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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라는 종은 대단히 폭력적인 존재이다.

역사를 보아도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고, 현재를 보아도 전쟁이라 부르기는 뭐하지만 항상 여기저기서 국지적인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종끼리 죽어라 싸우는 종은 사람 밖에 없다는 말도 있고, 사람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생명을 취하는 유일하게 악마적인 존재라는 지적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폭력성이 뿌리 깊고, 날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스티븐 핑커는 이런 상식에 대한 통념이 사실이 아니며, 인류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더욱 착해지는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폭력이 일상생활이었던 원시시대부터 꾸준히 폭력이 감소하여 지금은 개인이 살아가면서 살인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 평화로운 죽음을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평화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폭력성의 감소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문헌으로 입수 가능한 살인에 의한 사망률을 분석했다.

그런데 더 고무적인 현상이 있다폭력성의 감소는 살인율의 감소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다른 인종, 다른 민족에게도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고, 심지어 동물에 대해서도 필요이상으로 난폭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 되고 있음은 인류가 그만큼 착해지고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당연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당장은 평화의 시기이지만, 언제든지 3차 대전이 일어 날 수 있고, 만약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파국적일 것이므로 최근 50년 정도 큰 전쟁이 없었다고 해서 인류의 폭력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은 성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폭력성을 감소하는 여러 요인들(민주주의 확대, 경제적 풍요, 괜찮은 정부, 평화유지활동, 개방적 경제, 그리고 비인도적 이데올로기의 쇠퇴)이 존재하는 한, 전쟁의 위험성은 극히 낮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내 요지는 폭력이 실제로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고, 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폭력감소는 특정문화에서 특정시점에 갖춰진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조건들 때문이었다. 그 조건들이 역전되면 폭력은 언제라도 다시 늘 수 있다. (p619)”  

논증의 뼈대는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칸트의 민주주의, 상업, 보편시민권, 국제법 개념이며구체적으로 폭력의 감소를 이루어낸 5가지 역사적 힘으로 1) 리바이어던, 2) 상업의 발전, 3) 여성화, 4) 세계주의, 5) 이성의 발전을 들고 있는데, 이는 홉스, 칸트의 생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렇게 인류가 착해지고 있음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빈틈없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는데, 읽고 있는 나는 왜 찜찜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을까저자의 논리에서 빈틈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인류의 역사가 폭력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는 한가?                                   

폭력의 지표로 사망률을 분석했는데 이것은 과연 적절한 전제조건인가?

타인의 생명을 빼앗지는 않지만 구조적인 빈곤상태에 몰아넣고,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곰을 죽여 고기를 얻는 행위와 곰을 우리에 가둬 놓고, 담즙을 빨대로 뽑아 먹는 행위 중에 어느 것이 더 악랄하게 폭력적인가?

확실히 살아가는 동안 타인의 물리적 폭력으로 생을 마감할 위험은 줄었다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지능적인 폭력, 예를 들어 사회구조의 고착화에 따른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점점 없어지고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어 가는 과정, 비이성적 정부가 국가의 힘을 독점하고, 자기집단의 영달을 위해 사용하는 것,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인류가 점점 착해지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폭력이란 근본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방법이라고 전제한다면, 사회적 공분을 살 수 있는 노골적인 폭력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제도화해서 구조적으로 약자를 수탈하는 행위가 더 악랄한 형태의 폭력이 아닐까?

스티븐 핑커의 주장, ‘폭력의 감소는 우리가 음미할 업적이라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전히 찜찜함이 남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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