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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4 13:32

'꿈꾸는 기계의 진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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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기계의 진화




로돌프 R. 이나스, 2002(2007역, 김미선)








프롤로그



에델만 때문에 머리가 아파 좀 쉬운 책을 읽을 계획이었는데 계획은 언제나 계획일 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올리버 섹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다가 자꾸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시간 낭비만 아니라면 그대로 나아갈 뿐.



1. 뇌의 진화적 기원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정리해보고 싶어서 나름대로 뇌의 진화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논리의 비약도 심하고 맥락이 끊기는 부분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다 나은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물은 먹이를 구하고 포식자를 피하며 짝을 찾는다. 이러한 욕구들을 지니고 있다.

생물은 왜 이와 같은 욕구를 지니고 있는가? 이것은 어쩌면 질문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을 우리는 생물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즉 위와 같은 욕구는 바로 생명의 본성인 것이다. 그런데 생물의 욕구를 유발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생물 밖에 있다. 이제 생물은 어떻게 해야할까?

생물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취하였다.

첫 번째는 식물이 취한 전략이다. 식물은 주변의 환경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스스로 먹이를 만들고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포식자를 쫓고 바람, 다른 생물 등 주변 환경인자들을 활용하여 생식을 한다. 즉 식물은 정적인 상태에서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동물은 다른 전략으로 욕구를 충족시킨다. 동물은 먹이를 찾아 다가가고 포식자를 확인하여 달아나며 짝을 찾아 교미를 한다.  즉 동물은 동적인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동물과 식물의 욕구 충족 방식의 차이는 중요한 한 가지 구조적, 기능적 차이를 낳았다. 그것은 바로 동물은 신경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나스는 신경계의 속성인 마음을 '내면화된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중추적인 운동의 발생과 마음의 발생은 깊은 관계가 있다. 사실 그것은 동일한 과정의 다른 부분이다. 내가 볼 때, 진화적으로 태동되는 순간부터 마음은 운동이 내면화된 것이다.” p24

 

진화 초기 동물성 다세포 생명체를 상상해보자.

이 생명체는 자극(환경변화)에 반응하여 늘 움직인다. 이 생명체의 운동성을 부여하는 세포는 일부 세포들일 수도 있고 개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일 수도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여기서 한 가지만 집고 넘어가자. 세포의 운동성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세포가 특유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세포내에 존재하는 특별한 단백질들 때문이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복잡한 그물모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세포골격(cytoskeleton)이라고 한다. 세포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들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분해된다. 따라서 세포골격은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매우 유동적인 구조물이다. TV를 통해 본 적이 있을 아메바나 백혈구의 움직임은 세포골격의 유동성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세포의 운동기관이라 할 수 있는 편모와 섬모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들도 세포골격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일부이며 그 배열구조 또한 세포골격의 일부 구조(microtubule)와 동일하다. 따라서 세포가 지니고 있는 운동성의 근원은 세포골격 구조의 유동성이다. 그리고 ‘만능의 손’인 자연선택은 어김없이 세포골격에도 작용하여 보다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한 운동세포를 만들어내었다. 



이제 다시 원시 동물성 다세포 생명체로 돌아가자. 이 생명체는 효율적인 운동능을 갖기 위해 점차 운동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전문화되고 대칭적으로 분포하도록 진화되었을 것이다. 운동 담당 세포들의 전문화와 대칭적 분포는 생물의 지향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운동 담당 세포들의 특화는 어떻게 성취되었을까? 물론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들간 운동성 차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개체의 운동능 차이에 작용한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한편 초기 운동 담당 세포들은 감각기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했을 것이다(이를 편이상 감각운동세포라 부르기로 하자). 그래야 재빨리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얼마 후 감각운동세포는 다시 감각세포와 운동세포로 분화되고 운동세포는 오직 감각세포의 자극을 통해서만 움직이게 된다. 감각운동세포의 기능 분화는 어떤 적응적 잇점이 있었을까?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감각세포와 운동세포의 분리는 운동세포를 좀 더 체내 깊숙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이제 운동은 체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체의 내,외부 전체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즉 보다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엄청나게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에 반응하여 보다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분명 적응적 잇점이 있다. 거친 예를 하나 들어보면, 바위의 틈에 숨어있는 먹이에 접근하기 위해 몸의 일부를 길게 뻗을 수 있거나 아예 몸을 길쭉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면 좀 더 생존에 유리하지 않겠는가?     

