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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09:00

나무 뒤에 숨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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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rt Summary '경제'라는 숲 속에 있는 나무 뒤에 숨어서 경제는 어렵다고 외쳐왔던 우리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경제 해설서. 어떤 상황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경제학에서 널리 활용되는 10가지 원리들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경제원리를 실생활 및 역사적 사건, 영화 등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경제원리에 의해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할 만큼 경제학은 생활과 밀접하며, 결코 딱딱한 학문만은 아니라고 느끼게 해준다. ▣ 차 례 1. 경제학의 십계명 2. 나의 기대, 당신의 기대 3. 오렌지와 낑깡 4.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5. 소비와 절약의 딜레마 6. 큰 기업, 작은 기업 7. 붉은 깃발, 푸른 깃발 8. '뷰티플 마인드'의 경제 9. 전쟁과 경제 10. 너도 나도 좋아하는 공평세 11. 풍요를 만드는 선택 1. 경제학의 십계명 세상에 공짜는 없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십계명은 기독교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으로 통용된다. 이와 같은 계율은 기독교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와 문화에서도 전통적인 규범과 관습이 엄연히 존재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에도 십계명과 같은 대명제가 있다. 물론 경제학의 십계명은 도덕률이나 행동 규범과는 다르다. 오랜 기간의 실증적인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열 가지의 계명이 학자마다 다를 수 있고,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계명(戒名)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결과와 같은 것이다. 이제 경제학의 원리들을 모아서 십계명으로 정리해 보자. 첫째 계명은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즉, 상충되는 것들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의사결정에서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선택은 할 수 없다. 자원(시간과 돈)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는 것이다. 이는 흔히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라는 말로 대변된다. 경제학에서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에도 반드시 비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는 금전적인 비용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되어야 하는 것의 비용일 수도 있다. 국가나 사회도 첫째 계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다루며, 이런 의미에서 경제학을 선택의 과학이라고도 한다. '공짜 점심'은 경제적 선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휴가계획을 세울 때, 지 망 대학을 결정할 때, 투표를 할 때도 항상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경제학의 계명만 잘 지켜도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 인기스타가 매니저와 헤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돈 때문에 헤어지고, 헤어지면 더 잘 된다는 연예가의 법칙은 그대로 경제학의 네 번째 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모두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단지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물질적 인센티브가 주류를 이루지만,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경제학의 법칙이다. 따라서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경제학의 계명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전용차선 위반에 대한 과태료나 남산터널의 통행료를 보라. 얼마나 인센티브에 민감한가. 밥그릇 수에 따른 호봉제보다는 연봉제를 채택하는 것도 인센티브에 따라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는 당근인 셈이다. 쓰레기 종량제도, 여름철의 전력요금 누진제, 심야전력의 할인도 모두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제도이다. 그러나 인센티브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하거나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능력껏 일하고 필요에 따라 보상받는다는 사회주의 제도도 잘못된 인센티브의 대표적인 예이다. 노력과 보상이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의욕을 갖고 일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금이 낮은 기업이 어떻게 유능한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겠는가? 임금을 대신할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라도 있어야 좋은 인재가 모여든다. 인센티브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어야만 기업도 사회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인센티브는 돈만이 아니다.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라도 좋다. 그러나 경제학의 계명을 지키지 않은 조직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2. 나의 기대, 당신의 기대 짝사랑은 시장에서도 실패한다 짝사랑은 언제나 애달프고 마음 졸이는 열병을 앓게 한다. 서로 다른 기대 때문에 짝사랑은 가슴 설레고, 마음만 아플 뿐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 경제에서도 짝사랑의 논리를 생각할 수 있다.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다. 서로가 다른 방향의 기대를 가진 비대칭적 기대와 같다. 기대는 물론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가 바탕이 된다. 두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으로 행동했다면 비대칭적 기대를 가질 이유가 없다. 짝사랑이 가슴앓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시장에서도 비대칭적 기대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전형적인 사례가 농산물 시장이다. 작년에 양파가 흉년이 들어 가격이 폭등했다면 올해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겠는가. 