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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 Design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최경원 지음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
루이지 꼴라니(Luigi Colani),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자하 하디드(Zaha Hadid)
이 서평을 읽는 회원께서 위에 열거한 이름을 익히 알고 있다면,
당신은 디자인에 조예(造詣)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책이다.
인문, 사회분야의 책만 읽을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웬 디자인? 할지 모르겠으나,
지적 편식을 중단하고,  가급적이면 각 방면의 다양한 책들이 제공하는 자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자하는 작은 노력의 일환이다.


한동안 나의 관심사에서 변방(邊方)에 머물렀던 디자인이란 분야가
다시금 눈에 들어온 것은  근래에 읽었던 ‘스티브잡스의 자서전’ 에서 언급된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인’ 에 대한 영향이 크다.
책 내용에 의하면 잡스가 제품개발 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던 것이 바로
‘디자인’ 이었고,
그 영감을 캘리그래피 서체(書體)와 바우하우스(Bauhaus)의 디자인 세계에서
얻었다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질 때, 여러 가지의 고려사항들이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디자인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거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는 말도 있듯이,
디자인이 좋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소비자의 선택사항이 되어버렸고,
오히려 비싸거나, 기능에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색상이 좋은 상품에
더 눈이 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 이다.


그래도 소시적(少時的) 에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 나,
패셔니스트(fashionist, 옷 잘 입는 사람) 라는 소리를 가끔씩이나마 듣던
사람이었는데,
요즘 거울에 비춰지는 내 모습이 너무 아저씨처럼 볼 품없이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드는 까닭에,
(그간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감각을 등한시 해온 것이 사실이나,)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아름다움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되었다.


제목 옆의 책 표지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가 디자인 책 아니랄까봐)  이 책은 정사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책의 가로, 세로 사이즈를 재보면,  가로는 21Cm, 세로는 23Cm 로
세로가 2Cm 더 길다.
저자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 역시 조형적 착시효과를
나타낸다.
이처럼 디자인의 기본은 조형성(색과 형태) 으로 수렴(收斂)되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과 기초에 대한 용어정의가 필요한데,
기본(基本)이란, 사물이나 현상, 이론의 근본을 말하고,
기초(基礎)란, 사물이나 일 따위의 기본이 되는 토대를 뜻한다.

어찌 보면 비슷한 말인 듯 싶지만,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한다면,
축구에서 체력과 개인기가 기본에 속하듯,
조형(색과 형태)은 디자인에서 기초가 아니라,  기본에 속하는 항목이다.
차이점이라면,
기초는 일정기간 해당과정을 거치면 비교적 쉽게 얻어지지만,
기본은 항상 갈고, 다듬어야 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예술작품과 더불어 디자인 분야에도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계의 만물이 그토록 오묘한 대칭적 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인체의 아름다움이 비례의 산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조형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형태의 비례, 면적과   색의 명도, 채도에 대한
절제와 표출, 그리고 변화와 어울림..
어떤 디자인이라도 하나의 원리만으로 디자인되는 경우는 없으며,
여러 가지 조형 원리가 함께 섞여있다.
이래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우리는 그동안 길가의 입간판부터  산업디자인이 가미된 제품들과, 건축물 등의
수많은 조형물 중,
무조건 튀다가 기억의 뒤편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디자인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지나쳐왔다’ 가 더 어울릴 것이다.
각 시대마다 유행을 타는 디자인 양식이 존재해왔으나,
보는 이 들로 하여금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오래가는 디자인은 
결국,
‘조화와 균형이 적절히 이루어진 디자인’ 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추후 독서예정인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 구성, 형태심리학) 의
이해와도 연동(聯動) 되는 부분이 있으니, 나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적 왼손잡이가 될 뻔했다.
그런데 왼손을 쓸 때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핀잔과 주의를 들어야만 했고,
심지어 학교선생님은  세살버릇 여든 간다며,
내 왼 손등을 톡 톡 때리시기까지 했다.
흔히들 왼손잡이는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그런가!
잃어버린 나의 창의(創意)에 대한 본능 때문인지,
이상의 '날개' 중,  유독 이 대목을 애처롭게 여기곤 했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부고(訃告) : 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봄을 좋아하셨는데, 따듯한 봄날 떠나셨습니다.
 
                        비록, 일면식(一面識)은 없으시겠으나,
 
                         이 서평을 읽는 회원님들께서도 제 선친(先親)의 영면(永眠)을 
 
                        함께 빌어주시기를  삼가 청(請) 합니다.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넓게 퍼진 부챗살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이듯, 선로를 달리하는 
 이 기차들의 목적지는 궁극적으로 한 점으로 다시 모인다.
 바로 ‘사람’ 이다.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것은 조형성, 즉 형태와 색으로 
 수렴된다.

 형태와 색은 디자인에 있어서 분야별 기술적인 내용들이 담기는 
 그릇과도 같다.

 디자이너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조형 요소들이 변화하는 가운데 안정감과 통일감 있는 
 건축물은 단조롭고 건조한 도심의 조형적 가난함을 해소하고, 
 시민들에게 윤택한 조형적 감수성을 제공한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열정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흐트러지지 않는 형태로 집약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관찰력이 필요한 이유는 주변 사물이 모두 배울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은 사물이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비례 체계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비례 중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많으므로 평소에 사물들을 
 눈여겨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비슷한 것들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다른 것들 속에서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색채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 ?
    정남수 2012.05.02 20:12
    ▶◀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직접 뵌적은 없으나, 봄을 좋아하셨다니
    미소가 따뜻하고 마음이 넉넉한 분이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리고 매번 양질의(?)ㅎㅎ 독후감 고맙습니다.
  • ?
    송윤호 2012.05.02 20:12
    ▶◀ 아버님의 명복을 함께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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