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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8 09:00

"괭이부리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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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TV프로에 소개되면서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TV프로에서 권하는 책이니 재미있겠구나. 나도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사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어떤 재미나 단순한 유쾌함을 주는 것보다는, 그 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지금의 내 생활의 편안함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해 주었고 나보다 못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산..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갖게 해 주었다.

이 책은 가슴이 따뜻해지고 다시금 세상을 돌아보게 하게끔 해주는 그런 책인 것 같다.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견디어 내고 서로를 돕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통해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여기 괭이부리말에는 사람이 산다. 경제성장의 논리에 밀려 이 땅 어느 한 구석에 흘러들어 조막조막 집을 짓고 살아가게 된 가난한 ? 람들이 산다. 6,70년대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세' 라는 구호 아래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열심히 일하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국가는 그리고 TV광고는 우리를 부추겨 왔고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 덕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한 끼 밥걱정 안 하고 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뒤편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는 성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이 소설엔 숙자, 숙희 쌍둥이 자매와 동네 친구인 동준이, 본드 하는 형 동수, 그의 말더듬이 친구 명환이, 이 애들을 보살펴 주는 영호, 영호의 초등학교 동창 김명희선생님이 함께 사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들이 살기 전부터 괭이부리말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아가며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당장 떠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못 떠날 뿐이다. 유일하게 떠나는 인물은 숙자네 반 담임인 김명희선생님이다.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 지긋지긋했던 괭이부리말을 떠났다. 하지만 이 곳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게 되고 3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맘을 열지! 않고 지냈다. 물론 나중엔 생각을 바꿔 괭이부리말로 들어오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에는 부자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있다면 동수의 석방을 위해 찾아간 영호에게 100만원부터 내라고 요구한 변호사 정도이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사람의 몸을, 관계를 망가뜨려 놓는다는 추천인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도 이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무 고통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서로 그것을 감싸안아 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치유 때문에...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러웠다. 그리고 숙자와 아빠가 철길 위에 앉아 얘기하는 장면이나 김명희 선생님이 명환이의 아픔을 듣는 부분은 너무 슬펐다.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들에겐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니라 다만 조금 불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시절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희망이 있고 멋진 꿈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던 시절 괭이부리말은 가난에 찌든 이들의 삶의 휴식처였다. 굴과 조개 껍데기로 매운 땅에! 판자로 집을 지어 만든 동네.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버린 그곳을 사람들은 늘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가난이란 것이 어쩔 수 없던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그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자 했다. 비록 방법이야 다르지만 모두의 마음은 하나였다. 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

가난은 정류장이지 목적지가 아니라는 명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하긴 그렇다. 누구에게나 가난이 목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속에 가난은 하나의 한 시절의 배경이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괭이부리말 아이들. 그들은 강한 아이들이었다. 대부분 그들은 집도 다 떨어져 가는데다가 쌀도 없어서 라면으로 끼니를 챙겨먹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가에서는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좋은 조건도 갖고 있지 않고, 밥도 제때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와 달리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분명 우리마음에도 희망이란 것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희망.. 아니! 그것은 희망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것은 나약한 희망. ? 酉쪄舊?않고 잘되길 바라며 상상 속에서 그렇게 되고있다고 현실의 세계에서조차도 그렇게 믿는 것...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그렇지 않다. 우리들처럼 과장되지도 않고 소박한 희망 그저 뭐든지 걱정 없이만 되면 된다는 그 희망. 나는 너무나 부끄럽다. 상상 속에서 나는 분명 매우 과장된 세상을 걷고 있다. 지금도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세상은 나약한 사람의 꿈은 이루어주지 않는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그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 과연 우리가 만끽하는 이 행복을 노력하지 않고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지킨다고 해도 과연 이것이 행복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나는 두렵다. 내가 이 행복을 지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을지...

만약 지금까지 자신이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읽는 즉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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