어떤 농부는 나 혼자 양파를 많이 생산하여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예측에는 다른 농부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적은 양을 생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다른 농부 역시 '나만 많이 생산하여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은 모두 같게 나타나지만, 다른 농부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나(갑)는 많이 생산하지만 이웃(을)은 적게 생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을은 반대로 자신은 많이 생산하고 갑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대칭적 기대를 갖는다.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서로에 대한 비대칭적 기대 때문에 모두가 생산량을 늘릴 것이고 가격은 폭락한다. 비대칭적 기대가 1년마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주된 원인의 하나다. 한쪽에서만 잘 알고 있는 거래는 짝사랑과 같이 실패하기 쉽다. 시장에서도 가슴앓이를 피하려면 거래 당사자가 서로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기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3. 오렌지와 낑깡 명품이 잘 팔리는 이유 세상에는 유난히 비싼 것만 찾는 고객도 적지 않다.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는 속물 효과도 나타나고, 너도 나도 함께 따라가는 편승 효과도 등장한다. 그래서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도 한다. 같은 명품이라면 싼값에 구입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여전히 비싼 것만 고집한다. 값이 내려야 물건이 잘 나간다는 수요의 법칙과는 상충된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은 과연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베블렌(Veblen)은 이런 현상이 사람들의 자기과시적인 소비 행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두 가지의 가격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이다. 즉, 실제 지불하는 시장 가격 뿐 아니라 '남들이 얼마를 주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가격'까지 감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청바지를 구입하면서 남들이 그 청바지에 기대할 가격도 고려하는 것이다. 10만 원짜리를 남들은 8만 원쯤 주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고, 15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산 물건에 대해 남들이 기대하는 가격을 과시 가격(conspicious price)이라고 한다. 과시 가격이 올라가면 그 제품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시장 가격은 동일한데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가격이 올라간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이제 청바지의 실제 가격이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라갔다고 생각해 보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순수한 효과는 당연히 수요의 감소(-)로 나타난다. 그러나 소비자가 과시 가격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상된 제품의 과시 가격이 올라간다면 이번에는 수요가 증가(+)한다. 만약 과시 가격으로 인한 수요 증대(+) 효과가 시장 가격 인상에 따른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면, 전체 효과는 당연히 수요 증대(+)로 나타난다. 과시 가격의 상승에 따라 나타나는 수요 증대(+) 효과를 '베블렌 효과'라고 하고, 이 효과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효과보다 큰 재화를 '베블렌 재화'라고 부른다. 물론 베블렌 재화는 대부분 고급 사치품이다. 베블렌은 과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를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지적한다. 생산적인 투자보다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더 많이 분출되고, 실제 가격보다 과시 가격이 소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4.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도박사의 꿈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동안 거의 광적으로 도박에 빠졌다고 한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을 때까지 도박 테이블에 앉아 있었으며, 완전히 손을 털어야만 도박장을 떠날 수 있었다. 그때가 되어야만 '악령'은 영혼으로부터 물러났고, 천재적인 창작 활동을 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그로 하여금 문학작품을 쓰게 만드는 유일한 구원자가 바로 도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경험은 작품 「도박사」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도박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해 새디즘이나 매조키즘의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행동하는 한 개인을 그리고 있다. 요즘 우리 나라에도 814만 5,060 대 1의 확률에 운을 맡기고 수십억 원의 대박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로또 복권을 파는 은행 및 판매소 앞에서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의 긴 행렬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도박과 복권, 기업의 투자 행태는 기본적으로 같은 틀에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분의 1의 확률로 1만 2,000원을 벌 수 있고, 나머지 2분의 1의 확률로 8,000원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평균기대값은 {12,000×(1/2) + 8,000×(1/2)}해서 1만 원이 된다. 만약 기업이 이런 사업에 투자한다면 1만 원짜리 복권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어떤 사업에도 복권을 사는 것과 같은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데에 있다. 복권의 사례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100명에게 복권을 팔고, 이 중 당첨자 한 사람에게만 100만 원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100만 원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이 100분의 1, 떨어질 확률이 100분의 99가 되므로 기댓값은 1만 원이 된다. 따라서 이 복권을 1만 원에 판다면 복권값과 기대값이 동일하므로 '공정한 도박'이 된다. 이런 복권에 대한 판단의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 사람이다. 즉, 1만 원을 갖고 있는 것과 복권을 사는 것이 자신에게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둘째 유형은 현금을 갖는 것이 더 만족감이 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예 도박장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복권을 즐겨 사는 사람이다. 2만원에도 기꺼이 복권을 구입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박을 기다리는 용기가 있다. 