진화는 계속되어 동물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운동세포는 좀 더 체내 깊숙이 이동해야 하고 감각세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워진다. 이제 멀리 떨어진 감각세포와 운동세포를 연결하기 위해 중간에 새로운 세포가 개입하게 된다. 신경세포(운동뉴런)의 출현인 것이다. 이 시기의 신경세포들은 아직 감각세포나 운동세포에 종속적으로 분포하고 서로간에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히드라나 말미잘과 같은 강장동물의 신경계와 유사하거나 그 보다 약간 더 원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감각세포와 운동세포간의 효율적 연결과 다양한 운동조절을 위해 신경세포들은 한 곳에 모이고 서로 연결되어 망을 형성하게 된다.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에서처럼...



신경망의 형성은 진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묶기’(조합과 유사한 개념인데 나는 왠지 이 말이 더 빨리 가슴에 와 닿는다)라는 개념을 우선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개별 구성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망(network)을 이루고 있고 개별 구성요소들이 자유롭게 묶일 수 있다면 놀라운 속성이 출현할 수 있다. 그것도 정반대의 속성들이 동시에 출현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묶기’는 다양성을 보장하고 단순화를 가능케한다. 또한 강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유발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여기 1, 2, 3으로 표현되는 3개의 요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3개의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1, 2, 3 등 3가지 표현외에 1-2, 1-3, 2-1, 2-3, 3-1, 1-2-3, 2-1-3 등 수 많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한편 이와 반대로 3개의 요소들이 묶여 1-2-3과 같이 하나의 새로운 요소로만 기능하게 할 수도 있다.

다른 예로 근육세포를 상상해보자. 근육세포들의 개별 운동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하나의 근육세포들이 낼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많은 근육세포들을 몇 개의 그룹들로 묶고 각 그룹들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다면 매우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묶음’ 또는 ‘묶기’는 개별 구성요소들로써는 불가능한 매우 유용한 속성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진화상에서 신경세포들이 서로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network를 형성했다는 것은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마술상자를 건네받은 셈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신경망의 유용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그 후 신경망의 크기와 복잡성은 계속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효율성 때문에 신경망은 중앙집중적인 구조로 진화했으며 다양한 운동조절능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수와 복잡한 연결망을 지닌 중간뉴런(감각세포와 운동뉴런을 연결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체인 뇌를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2. 뇌와 운동



뇌의 발달과 더블어 동물은 자극에 반응하는 더욱 다양하고 섬세한 운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어떤 하나의 자극에 대해 가능한 반응의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하다. 날아오는 돌을 피하는 동작의 종류를 한번 상상해보라.

그렇다면 뇌는 하나의 자극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반응들에 대응하는 신경생물학적 토대를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할까?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뇌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효율적이지도 않다. 날아오는 돌을 피하도록 하는 수 많은 신경생물학적 반응들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 짧은 순간에 도대체 어떤 반응경로를 택해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변수는 돌만이 아니다. 그 순간 나의 자세, 주변에 있는 물건들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즉 코흐의 좀비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떤식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우선 일부 생존에 중요한 운동들(예를 들어 도피)은 즉각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연관된 움직임들을 묶어 하나의 정형화된 행위패턴을 이루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뇌신경반응이 고정되어 있다(고정행위패턴, FAP). 즉 특정 자극은 고정된 뇌신경반응을 통해 정형화된 운동을 유발한다. 반사적 움직임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운동에는 감정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앞서 말한 고정된 뇌신경반응이 바로 감정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움직임은 어떤 식으로 유발되는 것일까?

일부 행위는 미리 계산된 것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다른 움직임들은 순간순간의 자극(감각입력)에 반응하여 뇌에서 계산을 한 후 명령을 내린 결과 유발되는 것일까?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잠시도 가만있질 않는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또 다른 환경변화 즉 자극을 낳는다. 도대체 뇌는 얼마나 빠른 컴퓨터란 말인가?

