인 우세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스포츠 뉴스나,
재벌 2 또는 3세인 아무개가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에 나는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이름도 없는 3부리그 변방의 축구팀이 레알 마드리드를 꺾었다거나,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을 성공시킨 휴먼스토리에는 저절로 눈길이 간다.
더구나, 그 성공이 꼼수 따위 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이룬 것 이라면 열광의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세상의 요소 요소마다 꼴찌들의 반란이 있어줘야 그야말로 나같이
힘없는 3류 들에게도 세상살 맛이 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는 잡스와 나의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너무 칭찬만 해도 재미가 없잖은가?
 


(2-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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