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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천년 벽두인 2000년 6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해진 엣지 강좌(Edge lecture)에서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이 대담하기 짝이 없는 말을 쏟아냈다.


“ 거울 뉴런의 발견은, DNA(유전자) 발견이 생물학의 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신경과학의 비약적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다.”


    문제는 그가 시시한 과학자가 아니라는데 있었다. 그는 뉴스위크가 선정한 21세기 주목해야 할 100인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이며 뇌인지 연구소 소장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뇌신경과학자다.


    점잖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길버트 교수까지 거들어 ‘지금까지 인간과 세계를 설명했던 모든 이론은 수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면서 거울뉴런의 발견이야말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론을 뒤집는 혁명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런가 하면 2006년 <뉴욕 타임스>는 거울 뉴런을 ‘마음을 읽는 세포’로 소개하며 ‘드디어 인간이 어떻게 사회적, 정치 경제적 동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이 밝혀졌다.’고 일간지답게 다소 선정적인 필치로 대서특필을 했다.


     이쯤 되면 거울뉴런의 정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온통 신경과학계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야단법석인 이유를 과연 그런가 따져볼 수밖에 없어졌다. 정밀한 검증을 생명으로 하는 제대로 된 과학계에서라면 허튼 과장이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불과 20여 년 전이다. 치즈와 음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파르마라는 곳에 있는 대학에서 리조라티 교수가 이끄는 신경생리학 연구팀이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우연히 아주 우연하게 거울뉴런이라고 나중에서 이름붙인 신경세포를 발견한 것이다. 외모도 비슷하지만 뛰어난 과학적 통찰력 때문에 이탈리아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리졸라티와 그의 연구팀은 원숭이의 손을 움직이는 뇌세포들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었다. 중풍으로 손이 마비된 환자를 위한 예비연구였다.


     여느 때처럼 원숭이 한 마리가 다음 실험을 위해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물론 원숭이의 뇌에는 원숭이가 물건을 쥐는 행위를 할 때 관여하는 뇌의 부위에 전극을 심어놓은 상태였다. 물건을 쥘 때마다 뇌에 꽂아놓은 전극에서는 삐! 하는 신호음이 나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 연구원이 무엇인가를 손으로 집으려고 손을 뻗치는 순간 그 광경을 보기만 한 원숭이의 뇌 전극에서 신호음이 요란하게 울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착오로 생각했으나 결국은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물건을 집는 것을 보기만 해도 자기가 집을 때 작용하는 뇌신경이 발화를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당시 지식과 이론 아니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행위를 단지 보는 지각행위가 어떻게 직접 움직이는데 활동하는 운동세포를 발화시킨다는 것인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백한 사실에 대한 적절한 해석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일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역사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발견한 사실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 필요한 상상력과 함께 통찰력이 본격적인 게임에서 승패를 가른다. 위대한 과학자와 평범한 과학기술자가 이곳에서 갈리는 것이다.


      어찌됐든 위대한 천재 다 빈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는 리조라티 팀은 본격적인 후속연구에 매진한다. 한편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 압력이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력과 상상력을 부추겼다. 프랑스 철학자 메플로 퐁티가 앞장서고, 브렌타노, 후설과 하이데거 등 쟁쟁한 철학 선수들이 일제히 나서 이제까지의 철학접근이 현상의 본질 발견이라는 성배에 홀려있음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물과 현상 그 자체에, 그들에 대한 우리 자신의 내면적 경험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이들 똑똑한 과학자들은 지각세포와 인지세포 그리고 운동세포의 분리라는 전통적 패러다임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신바람이 났다. 지각과 인지 행동이 뇌 안에서 결합되어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출현이 불가피하며, 지각과 행위는 적어도 우리 뇌 안에서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 분리돼 존재할 수 없음이 명백함을 알았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 충격과 자극을 받은 전 세계의 신경과학자들이 일제히 나서 과연 그런가를 따지고 나섰다. 이 연구에 불을 지핀 것은 때마침 살아있는 상태에서 사람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직은 거칠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뇌 영상기술인 fMRI와 PET라는 과학기술 혁명이 일어난 덕분이었다. 그 결과 앞에서 말한 것들이 지나친 과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은 멀며 뇌는 그렇게 간단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된다.


     거울 뉴런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감정이입 세포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과 공감하는 일 모두를 거울뉴런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모사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에서 밝혀냈다. 퐁티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 속에 산다. 내가 내 표정 속에서 살고 있는 그를 느끼는 것처럼’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더 아픈 사랑의 세포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견딜 수 없어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세포다.