그러나 뇌는 다행히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는(운동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 같다. 뇌는 감각입력없이도 운동을 발생시킨다. 운동이 유발되기 위해서는 운동뉴런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 외부 감각입력없이도 운동뉴런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도대체 그 자극은 어디서 오는가? 뇌의 본질적이고 자발적인 신경생물학적 작용 자체로부터 온다. 뇌는 감각입력을 운동출력으로 변환하는 단순한 translator가 아니라 감각기를 통해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외부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simulation하고 있는 일종의 reality emulator이다. 그리고 이 emulator는 현재를 모사할 뿐 아니라 과거를 재구성하기도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를 simulation 해본다. 즉 예측을 한다. 이 예측이 바로 자극을 낳고 이 자극이 운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뇌는 운동을 유발하는 기관이기에 앞서 자극 제조기(stimulus generator)인 것이다.





3. 감각질(qualia)



감각질이란 무엇인가?

얼음을 만지면 차갑다

호랑이는 무섭다.

장미꽃을 보면 아름답다....

이런 주관적 감각경험들이 바로 감각질이다.

그런데 감각질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의문이 있다.

우선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발화패턴으로부터 감각질이 어떻게 생겨나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어떤 것을 단순히 지각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느끼는가? 다시 말해 감각질은 왜 필요한가?



코흐는 감각질을 많은 정보를 표상하기 위한 하나의 기호로 정의했다.

“...감각질이란 어떤 한 지각과 연관된 엄청나게 많은 동시적 정보의 강력한 상징적 표상들-의미-이다. 감각질은 데이터의 맹공격을 효과적으로 표상하기 위해 진화된 고도로 병렬적인 되먹임 그물망의 특이적 성질이다....” <의식의 탐구> p262

그러나 코흐는 감각질이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미룬다.

“... 이는 학자들 간에 거의 동의된 바가 없는 심연이다. 정교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뇌에 개입하는 오늘날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이 생각들을 입증하거나 논박할 경험적 수단을 얻는 일은 아주 요원해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NCC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근본적 논제에 관해서는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는 편이 나의 연구를 위해서는 더 유익할 것이다....”

<의식의 탐구> p263



에델만에 의하면 감각질은 뇌가 수행하는 고등한 분별의 결과물이며 어떤 신경상태에 수반하여 동시에 출현하지만 그것의 출현은 신경상태와 인과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산물일 뿐이다.

“...콸리는 복잡한 세계에서 발견되는 고등한 분별의 결과물이다. 의식 장면의 경험이 일원적이라는 것은 모든 의식 경험이 콸리라는 견해를 가리킨다....” <뇌는 하늘보다 넓다> p79

"... C상태가 비록 C'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지만 C'상태의 정교한 분별 능력을 믿을 만하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C상태 또는 콸리는 C'상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분별물이다. 이것은 dynamic core의 재유입성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의식 활동의 기본 속성이다....“

<뇌는 하늘보다 넓다> p100

에델만도 비록 감각질의 발생을 세포나 분자수준에서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감각질의 의의에 대한 진화학적인 설명은 매우 호소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나스는 감각질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우선 이나스에게 감각질은 너무도 명백한 신경생물학적 현상이다.

“... 따라서 우리는 감각질이 뇌안의 전기적 활동에 의해 유발되며, 뉴런 막 표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전기적 구조와 시간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건들로 구성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p293-294

이나스도 비록 감각질의 발생 기작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감각질의 기능 또는 의미는 분명하다. 즉 감각질은 실재(reality)를 단순화함으로써 뇌의 부담을 덜어주고 운동에 필요한 판단을 빠르게 하기 위한 적응적 속성인 것이다.

“...관찰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감각질이란 특정한 뉴런 회로의 집합에 의해 지원되고, 그러한 그물망 안에 속한 일부 뉴런의 활동 및 다른 뉴런의 침묵과 관련되는 기능적인 전기생물학적 사건이다. ...........

