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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 03:38

스님의 주례사 037

조회 수 1986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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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








나는 다신론(多神論) 자다.
또한, 외계 생명체(에일리언, Alien) 의 존재를 인정한다.
인간의 개성이 각양각색이듯, 그네들이 숭상(崇尙)하는 신앙이 다양한 것은
합리적이고, 이치에도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드넓은 우주에 유일한 생명체의 공간이 지구밖에 없다는 것은
공간의 낭비이고, 비효율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성향이 이렇다보니 마음이 번잡스러울 때는 근처에 종교시설이 있으면
일부러라도 들어가 본다.
고즈넉한 성당이나, 예배당, 사찰, 당산나무..
아마도 가까운 곳에 이슬람 사원이 있었다면 호기심으로라도 방문을 했을 것이다.


수 년전, 서울 살이를 하던 중, 회사업무와 고단한 객지생활에 지쳐가던 어느날,
집 주변에 있던 교회 예배당을 찾아가 (폼잡아가며) 두 손을 모으고 한참동안
명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내가 독실한 신자처럼 보였는지 교회 관계자 분이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형제님께서는 기독교 신앙을 언제부터 가지셨습니까?’
그래서 답하기를,
‘저는 종교가 불교 인데요!’ 했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기에
‘불교를 믿는다고 해서 교회를 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불교 신자가 타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내가 읽어본 유교, 불교경전과 신, 구약성서, 심지어 꾸란(Koran, 이슬람교 경전)의
가르침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던데..
나는 이를 두고 ‘장님 신앙’ 이라 표현한다.
자기가 믿는 종교에 눈이 멀어서, 다른 종교들은 보이지 않는 아집(我執)의 증상..
어떤가? 괜찮은 표현 아닌가!


모태신앙이 불교인지라, 더 마음이 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산사(山寺)의 풍경(風磬)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람에 흔들리며, 댕그렁 댕그렁 울리는 소리가 마치,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 하라는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산사가 더 정겨운 까닭은 아직까지 다른 종교 시설보다 사찰(寺刹)이 그나마
자연과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숭유억불(崇儒抑佛) 의 잔재이자,
아이러니(irony) 한 혜택인 것이기도 하다.


‘법륜(法輪), 법의 수레바퀴’ 라는 뜻이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레의 바퀴를 굴리듯 멈추지 말고,
중생들에게 널리 전하라는 것인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녹야원(鹿野苑)에서 처음 하신 설법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 부른다.
이처럼 법륜 스님께서는 삶에 지친 사바대중들의 고민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당신의 법명(法名)에 대한 소임을 다하고
계시는 분이다.

나는 지금까지 강연과 정토회 지역 포교당에서 다섯 번 법륜스님의 설법을
직접 들었다.
불가(佛家) 에서는 만남을 인연의 연속이라 말한다.
길가다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전생에 3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인데,
우연찮은 기회로 다섯 번의 만남이 있었다면, 나름 인연의 고리가 이어진 모양이다.


요즘은 케이블방송 채널이 하도 다양해서 모처럼 쉬는 날에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때면 불교방송을 틀어놓곤 하는데, 시간이 맞으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이란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즉문즉설(則問則說)이란,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방식의
설법을 말한다.
참으로 많고, 다양한 사연들에 대한 해답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표현의 방식이나, 어법에 있어 어떻게 저리 편안하고,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할 수 있는지 의문점을 갖고는 했는데,
모 방송 인터뷰에서 법륜스님께서는 이에 관해 이리 설명을 하신 기억이 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열쇠는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이고,
 