     거울 뉴런은 우리로 묶어주는 ‘접착제 세포’라는 것이다. 상호의존성과 우리가 동시에 느끼고 요구하는 독립성 모두를 구현하고 있는 세포다. 우리들 사이에는 거울뉴런이 있어 서로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을 우리 자신의 뇌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이제 어떤 성급한 이들은 실존주의 신경과학을 말하고 싶어 한다. 물론 이때의 실존주의는 낙관적인 것으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설계하는 철학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발견이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난무하는 폭력을 줄이고, 공감능력을 키워내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인간사회의 기초가 되는 강력한 신경생물학적 기제에 관한 발견이 이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인가? 당장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또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 세상에는 의외로 질문이 잘못돼 쉬운 답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물음은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깊이 인간관계를 맺도록 진화되어 왔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다. 아니 우리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어느 영리한 영화배우가 신경과학자들이 대단한 세포를 발견했다고 야단법석인데 우리 영화배우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빈정댔다고 한다. 자기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픈 표정을 보기만 해도 똑같이 아프고 흉내를 내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  평소 전공과 관련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거울 뉴런 시스템에 관한 책에 대한 번역 <미러링 피플>이 나와 크게 놀랐다. 번역자가 김미선 선생님이라는데 반갑기도 하면서 안도하는 마음이 생겼었다. 번역의 어려움과 중요성은 번역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경험이 있는 분은 알 것이다.
<의식의 탐구><꿈꾸는 기계의 진화>에서 며칠 전에는 < 뇌과학의 함정>까지 번역을 하신 분으로 ,최근의책들은 철학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을 성실하게 해내고 계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데 없다.
     한번도 뵌적은 없으나 백북스 회원이시라니 언제 정식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올려야 겠다.
참고로 전공분야인 알코올 중독 번역을 하다가 병이 나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그만큼 번역이라는 작업은 고단하고 피 말리는 작업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창작 저술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그분들께 정중한 예의를 표해야 도리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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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선 2009.09.17 19:51
    어쩌다 보니 제 능력에 넘치는 책들을 번역하게 되어 사실은 늘 불안한 마음입니다. 이해해주시는 것처럼 특히나 용어 하나하나에 민감한 '철학'이 끼어들면 조마조마함이 배가되지요. 미러링 피플 번역하면서는 메를로퐁티를 이해해보려고 <지각의 현상학>을 읽다가 완전히 좌절하고 그 책에 대한 '강해'도 겨우 읽었습니다^^; '뇌'라는 키워드 주변에는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역자보다 오히려 앞서 계신 독자분들과의 틈새를 좁히기 위해 부지런히 쫓아가면서 한 뼘씩 저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저의 '작전(?)'이자 즐거움입니다.

    격려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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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09.09.17 19:51
    미러링 피플.
    사놓기만 하고 안읽은 책 중 한권인데, 어서 읽어보겠습니다.

    김미선님께서 강연을 해주시는 날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중요한 책들을 번역해 주신 김미선 님께서 백북스의 회원이라는 거!
    자랑하고 싶습니다. ^-^
  • ?
    서지미 2009.09.17 19:51
    어찌보면, 이론에 이론으로 다가오는 신경과학분야를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유쾌하게
    그러면서 누구나 다 이해할수 있도록 글을 쓰시는지.
    참 대단하시다...생각되어요.

    이런글 읽으면서 뻥~~^---^ 터지기는 처음.

    "거울 뉴런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감정이입 세포";측은지심 세포
    "거울 뉴런은 우리로 묶어주는 ‘접착제 세포’라는 것"
    깊이 새길 필요도 없이 그냥 저절로 와서 몸에 붙네요.
    거울 뉴런 개념이.

    확실히 어떤분야에 일각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분들의 말과 글은 간단명료하되 핵심이 있고.
    누구나 다 이해할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김갑중원장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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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09.09.17 19:51
    아. 김갑중 원장님께 꼭 드리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김갑중 원장님께서 자주 언급하시는 " 공감. empathy ."

    처음 들을 땐 '그래, 중요하지' 싶은 마음으로 그저 지나쳤는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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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9.09.17 19:51
    김미선 선생님을 뵌 적이 없으시다니 저는 같은 인천백북스 창립준비 회원으로써 자주뵈니 기쁜일이 아닐수 없네요. 힘있는 독후감 잘 보았습니다.좋은 글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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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9.09.17 19:51
    원장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내공이 팍팍 묻어나는 글입니다.
    존경하는 원장님 같은 분이 백북스에 계셔서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미러링 피플도 나오자 마자 추천해주셔서 저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시한번
    요약된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위로도 받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합니다.
    너무 좋은글이라 혼자 보기 아까워서 제 홈페이지에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 ?
    현영석 2009.09.17 19:51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더 아픈 사랑의 세포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견딜 없어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세포다"

    배려속에서 나오는 참으로 수려한, 내공을 보이는 글입니다. 백북스를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또다른 좋은 인연과 배려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깊은 내공을 크릭 한번으로 우리 백북스 광장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또한 크나큰 행복입니다. 정신을 좀 가다듬고 좋은 책들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 ?
    장종훈 2009.09.17 19:51
    아.. 또 좋은 책이 한 권 나왔었군요.
    위시 리스트에 추가를..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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