당신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가? '도박사'인가?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될까? 개미들의 위험한 행진 9·11 테러의 와중에서도 엉뚱하게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이 있었다.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등 주요 항공사들과 투자은행들은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주가 하락시에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옵션 거래를 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테러를 미리 알았던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서울의 증권 시장에서도 9월 12일 하루 만에 무려 504배의 수익을 올린 옵션 거래가 있었다. 당시 13일이 만기인 옵션 행사가격(62종목)이 0.01에서 5.05로 마감되었으니, 주가로 치자면 1,000원짜리가 50만 5,000원으로 치솟은 셈이다. 이날 54만 건의 거래에서 발생한 차액이 1,000억 원이 넘었다고 한다. 옵션이 무엇이길래 이런 대박이 가능한 것일까? 옵션은 적은 돈으로도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데에 매력이 있다. '적은 판돈'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면 도박이나 복권과 속성이 유사한 것 아닐까? 삼성전자의 주식을 지금부터 한 달 후에 40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계약을 생각해보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콜 옵션(call option)이라고 한다. 그 옵션의 가격이 3,000원이고, 한 달 후 삼성전자의 주식이 50만 3,000원이 되었다고 했을 때 콜 옵션을 행사하여 40만 원에 주식을 인수하면 10만 원의 이익이 생긴다. 만약 4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옵션 가격 3,000원만 손해보는 셈이다. 따라서 손실의 최대 규모는 3,000원이지만, 이익은 무한대로 커질 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옵션의 특징이다. 물론 주식값이 떨어지면 오히려 이익을 보고, 올라가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옵션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팔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은 풋 옵션(put option)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풋 옵션이 더 유리하다. 어떤 사람이 1만 원짜리 주식을 한 달 후에 갚는 조건으로 빌려서 팔았다고 하자. 한 달 후에 그 주식이 5,000원으로 절반이 될 확률은 90퍼센트라면 1만 5,000원으로 올라갈 확률은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한 달 후에 예상대로 내려가면 5,000원의 이익을 보고, 올라가면 반대로 5,000원을 손해본다. 이 상황에서 손해를 막기 위해 옵션이 필요한 것이다. 한 달 뒤 9,000원에 그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를 1,000원에 샀다고 하자. 만약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9,000원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5,000원만 주어도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식을 사서 1만 원에 되돌려주면 5,000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옵션에 지불한 1,000원을 공제해도 4,000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1만 5,000원이 된다면 콜 옵션을 행사하여 9,000원에 주식을 산다. 이때는 1,000원의 이익이 발생하지만, 옵션을 사기 위해 그 돈을 썼으므로 남는 게 없다. 떨어지면 이익을 보지만, 올라가도 손실을 입지 않는 전략이 된다. 옵션을 적절히 활용하면 주식 시장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 시장에서 나무 뒤에 숨은 개인 투자가는 역시 '작은 손'에 불과하다. 복잡한 옵션 거래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개미들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5. 소비와 절약의 딜레마 마네트의 두 도시 상류층의 사치와 부패를 거론하자면 프랑스 혁명 직전의 루이 16세 시절을 빼놓을 수 없다. 봉건왕정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나라 같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귀족과 서민은 완전히 유리된 두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행차길에 귀부인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죄목으로 수십 년의 형을 받은 서민도 있었다니, 두 계층 간의 벽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알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평범한 의사 마네트는 18년을 바스티유 감옥에서 보냈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우연하게 귀족의 비밀을 알게 된 사실로 죄가 성립되었던 것이다. 18년 뒤에 석방된 마네트는 귀족문화의 부패와 잔인성에 대한 역겨움 때문에 파리를 떠나 런던으로 가게 된다. 이것이 디킨즈 소설 『두 도시 이야기 』가 전개되는 플롯이며, 제도와 문화가 전혀 다른 두 도시를 오가며 전개되는 마네트 일가의 파란만장한 얘기가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 속에는 귀족 문화의 횡포로 자신들의 생명조차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처연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두 도시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발음조차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명품 제품들, 몇 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머리핀, 몇 천만 원 대의 쇼핑,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뇌물 사건….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런 사건들을 보는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의 정서는 어떠할까. 자신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문화에 대한 냉소와 불신, 허탈감만 가득한 것 같다. 두 도시의 경계는 완연히 구별되어왔던 것 같다. 서민들의 세계는 투명했지만, 또 한 도시의 벽은 그렇지 못했다. 그곳은 안에서만 바깥을 볼 수 있게 코팅된 '반사 유리' 속에서 보호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도 내부의 갈등으로 작은 창의 코팅이 벗겨지면서 그 도시의 실상이 일부 드러난 셈이다. 우리 모두 마네트처럼 우연히 비밀을 알게 된 불경죄를 범하게 된 것이다. 국민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도시 간 불신의 벽을 허물어내야 한다. 거리에 있는 사람이나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이나 모두가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많은 해답이 나와 있다. 단지 실행하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더 이상 작은 것에 집착하여 두 도시의 불신을 높이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6. 