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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사람의 전쟁-윤성근 유고시집


 


퇴근 길, 93.9Mhz CBS FM 으로 기억합니다.


한 시인의 죽음과
죽음에 임해서 부고를 띄우지 말아 달라는 이상한 당부와
1년 후, 유고시집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의 말을
시인이자 출판사 사장인 부인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성근 시인의 유고시집 이야기였습니다.


참으로 시인다운 사람이다. 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서점에 들러 오랫만에 시집을 샀습니다.


시집의 제목은 나 한 사람의 전쟁


암으로 투병 중이던 마지막 몇 년은 문자 그대로 죽음과의 전쟁이었을 것입니다. 시인은 죽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일인칭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담담해서 슬픔은 오히려 더욱 짙게 묻어납니다. 고통의 순간을 연필 끝에 힘을 주며 꾹꾹 눌러 맑고 투명한 시로 만들어내는 시인의 사투가 눈앞에 선명합니다.

더 이상은 시족,
시인의 마지막 시 한편을 그대로 옮깁니다.


 


귀환하고자 하노니


                             윤성근 지음


돌아가리 돌아가리


맑은 물 흐르고 바람 한 줄기 시원한 곳


왔던 곳 모르니 돌아갈 곳 모르니


내 갈 곳 아픔 없이 향기로운 내음 나는 그곳임을


내 맘대로 믿어도 좋지 않으리. 더 이상은 과오 없이


욕망이 넘치는 곳, 악몽에 안 시달리고


높은 곳에 힘겹게 올라갔는데 발목의 지반이 무너 앉는, 디딜 곳 없어


길은 없고, 사면에는 초가가 들리고 꿈 떨치고


악몽 없는 그곳으로, 할리우드 영화 없는 그곳으로 나는 곧장 가리라.


약간의 인연도 과장치 않고


하루하루 한계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놀이 지고 고요한 시간은 다가와 산짐승들과 닮아 가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종내에는 잊혀 페이드아웃


더 이상 아무것도 추억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아무 근거 없이 방증할 그 무엇도 없이


5구역에서 이제 귀환한다. 하락해주길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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