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004.08.26 09:00

미쳐야 미친다. 011

조회 수 179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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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쳐야 미친다" 


                                                   정 민 지음




 

 

 

“미쳐야, 미친다??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보려고 또, 충격요법을 이용하는구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  내가 했던 생각이다.

바로 전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와 '선물'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 책은 시작부터 적잖은 부정적 편견을 가진 상태에서 선택한 책이었다.

(다 읽고, 독서평을 쓰면서 이점에 대해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워낙 많은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동안,

가다 가다 색다르거나, 터무니없는 책의 제목에 이끌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읽은 후, 역시나 하고 후회했던 전적이 제법 있던 터라

처음에는 그리 호감이 가질 않았다.
다만, 부제인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라는 문구에 이끌려 한번 더 속아보자!

하는 마음이 컸다.
(요즘, 내가 선비정신에 빠져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


그런데, 생각보다는 내용이 괜찮은 편이다.
구성에 있어 한가지 아쉬운 것은 다소 책이 두꺼워 지더라도 원문이 기재된

한시(漢詩) 이외에 인용된 문장이나, 편지글의 한문 원본도 삽입 되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냥 한글로만 처리한 점은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한문원본을 한글로 1차 풀이하고, 2차로 다시 설명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생각되었다.

뭐, 이게 저자의 탓이라기보다, 두께와 내용에 질려버린 전공서적의 후유증으로

어려운 인문학 도서를 지양(止揚)하려는 현 젊은 세대의 실태을 고려하고,

배려한 것이겠지만...
(어려운 책 일수록 읽기에는 고되지만,  일단,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만 하면,

 그 지식 자양분의 응집(凝集)된 폭발력은 실로 엄청나다.)


이 책의 제목은 내용을 보지 않고 그저 뜻으로만 풀이한다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처음의 ‘미쳐야’는 느끼는 대로 몰입(immersion) 이나 미친(crazy)를 의미하지만,

후렴구의 ‘미친다’는 다다르다, 이르다(arrive) 의 의미이다.
풀이를 하자면, crazy 해야 arrive 한다는 해석이다.
(설명을 돕고자 내키지는 않지만 영.단어를 인용한다.)
저자는 그래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캬~ 이래서 한국어와 한문(漢文)은 표현에 있어 오묘하고,

읽는 맛이 나는 것 같다.
매사에 딱딱 떨어지는 표현이 주된, 영어와는 그 깊이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동양사상이 얼마나 “멋이 있고, 기품이 있고, 뜻이 있고, 맛이 나는” 사상인가?
나는 동양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이 책은  총 세 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벽(癖)에 들린 사람들’ 편으로서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 속에서도 신념을 읽지 않았고,  

절대적인 자기확신과 추호의 의심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참주인 되는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김득신의 독수기(讀數記)’ 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충격적이다.
지난 나의 나태(懶怠)와 방만(放漫)에 민망하고,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두 번째는 ‘맛난 만남’ 편으로 한번의 뜻있는 만남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인연(因緣)에 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약용과 강진유배시절의 제자였던 황상‘의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다산(茶山)선생님은 일찍이 내가 사숙(私淑) 해온 어른으로,

독서하는 동안 나도 그런 스승이 계셨으면 하는 부러움이 마음에서 저절로

일어났다.
"이제 세상에 넘처나는 강사, 교수, 선생들의 탈을 쓴 허접한 껍데기들은 가고,

 참스승이 가르침을 주는 깨어나는 세상이 보고싶다."


세 번째는 ‘일상속의 깨달음’ 편으로,

사물을 보더라도 그저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을 가지려

애썼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이 감명 깊었다.


이 책에 대하여 또,  나의 생각에 대하여 쓰고싶은 글이 넘쳐나나,

여러 개인사정을 반영하여,  내가 총애하는  논어(論語) 이인(里仁) 편,

14장의 구절로  본 독서평의 끝을 맺는다.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이립(患所以立)

불환막기지(不患莫己知)   구위가지야(求爲可知也).


지위가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 지위에 설 수 있는 까닭을 근심하며,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참으로 알려질 수 있기를 구하라."


'나’ 다운,  '참, 나' 가  되어가는 것이  곧, 나의 도(道)이다.
나의 지난 교만((驕慢)을 돌아보며..! 



** 개인적평점 : ★★★★


** 표현의 언어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 **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 것이 된다.”

“아아! 껍데기만 남기고 가버리는 것은 정신이다.
 뼈가 썩어도 남는 것은 마음이다.
 그 말의 뜻을 아는 자는 삶과 죽음, 알량한 이름의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뜻 높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흙탕 속에 뒹굴고 있다.
 더러운 탐욕으로 가득 찬 인간들은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서 늘 떵떵거리고
 으스댄다.”

“만남이 맛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쥐었다 놓았다, 당겼다 풀었다 하는 긴장과 이완의 호홉..”

“훌륭한 연주자는 나와 남의 경계를 허문다.”

“하나 속에 없는 것이 없고, 
 
그 많은 것들 속에 든 것도 기실은 하나뿐 이니라.
 그렇다면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다름 아닌 하나가 아니랴?
 티끌 하나 속에도 시방세계를 머금었으니,
 
그 많은 티끌마다 다 그렇지 않겠느냐?
 흐르는 물처럼 순리를 따라 이치로 본다면,
 
네 마음이 허공처럼 맑아질 것이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는 양(洋)의 동서도 없고,  때의 고금(古今)도 없다.”

“아집과 편견만을 조장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 독이다.”


 

  • ?
    윤동기 2004.08.26 09:00
    꼭 이렇게 한문을 석어서 독후감을 쓰시는 이유가 먼가요??
  • ?
    한창희 2004.08.26 09:00
    윤동기님, 의견 고맙습니다.
    그것이 알고싶으셨군요! ^^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요!
    첫째는 영어보다는 한문이 더 편해서이구요!
    둘째는 이 책이 한학공부에 관련된 책이라 그렇습니다.
    잘 난체 하려는 아니니 곡해는 말아주세요! ^^;
    추신 : 근래에 쓰는 글은 가급적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표기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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