큰 기업, 작은 기업 커지고 싶은 욕망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적어도 어느 수준까지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크고 싶은 가장 큰 유혹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우선은 비용 면에서 효율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TV를 생산하는 경우를 보자. 100대에서 120대로, 200대로 점차 생산량을 증가시킬 때마다 한 대당 생산비는 감소한다. 생산규모를 늘리면서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 때문이다. 이것을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라고 한다. 규모를 증대시킴에 따라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다. 따라서 시장 경쟁에서도 큰 기업이 비용 면에서 우위를 누린다. 그렇다고 생산 시설을 늘릴 때 언제까지나 생산비의 절감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비극이 시작된다. 적게 생산할 때보다 오히려 평균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상태로 반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0대를 생산할 때는 평균단가가 800만 원이었는데, 310대로 늘리니 850만 원이 소요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규모가 늘려감에 따라 비용이 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른바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가 발생하는 것이다.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항상 최선의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효율적인 생산 규모로 구조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7. 붉은 깃발, 푸른 깃발 풀어야 할 규제, 묶어야 할 규제 우리 나라에서는 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대형 사고가 나면 일제히 규제가 소홀하다고 비판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준농림지를 폐지한다는 규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필요성도 많지만, 한편에서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어디까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무엇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경제학에서는 정부 규제를 사회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사회적 규제는 환경의 보전이나 사회적 안전, 인명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부 개입을 말한다. 반면 경제적 규제는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하여 정부가 경제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시장 자율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부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적 규제에는 반드시 규제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 비용이 너무나 커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도 많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규제는 점차 강화하는 반면, 생산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경제적 규제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환경과 인명, 사회적 안전에 더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사회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생산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경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 8. '뷰티플 마인드'의 경제 자비심보다 자비로운 이기심 스코틀랜드에서 유복자의 아들로 태어난 애덤 스미스는 말이 적고 내성적이며 항상 우울한 편이었다. 그가 세인의 관심을 끌며 역사를 바꾼 경제학자로 변신하게 된 것은 부유한 공작의 개인 교수로 프랑스를 여행하며 『국부론』을 저술한 후부터이다. 그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한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이 되면서 공공의 이익은 극대화된다." 우울한 성격과는 달리 매우 낙관적인 경제철학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이 오늘날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었으니, 시장경제는 태초부터 낙관적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한 셈이다. 시장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가격을 말한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며,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여 시장의 균형을 이끄는 것이다. 이 기능으로 경쟁시장에서는 각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미스의 논리는 법 제도나 국가보다도 개인의 동기가 훨씬 더 중요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의 상충과 갈등은 모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어 균형에 이른다. 물론 균형의 개념은 가격과 국민소득, 이자율, 고용과 임금, 국제수지 등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모든 경제학의 문제가 균형을 찾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균형과 달리 '내시의 균형(미국의 수학자 내시가 정립한 개념으로 게임에서 각 경기자들이 어떤 특정한 전략을 선택하여 하나의 결과가 나타났을 때, 모든 경기자가 이에 만족하고 더 이상 전략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을 경우)'은 비록 공공의 이익이 극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로가 변화를 원치 않는 평화로운 균형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때로는 비효율적이거나 사회적 낭비가 많은 상태에서 적당한 타협의 결과로 균형이 성립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업과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불균형 속의 균형 경제학의 균형에는 수급이 조화된 균형도 있고, 불균형 속의 균형도 있다. 먼저 애덤 스미스의 전통적인 균형은 수요와 공급이 딱 들어맞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균형 가격이 1만 5,000원이라고 하자. 시장 가격이 1만 5,0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오르면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시장 가격은 다시 떨어지고, 결국은 균형상태(1만 5,000원)를 회복한다. 이때 수요와 공급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균형이 달성된다. 그러나 실제 경제에서는 전통적인 균형이 반드시 만족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 시장을 생각해보자. 