자신에게서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해법의 비결' 에 대해서는,
"세상의 이치와 문리가 트이게 되면, 자신의 중심(방향감각)이 생기게 되는데,
 예를 들어, 누가 서울 가는 길을 묻는다면,
 그 사람의 현 위치가 인천이면 동쪽으로,
 속초라면 서쪽으로,
 대전에서는 북쪽으로,
 철원은 남쪽으로 방향을 알려주면 된다.
 그래서 그 질문자가 서울 근처에 도달하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최종 주소지는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방향감각을 잡아주는 것과 같다."
가물가물 하기는 하지만, 대략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이다.
‘스님의 주례사’
제목대로 법륜스님께서 정토회 선남선녀 신도의 결혼주례를 서면서
인터넷상으로  그 일화가 알려져 유명해진 이야기인데,
결혼을 하지 않으면 함진아비 조차 시키지 않는 것이 상례(常例, 보통의 일)
것인데,
하물며, 결혼과는 담을 쌓은 스님의 주례사라..?
스님께 주례를 부탁하는 사람이나, 수락한 스님이나 참..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웃음이 지어진다.
그야말로 형식의 파괴이고,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알고 보면, 주례사라고 하기보다는 ‘주례 법문’ 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결혼은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그래도 결혼을 해야겠다면, 결혼을 할 때 신부, 신랑 상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입장에서 어찌해야 하는지?’ 에 대한
스님의 조언을  비유와 상담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례의 질문자가 대부분 여성들이라 그런지 주로 여성이 참고, 이해해야 하는
대목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여성의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삶 그자체가 수행의 과정과 연속이다 보니,
어리숙한 남성보다는 '깨달음의 기회가 더 많다' 는 긍정적인 생각을 스님께서는
당부하신다.


나는 20대 부터 가져왔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있다.
간략히 설명하면,
‘부모 자격증’ 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가?
풀어 설명하면,
자기들이 좋아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모는 아무나 함부로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거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의 경제능력이나, 높은 지적수준과는 별 상관이 없다.
부모는 자식의 겨울인데, 자식들에게 맑고, 투명한 거울이 되어줄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부모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교육' 과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갖는데,
가정 입장에서의 교육은  학교 선생님이 알아서 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 입장에서의 교육은  당연히 부모들이 시켜서 보내는 것이라 말한다.
서로 교육의 의무와 책임을 떠넘기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인간의 기본권과 결부시켜 곡해하면, 
 돌 들고 쫓아온다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부디, 그런 불상사는 없기를 바란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책에 담긴 법륜 스님의 말씀에 이런 나의 생각과 동일한 대목이 담겨있다.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것 같아 정말 반가웠다.

‘나는 결혼을 해도 되는가?’
‘부모가 될 자격은 갖추었는가?’
이 자문(自問)에 확실한 답을 갖지 못하는 것이, 내가 아직 미혼인 까닭일 것이다.

그간 즉문즉설로 접해 본 까닭인지, 법륜스님의 설법은 내게 있어 익숙함이다.
'이기적 유전자' 정독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편안함을 선물해준 책이다.


 추신 : 여러분 투표 하셨습니까? 
          저도 투표 “잘” 했습니다.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여러 좋은 말씀 중에,
개인적으로 결혼은, 비익조(比翼鳥, 암컷과 수컷이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새) 간의 만남이라
여겨왔던, 
기존의 편견을 깨어준 대목을 대표로 남긴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합니다.
‘결혼은 반쪽 두 개가 합쳐져서 온 쪽이 되는 것이다.’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우자를 ‘자신의 반쪽’ 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반쪽과 반쪽을 합치면 가운데 금이 생깁니다.
 전체 모양은 온 쪽 같지만, 갈라진 금 때문에 영원히 반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외롭거나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나 내가 부족해서 상대를 필요로 하면 자꾸 상대에게 기대감이 생깁니다.
 상대에 기대어 외로움을 채우려는 반쪽인 이상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쪽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반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없어도 내가 완전해야 합니다.
 즉, 온 쪽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온 쪽과 내 온 쪽이 합쳐져서 가운데 금이 없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가 없어져도 다시 온 쪽이 될 수 있습니다.



 

  • ?
    이병록 2012.04.12 03:38
    올 해 들어서 집중적인 연구대상의 한 분입니다.
    내가 연구대상이라고 하면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아니고 그분의 책을 보는 것입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존경하는 대상이 없어져가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현 대한민국에 존경스러운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
    임석희 2012.04.12 03:38
    언젠가 지인이 선물을 해 주었죠.
    결혼할 때 꼭 참고 하라고.
    전 그렇게 살 맘의 준빈 되었는데.. ^^*
  • ?
    정남수 2012.04.12 03:38
    결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가 싶었는데
    참고서로 읽어봐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 ?
    김주현 2012.04.12 03:38
    스님의 주례사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살면서 자꾸 지혜를 잊어버려서.. 엄마수업 책도 있는데 아빠수업 책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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