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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01:14

청춘의 독서 028

조회 수 3251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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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독서"


                                                     
                                                        유시민





 






이 책은,

나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이명(耳鳴)이 시작된 후로 지난 1년간,
무식하리만큼  열과 성을 다해 집중해온 재활치료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극~뽁 한 이후, 첫 번째로 선택하여 읽은 책이다.


이명이 하루 온 종일 기승을 부리다보니,
독서에 집중이 필요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책은 볼 엄두조차 나질 않아서
민망하게도 지난 1년간 본의 아니게 보기 편한 책만을 골라 읽는 과도한
독서편식에 지식뇨(의학적 ‘당뇨’를 지식에 접합시켜 표현한 말임.) 가 생긴 것을
느끼고, 지식 인슐린 역할을 해주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지식자양분을
어떤 책에서 섭취해야 할까? 하며, 책 선정에 고민을 하던 중, 
한 큐(?)에 14권의 자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다소 얍실한 동기부여에 이끌려
선택했음을 고백한다.



이렇게만 적으면 저자께서 서운해 하실 것 같아,  부연설명을 조금 보테면,

이전에 읽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등에서 보여준,
기존의 옴니버스(omnibus) 형식으로 집필된 저자의 저작에서 드러난
탁월한 식견과 지식소매상으로서의 포인트 설정과 발췌, 요약능력에
깊은 공감을 느낀바,
금번의 책에도 일정수준 나의 얄팍한 지식에 촉매제로써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개인적 믿음이 있었다.



이 책의 분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저자의 독서여행기 속에 자신의 정치, 사회, 인생관을 담은 자기 고백서..?
이정도면 될까?
간단히 정의하기에는 장르의 범주와 경계가 모호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독서한 책들에 대한 설명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 자신이 품은
여타의 철학적 가치관을 함께 녹여내고 있다.
자신의 냉철한 논리로 풀어낸 기존의 저작들과는 달리,  역사의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인생 대 선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명문장을 빌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작가 관찰자시점으로 풀어낸다.

이런 면으로 보면,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독서평도 “거꾸로 읽는 세계사”때 썼던 형식으로 써야하는데,
그 동안 읽지 못한 책들이 책장 한가득 도열해 있는 관계로 이번에는
총평만 쓰려한다.


이 책에는 총 14권의 불후의 명작들로 구성되어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로 시작하여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방대한 지식과 감성의 입문을 권유하며,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에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이러니 한 것은 총 14권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맹자” 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책들은 제목이나 대략적인 줄거리만 아는 정도이거나,
오래전 큰 맘 먹고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린 책들이다.
더 민망한 사실은 14권의 책 중 몇 권은 아직도 내 책꽂이 한켠에
여 보란 듯이 자리해 있다는 것이다.
진즉에 치우질 못했으니, 어쩌겠는가!
이번에는 포기하지 말고, 틈틈이 읽어내야지..!
윽~ 벌써부터 머리에 쥐가 나려한다.
내 지식의 여신께서는 언제쯤이나  ‘독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를
허락하시려나..!


14편의 불후의 명작에 대해 특정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무리일 것이나,
그래도 본 독서평을 읽는 독자들을 고려하여 인상 깊었던 책의 파편(破片)을
굳이 골라본다면,


* ‘선한 목적은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에 대한 화두(話頭)에 대하여,
  ‘아무리 선한 목적도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는 
   선(善)의 의지를 품고,  저자에게 날카로운 첫 키스의 기억을 심어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 지식인이 지성인으로 거듭날 필요성과  지성인이 어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
   몸소 행동의 실천으로 보여주신,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웅변한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 ‘자유, 그것은 언제나 적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임을 
   설파했던 로자 룩셈부르크를 떠올리게 했던,  최인훈 선생님의 “광장”


* ‘인간 그 자체를 천착(穿鑿)했던 금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 진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촛농을 다 태운 촛불과 같은 열정의 삶을 살았던,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


*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권이란 딜레마를  오늘날 한국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과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한 마녀사냥식의 말초적 여론몰이로도 
   모자라,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인격살인까지 자행하는 언론의 폐해를 그대로 
   투영시킨,  하인리히 뵐의 “카나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끝없는 대화임을 역설한,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 그리고 두말 할 것도 없는 “맹자” 등을 꼽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분량을 일정부분 늘리던지 아니면, 
차라리 '두 권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다.
저자도 책 곳곳에 선정된 도서들을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함을 아쉬워하였고,
마지막까지 선정(選定)에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의  “레 망다랭(Les Mandarins)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을 추가 하지 못함을
후기에까지 적어놓은걸 보면,  몹시 안타깝게 여긴 모양이다.
한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니 지식과 정보의 비만(肥滿)에 시달리는 것은 
자명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가?

저자는 14권의 책과 더불어 연관되는 책들을 마치 마인드맵의 체계도를 그리듯, 
매 요소마다 별도의 추천을 해 두었고,
반복된 저자의 반 강요(?)에 의해,  해당의 책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심도 깊게 
들여다보려면 함께 읽어야겠다는 암묵적 동의를 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한권을 읽었는데, 앞으로 읽어야할 책들이 수 십 권으로
불어나 버린 것이다.
이..  이..   이에 대해서는 저자에게 고맙게 생각 한다 정도로만 체면치레 하련다..
역시, 공부는 잔꾀를 부릴수록 치루어야 할 대가가 커지는 것 같다..  




2012년은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상호간 임기가 다르다보니) 흔치않게 대선과 총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대격변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그간 보수정권이 행해온 정치의 한계가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을
어찌 절망케 하는지에 대해 몸소 체험해 봤다.
지난 경험으로 얻은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국가와 국민이 거처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 심정으로 생각하고, 검증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올바로 행사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 역시, 당분간은 정치인의 삶을 지속할 것이 자명한 바,
비판적 지지자의 자격으로서 그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나도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가 되었지만,
“청춘의 독서” 를 읽으면서 가슴이 설레이는 걸 보면,
이내 삭막한 가슴에도 청춘의 더운피가 아직은 식지 않은 것이라 믿는다.
불혹(不惑),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나의 길을 가는 행운이 함께 하기를...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우리가 양심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도덕적 직관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 본능이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

"보수주의란,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되어온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며,
 보수주의는 체계를 갖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인간은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2000년은 생물학적 진화가 일어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시기심, 권력욕, 공격성, 독점욕은
 
그대로 살아 있다.
 제도와 문화와 의식이 진화했기에 그런 욕망의 표출이 절제되고, 
 견제될 따름이다."

"역사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믿음은,
 어떤 자동적인 또는 불가피한 진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 발전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 ?
    이병록 2012.01.30 01:14
    조금 더 연륜과 자신감이 쌓이면
    이런 식의 책을 한 번 써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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