현재 월급 200만 원에서 200만 명이 고용되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상태에 있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경기가 침체되어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업이 180만 명을 채용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요가 줄어들었으니 당연히 임금은 낮아져야 한다. 임금이 낮아지면 일하고 싶어하는 노동력의 공급도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180만 명이 180만 원을 받고 고용되는 새로운 균형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일하고자 하는 사람(공급)과 고용하고자 하는 인력(수요)이 일치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 일자리를 찾는 균형 상태가 된다. 물론 실업자도 없다. 바로 전통적인 애덤 스미스의 조화로운 균형상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이 임금을 낮추기가 힘들다. 우선 노동조합과 협의해야만 하고 임금은 내려가지 않으려는 속성, 즉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줄었는데도 임금이 종전(200만 원)과 같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임금이 높으므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공급)이 200만 명에서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180만 명밖에 없으니, 결국 2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수급이 맞지 않아 실업자가 많은 것이 어찌 조화로운 균형이겠는가? 그러나 임금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실업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균형'이 등장하는 것이다. 9. 전쟁과 경제 석유 한 방울이 갈라놓은 전쟁 "조국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뺏어야 한다. 남의 것이라도 정복해야만 한다." "만약 히틀러의 수중에 석유 한 방울이라도 들어간다면 자네를 사살하겠어." 전쟁을 즐겨했던 히틀러의 항변과 그의 침략에 맞선 스탈린의 엄명이다. 히틀러는 1941년 7월 세계의 인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를 침략해 불과 몇 달 만에 모스크바 외곽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스탈린의 전략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북부는 빼앗겼지만, 남부 유전을 장악하려는 히틀러의 의중을 간파하고 당시 석유상 바이바코프에게 석유 한 방울도 넘기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것이다. 독일군은 천신만고 끝에 남부의 거대한 유전에 도달하였지만, 그들이 찾은 곳은 소련의 초토화 작전으로 폐허가 된 황량한 벌판이었다. 히틀러는 결국 석유를 장악하지 못했고, 그 석유가 화근이 되어 히틀러 군사는 42년 겨울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붉은 러시아군에 무릎을 꿇고 만다. 전세는 역전되어 적군(敵軍)은 베를린까지 진격하며 운명을 갈라놓게 된다. 석유 한 방울이 천추의 한이 되어 히틀러의 독일은 패망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컬러 오브 오일』, 2001, 산해에서 인용) 석유는 군사작전은 물론 모든 경제활동에 가장 필수적인 생산요소이다. 생산요소란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을 말한다. 사람도, 자본도, 토지도, 원자재도 모두 생산요소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도 석유는 가장 중요한 원자재이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에는 석유와 같은 기초적인 생산요소를 둘러싼 전쟁이 많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석유와 같은 생산요소의 공급이 영향을 받게 되면, 경제적 타격은 엄청나게 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73년 10월의 중동전쟁이다. 1973년에 1배럴당 2달러 내외에 불과하던 유가는 전쟁의 여파로 두 달 만에 17달러로 폭등했다. 유가는 한때 40달러까지 폭등하였다. 세계 경제가 비용 상승에 의한 인플레를 경험하며, 수년 동안 침체의 늪을 헤맸던 것이다. 전쟁이 공급 측면에 영향을 주어 경제를 침체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총수요와 총공급 중에서 공급 측면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런 전쟁에서는 생산요소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공급가격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쟁이 생산요소의 공급을 위축시키면 생산활동이 부진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 흐름이 마비되어 총생산이 줄어들고, 소득도 국가의 부(富)도 급속히 감소하게 된다. 공급 가격이 올라가면 원재료 가격이 상승되어 재화 가격도 올라가고, 이에 따라 소비도 줄어든다. 인플레는 극심한데 수요는 줄어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생산요소 가격의 폭등은 비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의 피해는 모든 나라에 공통된 것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인플레로 신음하는 사이에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이 불러온 일순간의 대박을 즐기는 왜곡도 나타난다. 전쟁은 부가 재분배되는 과정을 만들어준다. 비록 인플레는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지만 소비능력과 국부는 생산요소의 공급국과 수요국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다. 10. 너도 나도 좋아하는 공평세 경기를 부양하려면 부시 대통령은 최근 배당세를 폐지하고 소득세를 인하하는 등 무려 6,74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조치는 향후 3년간 21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0.4퍼센트P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세금 감면은 오히려 재정 적자만 확대시키고,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재정 적자에 대한 전망도 제각각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조세감면이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 3,590억 달러의 적자 확대를 가져올 수 있지만, 경기부양 효과로 인한 세입 증가로 적자 폭은 1,660억 달러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연 조세감면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조세감면은 어떤 경우에 성공하고, 어떤 경우에 실패하는가?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재정 정책이 수요를 늘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경기침체는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재정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 정책은 수요뿐만이 아니라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공급 위주의 경제학이다. 