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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철 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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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언가 나의 열정을 다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을 할까 이리저리 고민하던 중 나의 선택은 어느 책 한 권으로 시작되었다. 곧 개봉된다는 영화를 볼까 하다가 시간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빈틈나는 대로 읽을수 있는 책을 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 작가인 아사다 지로의 작품으로, 아사다 지로는 1951년 도쿄 출생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중학교에 진학하는 등 순탄한 성장기를 보내다가, 집안이 몰락하는 충격을 겪으면서 뒷골목 불량 소년이 된다. 고교 졸업 후 20대를 야쿠자 생활로 보내는데, 이때의 체험이 그의 소설 곳곳에 배어 있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 중에서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장을 읽고, 소설가의 꿈을 품었다.

1991년, 야쿠자 시절의 체험이 담긴 피카레스크식 소설「당하고만 있을쏘냐」와 「찬란한 황금빛」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에 장편 소설 「지하철을 타고」로 제16회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1997년에는 첫 소설집 「철도원」으로 제117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은빛 비」「프리즌 호텔」「낯선 아내에게」등이 있다.

출판사 측에서는 아사다 지로를 일본 문단에서 '가장 탁윌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의 첫 소설집인 [철도원]은 1997년 출간된 이례 지금까지 숱한 화제를 낳으며 14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을 슬픔과 감동에 젖게 했다. 여기에 117회 나오키 상 수상은 이 소설집에 대한 확실한 문학적 보증이 되었다. [철도원]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 「철도원」과 「러브 레터」 두 편이 영화화되었고, [츠노하즈에서]와 [백중맞이]는 텔레비젼 드라마로 방명되었는데, 이는 나오키 상 제정 이래 최초이자, 단편 소설집으로는 가장 많은 작품들이 영상화된 이례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영화「철도원」은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였다.

'철도원'은 8편의 단편모음으로 이루어졌다.

「철도원」의 배경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짜기 간이역쯤 될까. 오토마츠(을송)는 45년을 근속하고 정년 퇴직을 맞이하는 홋카이도 호로마이역의 역장이다. 한때는 메이지 시대 이래 최고의 탄광촌으로 기세를 떨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퇴직과 함께 폐쇄될 운명의 쓸쓸한 노선.

오토마츠는 낡아빠진 제복 안섶에 기관차 기름 냄새와 탄재의 꺼끌꺼끌한 감촉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철도원 인생을 보낸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동사해 돌아온 날도, 깃발 흔들며 기차를 맞고 여객 일지에 "이상 없음"이라 적은 사내. 그리고 눈 덮인 플랫폼에서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손깃발을 꼭 쥔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아사다 지로는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지만 흡입력 있게 빚어낸다. 꿈인지, 생시인지 죽은 딸 유키코와 만나는 장면은 '장소를 가려서 읽어야 할 만큼' 눈시울이 찡해진다.

'리브레터'에서 건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고로는 어느날 아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내'란 얼굴도 모르는 채 돈을 받고 호적에 올려주었던 중국인 불법 취업 접대부. 고로는 뜻밖에 그녀가 자기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고로에게 고맙다는 말과 좋아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 내용도 그렇지만 고로의 인간미가 넘쳐 나온다. 나뿐만이 아니라 독자 모두가 숙연해질 만큼 감동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는 부족하다. 불행 속에서도 사람들이 가진 선의(善意)를 믿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가만가만한 음성으로 독자의 가슴에 아릿한 화인을 남기고야 만다. '눈물 많은 사람은 장소를 가려가며 읽는 게 좋다.'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철도원'서평. 웬만큼 감상적인 텍스트에 면역이 되어 있는 기자는 충고를 일축했다. 그러나 '러브레터'를 넘기다 섣부른 판단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폭넓은 공감과 호응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선 아사다 지로는 그 누구보다 소설의 기본에 철저한 작가다. 그의 소설을 펼친 후 다 읽지 않고 덮어버리는 사람은 시간에 좇기는 사람이거나, 소설 읽기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그가 쓴 단편 소설의 꼭 알맞은 짜임새와 적재적소의 함정 파기에는 숱한 평자들이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어떤 계층의 인물 묘사건 그의 손이 닿으면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독특한 표정을 짓고, 그의 문장이 그려내는 장면은 그대로 독자의 머리 속에서 영상이 되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책을 잡은 지 사흘. 이제야 책거리를 했다. 다 읽었다는 기쁨보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가로 놓여 있는 듯 하다. 참으로 잔잔하게 다가오는 글의 물결이 "언제 이렇게 적막해 졌을까"하며,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움이 기꺼움이 될 수 있다는 아주 작은 사실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그건 아마도 현재의 내 생활이 만들어 낸 넌센스는 아닐런지... 겨울날 밤새도록 내린 눈을 보며, 아침 일찍 일어나 느낄 수 있는 포근한 느낌. 여름날 넓은 호수가에 앉아 물에 이는 잔잔한 파도를 보며 함께 일어나는 가슴 속의 일렁임. 그 어느 하나 어색함이 없이 잘도 들어맞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읽는동안 내내 슬픔으로 다가온 글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우리네 정서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직업 정신때문에 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아버지, 바람난 남편을 따라 시댁에 온 며느리를 오히려 타박하며 이혼을 종용하는 시댁 식구들, 새 여자를 맞기 위해 자식을 버리는 부모... 일본 사람들 참 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나와 같은 피가 따뜻한 인간임을 느낄수 있었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에... 용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인 이 소설 '철도원'은 내가 읽어 본 책 중 최고의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은 여러개의 단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 하나가 다 좋았다. 단편이라 지루하지도 않고 내용도 알차다. 그리고 뒷끝이 깔끔하고 긴 여운을 남기게 하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책이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잠자기 전 이불 속에서 읽으면 밤새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이글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이책만은 꼭읽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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