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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3 19:15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조회 수 1985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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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지음, 북돋움 출판사



일하지 않는 주주의 몫은 이익인데, 어째서 직원 몫은 비용이라 하는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화두이다.




주주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고 법적으로 기업의 주인이다.


그런데 진짜 주인과 같이 행동하는가?


주인이라면 단기간의 실적향상보다는 장기간의 지속적인 성장에 관심이 클 텐데 요즘의 주주들은 과연 그런가?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약 1/3 은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 외국인 주주들이 과연 기업의 진정한 주인인가?


그들의 의도는 기업의 장기성장이 아니라 단기간의 시세차익과 현금배당을 노리는 것인데, 이런 주주들을 기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반해 종업원들은 기업의 생존에 사활이 걸려 있다. 수십 년 봉직했던 기업이 문을 닫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종업원 입장에서는 단기간의 실적 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더욱 중요하다. 시세차익 및 현금배당을 노리는 (겉만 주인인) 주주들과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종업원 중 누가 더 주인다운가?




이 책의 저자 마조리 켈리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보통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한 논리는 직원도 회사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므로 회사의 주인으로써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정도인데, 마조리 켈리는 그 정도 수준의 당위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시킨다. 놀랍게도 마조리 켈리가 사용하는 논리적 무기는 우리가 항상 보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이다.




우선 손익계산서를 보자.


손익계산서는 매출 - 각종 비용 (재료비+인건비) = 이익이라는 수식을 보기 좋게 세부항목별로 세로로 나열한 것이다.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과 비용이 얼마인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주주에게 투자금의 수익현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였지 기업의 경영성과를 보는 것이 근원적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조리 켈리는 손익계산서의 수식을 다음과 같이 변형시킨다.




1
) 매출 재료비 - 인건비 = 이익


2) 매출 재료비 = 이익 + 인건비




우측의 이익 항목이 1번은 주주의 이익만 계산되지만, 2번에서는 종업원에게 지급된 인건비까지 기업의 이익으로 계산되었다. 1번의 논리에서는 종업원 인건비는 이익을 갉아 먹는 비용이지만, 2번의 논리에서는 종업원인건비 역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로써 엄연한 기업의 이익이다.



요약하면, 1번의 논리는 오직 자본만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이라는 전제
가 깔려
있으나 2번의 논리는 자본과 더불어 종업원의 창조적 활동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임을 전제로 한다. 종업원은 cost center 가 아니라 가차창출의 중요한 소스이며, 종업원에게 지급된 임금은 소모된 비용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부가가치이자 기업의 이익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간단한 수식변형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A 라는 기업이 인건비로 20억 지출하여 이익을 80억 낸 경우와


B 라는 기업이 인건비로 60억 지출하여 이익을 40억 낸 경우를 비교해 보자.



1
번의 논리를 따르면 A기업의 이익은 80억이고, B기업의 이익은 40억이므로 산술적으로 A 기업의 주식가치는 B기업의 두 배가 된다. 그러나 2번의 논리를 따르면 두 기업의 이익은 모두 100억이며, 따라서 주식가치도 이론적으로 같다.




바로 여기에 마조리 켈리 논리의 설득력이 있다.


손익계산서는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므로 목적에 맞게 현실적으로 살짝바꾸어 쓸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종업원의 역할을 기업의 주인으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대차대조표에 대한 논리는 용두사미 격으로 대충 건드리고 넘어간다.
마조리 켈리는 대차대조표 자산 항목에 종업원들이 표시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이다. 종업원을 자산항목에 포함시키고 싶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고, 수치로 계량화할 수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급인력, 특히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많은 곳일수록 더 억울해 한다. 자기들의 핵심자산은 고급두뇌 들인데, 실제 자산에 포함되는 항목은 건물이나 기계장치 같은 하드웨어 들이므로 정당한 자산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대차대조표의 도입배경과 관련이 있다.


손익계산서의 독자가 주주라면, 대차대조표의 독자는 채권자이다.


대차대조표의 목적은 채권자 입장에서 기업의 유동성을 쉽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태생부터 종업원과 같이 현금화 불가능한 자산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이 책이 모든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 놓지는 못한다.


저자 역시 미래의 지도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나침반의 역할을 상정하고 있는데,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껄끄러운 것임에도 부드러운 말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마력이 있다.

  • ?
    이기두 2013.03.23 19:15
    재료비 속에 포함되었을 햇님이 부가한 가치는 얼마?
    재료비 속에 포함된 가이아님이 부가한 가치는 얼마?
    재료비 속에 포함된 슈퍼노바님이 부가한 가치는 얼마?
    햇님이, 가이아님이, 슈퍼노바님이
    내 가치를 옳게 평가해 달라고 하던가?
    그 위대한 분들이 부가한 엄청난 부가가치를 재료비라는
    무채색 표현을 하는 것에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차대비표 속에는, 손익계산서 속에는
    회사밖에서 우리의 회사를 바라보는
    오직 소비자와 투자자의 시선에 맞는 표현만으로 충분할 듯.
    단기이익만을 생각하고 투자한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것.
    한번만 작은 돈으로 물건을 사주는 사람도
    어쩌면 만족이 안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사주는 것.

    회사--라는 이익집단--에 사원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계약으로,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에 지불되는 것은
    '비용'이라는 하나의 무채색으로 표현되는 것을 감수한다는 것을 약속하고
    회사에 입사하는 것일 것.
    그가 생산직이 건, 연구직이 건, 사장이 건.
    그들의 보수는 오직 '비용'일 뿐일 것.

    생명이
    함께 죽기로 계약을 하고 공생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처럼.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같이 죽기'로 약속하고,
    자신의 개별적인 인격성을 내려놓기로 약속하고,
    공생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같이 보이네요..


    --위 행에서 연장해서 쓰다보니, 표현이 과격해 졌는데,
    적절한 표현이 생각 안 나네요.

    '같이 죽기로' = '개별적인 인격성을 내려놓기로'
    = 같은 유니폼을 입기로 ?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같은 유니폼 입기'로 약속하고,
    자신의 '개별적인 인격성을 내려놓기'로 약속하고,
    공생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같이 보이네요..

    음~~ 약간 편해 졌네요.
  • ?
    송윤호 2013.03.23 19:15
    좋은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네요. ^^
    인건비가 사회적 부가가치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만
    인건비가 기업의 이익이라는 논리는 전통적인 시선에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일테고
    새로운 경제의 시선에서는 논란은 있을 지언정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김동일 이사님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신문에 게재도 허락해 주실런지요? *^^*
  • ?
    이기두 2013.03.23 19:15
    김동일 님의 의견에 공감하며,
    말씀하신 것처럼 생명은 전체 최적을 지향해서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나타내는 경제구조는 많은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계층간에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
    이병록 2013.03.23 19:15
    수학에서는 우변을 좌변으로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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