즉, 세금을 인하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 이외에도 근로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인센티브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 열의와 생산의 증가로 조세 수입까지도 증가한다고 믿는 것이다. 조세감면의 효과는 궁극적으로 민간의 소비를 통해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민간의 소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세 정책만이 경기부양 효과를 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1992년의 부시 시절처럼 일시적인 세금 감면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소득이 확실히 늘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세금 감면이라야 한다. 또한 세금 부담이 상당히 많다고 느끼는 계층에게 감면 혜택이 많이 돌아가야 한다. 세금 감면으로 실질적인 소득이 상당히 늘었다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그 정책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11. 풍요를 만드는 선택 흰쥐의 현명한 선택 1980년대 초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흰쥐의 '합리적'인 선택 여부를 실험하였다. 가격이 올라가면 적게 소비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량을 늘리는 현상이 쥐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것일까?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쥐의 합리적인 선택은 입증되었으며, 그 결과는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우선 흰쥐를 넣은 실험실에 두 개의 단추를 설치하고, 단추를 누를 때마다 서로 다른 식품(예를 들면, 물과 빵)을 일정량 공급하였다. 또한 하루에 단추를 누를 수 있는 횟수를 고정시켜 쥐들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제한하였다. 그 횟수를 넘기면 빨간 불이 들어오게 하여 '돈'이 다 떨어졌음을 알려주었다. 의외로 흰쥐들은 실험실의 환경에 빨리 적응하였고, '단추'와 '빨간 불'의 의미를 쉽게 이해했다. 단추를 누를 수 있는 횟수를 조정하여 '소득'을 변화시키고, 누를 때마다 나오는 분량을 증감하여 '가격변동'에 대한 반응을 조사하였다. 쥐들은 소득이 증가하면 많이 소비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적게 소비하는 '합리적인 행동'을 보였다. 또한 쥐의 세계에서는 소득이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게 소비하는 열등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Kagel, Battalio 등의 실험,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981).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항상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제인(Homo Economics)이라 가정해 왔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때 더 주식을 사려고 달려드는가. 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가 등장하는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렇듯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에서 어떤 '합리성'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2년도 노벨 경제학상은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 캐너만이 수상하였다. 캐너만은 인간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듯 자신의 이익만을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인'이 아니라, 때로는 완전한 정보도 없이 직관이나 감정에 좌우되며 주먹구구로 의사결정을 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캐너만과 공동 수상한 스미스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인'을 가정한 경제 이론들이 현실 세계에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두 학자는 특히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광부가 금의 소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땅을 파는 것과 같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기대이론(Prospect Theory)을 도입하여 '인간의 경제적 행태'를 설명했다. 경제인이 아닌 인간(Homo Sapiens)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의 경제학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인간'의 행태를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경제학의 현실 적응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흰쥐와는 달리 사람의 행태는 매우 복잡하다. 내일을 위한 선택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표는 고용 감축이 아니라 경쟁력의 회복이다. 고용 감축은 구조조정의 한 수단일 뿐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시장 여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 규모를 줄여야 하고, 반대로 시장이 확대되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생산 시설과 고용 규모, 투자 등 모든 변수를 시장 여건에 맞게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구조조정을 한다. 기업의 영업활동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는 가변요소(可變要素)와 고정요소(固定要素)로 구별된다. 원재료와 노동은 대표적인 가변요소이고, 생산 시설과 자본, 토지는 고정요소에 해당된다. 비용도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으로 구별된다. 고정비용은 생산량에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비용이고, 가변비용은 생산 규모에 따라 변동한다. 광고비와 마케팅, 단기 금융 비용은 물론 임금과 원재료 비용도 모두 가변비용에 해당된다. 실제 제품과 용역의 생산은 가변요소와 고정요소가 결합되어 이루어진다. 노동력이 모두 가변요소인 것은 아니지만 - 다른 사람과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재는 고정요소에 버금간다 - 이런 생산구조 속에서는 시장 여건이 어려워지면 우선 가변요소를 줄이고, 그래도 어려우면 생산 시설을 폐쇄하는 등 고정요소를 조정한다. 고정요소를 먼저 조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산 시설과 같은 고정요소는 구조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사장 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목적은 결코 고용 감축이 아니다. 오히려 유연성을 확대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 구조조정을 못한다면 그 기업은 결국 침몰하고 말 것이다. 단기의 구조조정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문제는 결국 목적지까지 순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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