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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아 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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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읽고



"우리에겐 우리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최고로 비춰지길 바라시며, 이 분은 아무리 자신이 힘들더라도 우리에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신다. 또한 이 분은 아무리 밖에서 험한 일을 당하시고, 쓰러질 듯 힘드셔도 언제나 자신의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요, 바람막이가 되고 싶어하신다. 그 분의 이름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강하고 싶어하시는 그 분의 이름은... 바로 아버지이다....."

언젠가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나와 같은 또래의 친구가 쓴 글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가족에게는 최고로 보이고 싶어하시는 사람, 아버지... 그 글을 읽으며 잠시 뭉클해 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그 동안 아버지란 존재를 그저 그렇게만 보면서 살아 온 것은 아닌가. 우린 아버지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었을까. 아버지라는 무거운 자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가정에 대한 눈물난 사랑을 한정수란 인물을 통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인 정수는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건강진단을 받게 되었다. 친구 남 박사가 결과를 말하는 순간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친구 남 박사는 망설이며 정수에게 췌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다.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정수 그도 불규칙한 식사에 식성도 맵고 짜고 술도 자주 마시는 그에겐 그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후회가 됐는지도 모른다. 정수는 망연자실하며 남 박사에게 되새기며 물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같았다. 정수는 한 동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일까? 그는 먼저 가족이 걱정되었다. 대학생인 딸, 이제 대학을 준비하는 아들, 자신만 바라보는 아내. 그러나 그는 가정에서 그리 존경도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수는 남 박사가 전해준 진통제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버티며 주변을 정리했다. 그도 많은 방황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날들로 지내는 날들은 가족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번졌다. 자신이 죽는다면, 남은 가족들은 무얼 하며 살아갈지... 그는 자신이 들었던 보험의 액수, 퇴직금을 정리하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리고 정수는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갔다. 그의 딸 지원은 그런 아버지를 매우 멀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수의 몸에서는 점점 속 쓰림과 음식을 보거나 먹으면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젠 남 박사가 준 약도 점점 깊어 가는 정수의 병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의 고통은 심해지고 가슴도 자주 저려 왔다. 이렇게 가족들은 정수가 이상함을 느끼고 결국, 그가 몇 일을 남기지 않았을 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 후회하며 그의 빈자리를 느껴 갈 때, 정수는 부인 영신에게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다.

"날 이렇게 보내주어서 고맙다고... 저승이나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희원, 지원,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다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부분이 바로 마지막 정수의 편지이다. 말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지막 편지로 남기고 떠나는 정수,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랑을, 행복을, 용기를... 입에 담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행복해 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용기를 감춰두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모두 이러할까? 정수의 모습을 보며 난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는 그 누구라도 추해지기 마련이다. 단 1분 1초라도 더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이다. 하지만 정수의 모습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시간에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자신 땜에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빚을 남기지 않으려고.. 자신이 없어도 가족들이 빈자리에 힘들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정수는 남은 시간에 그렇게 노력했다. 자신의 목숨이 없어지는 일 따윈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그렇게 자신의 남은 시간을 보냈다. 과연 난 그럴 수 있을까? 나에게 6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6개월이란 시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설사 가족이라 해도...

난 아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자신이 남들에게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남길 바라며 자신이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하지만 정수는 자신의 시간을 모두 산 사람에게로 반납했다. 그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수의 아내 영신 역시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은 자신의 삶을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바쳤다.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자신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나도 많이 있으면 그것이 좋은 줄 느끼지 못하듯이, 그들은 그들 주위에서 언제나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정수의 모습을 그저 잊고 살고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정수는 그들에게 표현할 줄은 몰랐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그들은 잊고 살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들은 정수의 추태에 대해 비난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수에겐 그런 시선조차 사랑으로 보였다. 딸 지원의 그를 향한 편지도 결코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 그 편지도.. 정수에겐 딸의 사랑으로 보였었다.

정수는 가족을 비난하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의 사랑을 알아차린 자신의 가족들을.. 그 모습마저 사랑했기에...

그 누가 이런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난 끝내 이 책의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을 언제나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정수의 시선이 떠오르는 듯해서.. 그의 시선이 그의 사랑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 해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서 무관심이 가장 견딜 수 없는 큰 괴로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주위에도 우리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의 한없는 사랑을 우린 다만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내 기억을 조금씩 되감아 갈 때면 항상 그 구석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내가 힘들 때, 언제나 그 한 편에서 날 따뜻하게 지켜보고 계시는 아버지가 있단 것을 난 왜 몰랐는지...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에서 고독감을 느낀다.

나는 이 소설을 계기로 아버지의 무겁고 힘든 가장의 자리라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우리 시대 아버지란 이름이 생긴 것도 사는 것도 각각 다르겠지만 아마도 이것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께 잘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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