 사실 감각질이나 느낌의 문제는 의식적 경험의 문제이다. 과학 용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현상을 이해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문제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주제이다. 심지어 물리학적이나 신경학적인 가설로 설명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그렇다. 당장 이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유용한 방식으로 질문을 정리해볼 수는 있다....“ p298

“...외부 세계 성질의 기하학을 내부 기능 공간의 기하학으로 변환하는 일의 본성상 실재는 언제나 단순화된다. 그래야 한다. 그것만이 뇌가 실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p312

“... 감각질은 명확한 틀, 즉 단순화하는 패턴을 제공해서 결정 속도를 높이고 그러한 결정이 다시 들어가 지각 풍경의 일부가 되게 해줌으로써 신경계의 작동을 돕는다...” p313



 

 

에필로그



이나스가 의식의 문제를 운동과 연관시킨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물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자극(환경변화)에 반응한다는 것인데 운동은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반응과 동의어이다. 그리고 생물 특히 동물은 진화과정을 통해 자극반응기구를 점차 정교하게 발달시켜 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자극반응기구 발달 과정의 정점에 뇌와 의식의 출현이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 내용외에도 이나스의 본 저서에는 음미해볼 만한 많은 관점들과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 운동의 원동력은 감각이 아니라, 모든 운동은 본질적으로 감각입력없이 발생한다(Graham Brown의 견해를 따름)

- 뇌는 자기참조적인 닫힌계로 감각입력의 역할은 정보를 공급하는 쪽보다는 진행 중인 인지상태를 구체화하는 쪽에 즉 내용보다는 맥락에 더 무게를 둔다

- 운동세포와 신경세포 활동에 있어서의 동시성 개념

- 모든 뇌 기능 중에서 예측은 가장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기능, 그리고 이 예측의 중심이 바로 ‘자아’라는 추상적 개념

- 자아는 중추신경계라는 닫힌계 안의 끌개(attractor), 즉 실제 존재하지 않으면서 관련없는 부분들을 연관시키는 추진력인 하나의 소용돌이(vortex)로 존재한다    

- 고정행위패턴(FAP), 운동FAP, 감각FAP

- 전운동으로서의 감정

- 집단 마음....



그러나 이나스의 견해 중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원형감각질(protoqualia)'이라고 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다세포 생물의 운동성이 단세포의 운동성에서 기원했듯이 뇌가 발현하는 감각질도 개별 신경세포가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원형감각질‘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 원형감각질이란 것은 없다. 감각질이란 신경구조와 속성들간에 이루어진 ’묶기‘ 과정에서 창발적으로 출현한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적응적 잇점 때문에 다양한 지각요소들을 한데 묶어 특정한 신경상태 표식을 붙인 것이 감각질이 아닌가한다. 어떤 이들은 창발성이라는 개념을 한때 유행했던 한물간 개념쯤으로 폄하하지만 나는 ’묶기‘ 개념과 연관된 창발성을 생물계의 매우 중요한 원리이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많은 것들(생명의 기원, 지각범주화, 개념범주화, 감정, 의식, 감각질, 자아...)이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언젠가는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뭐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것들을 한데 묶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가는 우리 주변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유용성이 없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조직을 만들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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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7.05.14 13:32
    마음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운동이다. 일부 자극에 대한 반응은 프로그램(고정행위패턴)된 흐름에 따른 정형화된 과정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맞는 건가요.. 뇌에 관한 연재물을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프린트해서 잘 모셔두었습니다. 독서모임 프린트물 보관함을 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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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05.14 13:32
    엄박사님이 열심히 앞장서 주시니 따라가는 사람이 힘이 나는군요.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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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2007.05.14 13:32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이해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엄박사님의 독후감을 다시 읽으니 저의 모자람이 극대화되는 듯 합니다. '뇌의 발생' 강의를 듣다 보니 이나스와 에델만의 책을 이해하려면 뇌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으면 '뇌' 공부는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만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오늘부터 30분씩 보던 '인간 뇌 해부도 입문' 공부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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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7.05.14 13:32
    보고 또보고 상기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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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05.14 13:32
    다른 것도 모르겠지만 감각질 문제는 정말 이해가 잘 안되요. 너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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