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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어렸을때 집에서 개를 기른적이 있지만, 개를 그리 가까이하지 못했다.
잠자리 날개를 잡는것도 두려워할만큼 겁이 많기도 했고, 알레르기 비염과 털복숭아 알레르기까지
심하다보니 털있는 짐승을 가까이 하는 것은 내게는 두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김훈의 "개"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내 유년시절의 개
'메리'가 떠오르고 그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서워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제는 '메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개는 사람보다 후각이 200배쯤 발달해 있고 청각이 100배쯤 발달해 있다고 한다.
시각과 언어, 두뇌회전에 주로 의존하는 사람에 비해 개는 온몸으로 세상을 익히고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주인공 '보리'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람과 자연에 대한 묘사는 본능적이고
공감각적이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부재에서 보여지듯이 작가는
산골의 공가촌(空家忖)이나 수몰지의 폐허에서 배회하는 개의 발바닥에 박힌 새카만 굳은살을 보고
그 속에 담긴 고통과 기쁨과 꿈의 축적을 가늠해 보고자 했다.  
그것을 사람의 눈이 아닌 개의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그저 개의 시각만을 빌리는게 아니라 온전히 개의 마음이 되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마저도 주인공 '보리'가 되어 상황을 바라보고 느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몰지구에서 가난한 어촌으로 이어지는 보리의 삶의 반경은 아름답고 순수하지만 애처롭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 이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밥벌이를 위한 노동'과 '국방의 의무'에 대한 신성함이나 비장함 혹은 자조감이나 애처로움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어떤 미물이든 삶의 본질적인 과정이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훈은 어느해 한 시상식의 수상소감에서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
는 것을 자연 속에서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아름다운 연민'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201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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