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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갑작스럽게 미국 출장 일정이 잡혔다. 시골
도시까지 갔다 오는 일이라 비행시간이 편도 약 16시간, 공항대기시간까지
합하면 왕복 약 35시간을 이동하는데 써야 했다. 재미없는
책이 필요했다. 너무 빨리 읽어 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그래서
집어 든 책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이 책은 내게 많은 고통과 모멸감을 안겨준 책이다.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워 . 내가 이 책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나!’ 라는 자괴감을 여러 번 안겨 주었다.
번은 고등학교 때, 또 한번은 대학교 때, 두 번 모두 절반도
읽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한 두 번 더 시도했던 적 있으나 그다지 진지한 자세는 아니었기에
몇 장 읽다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집어 치웠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선택했다. 긴 시간
동안 killing time
할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책은 어렵다. 짜라투스트라라는 화자의 입을 빌려 니체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는데, 논리가
없이 상징과 은유로 토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과 은유는 각주를 참조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읽으면서 각주를 계속 찾아 봐야 하니 읽기가 더딘 것은 당연하다. 귀찮아서
몇 개 생략해 버리면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담겨 있는 내용은 상당히 단순하다. 의사표현의
형식이 복잡할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보기에) 크게 두 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 우리 시대에는 초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 신을 절대시하는 기독교는 헛된 것이고, 사람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 종교가 사람보다 신을 중시하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기독교를 반대하는 것과 사람을 중시하는
것은 니체에게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의 주장이다.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는 구절은 이런 니체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니체의 초인사상은 플라톤의 철인사상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니체는 기원전 4백년 전에 활동했던 플라톤의 유사품일 뿐이지 않을까?



니체의 책 곳곳에는 우월한 사람이 천민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천민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능력이 없으며 감사할 줄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귀족이 천민에게 섣부른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한 초인의 성취를 위해서 천민대중의
고통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 이 정도 수준의 사상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



물론
니체가 생활했던 당시에는 의미 있는 주장 중의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21세기 현재 사회에서는 이 책은
가치가 없으며, 오히려 (나치즘이나 제국주의 사상 같은) 해악을 낳는 쓰레기이다.



조금 과했나? 기대에 비해 실망이 컸을 뿐, 다른 의도는 없으니 성내지 마시길....



  • ?
    신동찬 2012.12.02 23:39
    비판하려는 글이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책들(읽은 책 중 두, 세권을 제외한)은 읽을 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내용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가지려 합니다. 이런 점에서 비평가를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모자란 점, 나쁜 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슨 '주의'나 사상이라 이름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다른 견해 때문에 그의 글 모두가 그의주의 안에 싸잡혀서 좋은 것들이 있을텐데도 찾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니체의 글은 언듯 도덕경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가장 높은 곳은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비롯된다. 가장 큰 사랑은 가장 큰 경멸에서 비롯된다. 초인이란 자신의 드높은 의지로서 자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에게 명령하라는 것 같습니다. 천민, 서민들을 그 상태로서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초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니체가 채찍질하려는 점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에 경멸과 증오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입니다. 차라투스투라의 마지막 적은 그들에 대한 동정입니다. 그것은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의 크기 때문에 그만큼 동정을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 제 생각도 좀 과한가 봅니다. 이 책은 실망시킬 책도 아니거니와 다른 해로운 사상이나 주의를 낳은 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 ?
    신동찬 2012.12.02 23:39
    사람에 따라,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어떤 사물, 사람에 대하여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시간이란 것이 한정되어 있고 책이 킬링타입 용으로 쓰인다는 것은 마음 아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때와 장소가 맞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두, 세권의 책을 준비하셔서 부디 가지고 계신 시간을 나쁜 기분으로 채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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