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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명 : 예수는 신화다 (원제 : The Jesus Mysteries - Was the "Original Jesus" a Pagan God?)
저 자 : Timothy Freke & Peter Gandy (1999)


 “예수는 역사적 실체인가?” 이런 질문을 했다면, 중세유럽에서는 가차없이 화형에 처해졌을 것이고, 현대에서도 기독교도들로부터 엄청난 눈총을 받을 겁니다..


 “예수는 신화다”의 여정은 이러한 도발적인 의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대답은? “예수는 역사적 실체가 아니다. 예수 스토리는 기독교가 그렇게 핍박하고 멸시했던 Paganism (보통 이교사상이라고 번역되지요) 신화의 유태적 변용이다” 라는 결론입니다.


 이러한 결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예수의 스토리와 비슷한 모티프(motif)를 가진 Paganism의 신화가 그 이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Osiris) 신화, 그리스의 디오니수스(Dionysus) 신화, 이태리의 바쿠스(Bacchus), 소아시아의 아티스(Attis), 페르시아의 미트라스(Mithras), 시리아의 아도니스(Adonis) 신화 등이지요.


 이들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티프는 1. 신과 인간처녀 사이의 교접의 결과로 사람의 몸을 빌어 세상을 구원하는 존재로 태어난 신의 아들, 2. 12월 25일 동굴 또는 가축우리에서 세 명의 목자 앞에서 탄생, 3. 이 구원자에 의한 세례를 통한 재탄생 의식, 4.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고 5.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부활절에 즈음하여 맞는 죽음, 6. 3일 후의 부활, 7. 최후의 심판에 대한 예언 8. 성체의식 등이지요.


 물론 이 신화들은 시대적으로 예수의 이야기 보다 훨씬 앞섭니다. 단지 예수 스토리에서 독특한 점은 신화를 로마에 의한 이스라엘의 지배라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재창조했다는 점입니다.


 이들 신화에서 주목할 점은 "Outer Mystery" - 신화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기초적인 사실주의적 관점 (Literalistic Viewpoint) - 와 "Inner Mystery" - 신화를 상징적으로 해석하는 고차적인 영지주의적 관점 (Gnostic Viewpoint) - 의 구별입니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영지주의 (Gnosticism) 은 무자비하게 박해를 받아 사라지고, 기독교는 Literalist 들이 주도하게 됩니다. (어쩌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지요).


 다음으로는 예수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역사적 기록이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로마인들은 아주 시시콜콜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재판에 관해서는 아주 상세한 기록을 많이 남겼지요. 예수 스토리가 역사적 사실이라면, 예수는 요즈음으로 치면 사상범으로 재판을 받아 처형을 받은 것인데, 상당한 정치적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고 많은 기록들이 남아야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바이블에도 등장하는 유대총독인 빌라도(Pontius Pilate)의 어느 보고서에도 예수에 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고, 그 시대의 전.후에 활동한 역사가들(플루타크, 플리니, 세네카 등)의 저술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단지 역사적 실존인물임이 증명된 사도 바울의 서간(많은 위작이나 날조가 포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에서 예수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만, 사도 바울조차도 예수를 직접 만났다는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후의 교회역사는 기독교 태생의 비밀을 숨기려는 엄청난 은폐의 시도와 예수의 역사적 실존을 증명하려는 갖가지 증거의 조작과 음모로 점철되어왔고, 또 한편으로는 예수 스토리를 상징적으로 해석하는 영지주의자들에 대한 처절한 탄압으로 일관되었다는 거지요.


유.무신론을 떠나서, 인류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종교의 하나인 기독교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으로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역사학자인 저자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역사적 증거들은 그들의 결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지요.


기독교도이든 비신도이든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봅니다.


 


P.S. : 이 책의 번역본(번역: 승영조)이 2002년 6월 동아일보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인데, 제 짐작이 맞다면 좀 유치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대한민국 문화의 수준인가 봅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얼마 전 “예수는 신화가 아니다”라는 이 책의 비판서는 출간되어서 판매되고 있더군요. 원전은 절판되고 비판서만 돌아다니는 것도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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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주 2009.04.26 21:01
    저도 이책을 구입한 뒤에 다시 살펴보니 절판이 되더라구요.
    저도 절판 이유에 대해 비슷한 짐작을 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절판된거 보고 느꼈던 황당함과 이게 우리의 수준인가 싶어서 씁쓸했었습니다.
  • ?
    신승용 2009.04.26 21:01
    안녕하십니까 저에게 번역본 원본의 PDF 파일을 가지고있습니다. 원하시는 분께서는

    iridium4@korea.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송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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