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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늘 호 수 로 떠 난 여 행"

by 박종두 posted Feb 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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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언니가 도서관엘 간다고 한다. 왠일로 도서관에 가나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잘 갔다오라는 말을 전했다. 그 때 까지는 나에게 이런 뜻깊은 일이 생길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언니가 도서관엘 다녀온 후, 내 마음, 그리고 내 인생이 한 반 쯤은 바뀌어 버린 것 같다.바로 언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잘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보통 책으로서만 기뻐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뿌듯함을, 그리고 작은 감동의 눈물마저도 솟구치게 만들었다. 평범한, 아니 어쩌면 천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얻는, 대 성자가 말한 한마디보다 훨씬 더 큰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고 별 관심도 없었다. 그렇지만 작가 류시화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비로소 이런 황당하고도 깊이있는 나라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나의 대학교 시절을 뜻깊게 만들어줄 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도. 그 속에는 아직도 신분계급이 존재한다. 그 중 아래 계급이었던 릭샤(바퀴 셋 달린 택시)운전자인 차루라는 허풍쟁이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류시화는 인도 여행을 하다 우연히 차루를 알게 되었고, 차루는 항상 "노프라블럼!"을 외치고 다니며 류시화를 마치 주인처럼 따랐다.

류시화는 어느 날 한국 친구들과 인도 남쪽을 구경하기 위해 차루에게 차표를 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차루는 또 "노프라블럼!"을 외치며 다음 날 차표를 사다 줄 것을 약속했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류시화는 웃돈을 얹어주고 겨우 차를 타게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배신이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런 나의 생각은 빨간 부끄러움이되어 쏙 숨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차루에게 류시화가 화를 내자 차루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모든 일은 당신 자신의 업이에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일인걸 내가 어쩌란 말인가요. 어쨋든 현실의 결과를 받아들어야지요."

모든 일을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지혜. 만약 나도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차루는 한낱 릭샤 운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읽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비록 음식을 먹을때도 손으로 집어먹고, 볼 일도 드넓은 들판에서 처리하는 그들을 미개인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함과 지혜만은 세상 그 어떤 철학자나 성자보다도 뛰어난 것이었다.

하늘 호수. 그 곳은 바로 인도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간직한 그 곳. 오늘 밤 꿈에서는 하늘 호수에 한 번 '풍덩'빠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