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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
2009.04.07 21:01

[데미안]/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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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여행을 통해 넓어지고 성장한다. 낯선땅, 낯선 것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신선함과 활기를 준다. 더 넓은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더 넓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다. 그러나 많이 가봤다는 것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깊이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인간의 깊이란 지적, 외적 모양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여행이 필요한 것은 낯선곳의 낯선만남들을 통해 나의 내면을 두드려줄 기회를 얻기 위함이다. 세계로부터 오는 자극이 내면의 깊이를 두드리고 열리게 해야 할 터, 내면의 문을 여는 열쇠는 스스로에게 있을 뿐이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을 통해 삶의 여행을 떠나는 한 사람을 소개한다. 여행의 방향은 자기 자신이고 여행기간은 삶 전체이다.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풍성하고 행복하게 실현시키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인간의 내면이란 어떤 곳이길래 평생에 걸쳐 여행을 해야하는, 그리도 넓은 곳일까. 먼저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인간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소설 데미안의 서문에서 저자의 인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이란, “단 한번 뿐이며 결코 되풀이 되지 않는 유일하고도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며, 모든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한 누구나 경이로운 존재이며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각 인간의 마음속에서 정신은 형상이 되며 피조물은 고뇌하고 각 인간의 마음속에서 구세주는 십자가에 못 박혀지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정.신.은 형상이 되었다. 그 정신은 우주를 살아 숨쉬게 하는 무엇이다. 창조주 이면서 구세주이기도 하다. 그러니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넓은 것일까. 그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테지만,  다만 그리로 여행을 떠나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보물이 거기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개인의 한계를 너무 좁게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소. 우리는 우리가 개성적인 것이라고 일컫고 다른 것과 판이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만을 개인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우리들의 육체가 어류나 그보다 더욱 아득한 생물체까지 소급될 수 있는 발달의 계보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영혼 속에도 이제까지 인간의 영혼 속에 살아왔던 온갖 것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오"... "당신이 단순히 자신의 내부의 세계를 지니고만 있느냐, 혹은 그것을 의식하고 있느냐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는 일이오"




 저자 헤르만 헤세는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의 삶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칼 융의 분석심리학과 만나면서 내적 변모를 겪는다. 이 시기를 통해 그의 삶과 문학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게 되는데 소설 데미안이 그 전환기적 작품이다. 칼 융에 따르면 삶이란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이다. 자기실현이란 분석심리학의 주요개념인데, 이를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한다. 개성이란 개체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속성이다. 그 개별인격체의 속성은 무한이 깊어서 영원에까지 닿아있다. 개성을 쫒아 가는 길, 즉 개성화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가리운 것들로 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소설속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겪는 성장과정이 칼 융이 말했던 개성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싱클레어는 어린식절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와의 대립속에 살고 있었지만 밝은 세계-아버지의 세계만을 자신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세계와 대립되는 하녀들, 직공들의 어두운 세계는 인간의 억압된 의식을 상징한다. 한 인간의 구석진 곳에 억눌려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인 것이다.  자신을 찾는 길이란 자신안의 모든 면, 어두운 면까지도 인정하여, 진정한 자아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어두운 세계는 싱클레어의 삶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갈등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의 밝은 세계로부터 벗어나 얼마간이 방황 끝에, 그리고 깨달은 자인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두 세계를 통합하는 인간에 다다르게 된다. 진정한 자기자신의 개성을 이루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모두 인식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만,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저자는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숭고한 목표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왜 저자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1차 세계대전이 보여준 이성의 몰락의 원인을 인간이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집단적 자기 상실과 몰이성이 전쟁을 방관하고, 전쟁에 환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개성을 찾아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인간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진정한 자기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일부를 부정하고 그건 내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자신의 협소하지만 밝은 면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외부적으로 발고 맑은 사람일 수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항상 억눌려진 자아의 모습에 갈등하게 된다. 이것은 그를 더욱더 왜소하고 쇄약하게 만든다. “내 마음은 너무나 오랫동안 소리를 죽인채 쇄잔하게 웅크리고 있었으므로 이런 가책과 고통의 전율과 영혼의 어던 추악한 감정조차도 환영받고 있었던 것이다.” 억눌린 자아는 억누를 수록 상보적으로 그 힘이 커지게 되어 오히려 의지와는 반대되는 추악함까지도 환영하게 된다. 자신의 모든 요소들을 끌어내 받아들이고, 인정하여 전체로서의 나가 되는 것이 행복한 삶을 향유하는 길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자신의 참된 본질에 대한 용감한 긍정으로부터 온다. 


 


 우물안 개구리에게 우물의 담장을 뛰어 넘는 일대 도약이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결정적 도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기내면으로의 도약이다. 사람은 외부적 요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명망과 역할로서 누군가를 규정할 수 는 없다. '그'는 수많은 선생님들일 뿐이고, '그'는 수많은 아버지들일 뿐이고, '그'는 수많은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자기규정은 반쪽짜리 이미지-페르소나에 불과하다. 선생님이고 아버지이고, 월급쟁이 이전의 '그'가 있다. 본연의 그 자신, 우주의 과거가 담겨있으면서 동시에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이 있다.  그 자신으로의 도약하는 것, 다시 말하면 진정한 개성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이 변변찮아도 가진게 없어도 못생겼어도, 인간은 외형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광할한 내면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소중하다. 그래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 전체로서의 자신이 된다는 목표가 숭고해 지는 것이다. 우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의 단 한번뿐인 자기실현’이니까.




 우리는 개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개성이란 말이 참으로 많이 쓰이고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외형과 사고 방식이 이리도 획일화되었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아이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교육시스템이 또 있었을까. 헤르만 헤세가 경험했던 몰이성의 시대가 아직 지나가지 않은 것 같다.  소설이 주는 여운이 참으로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 아무것도 아니엇다. 나는 시를 짓기 위해서, 설교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도 그런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모두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각자를 위한 진정한 천직이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단 한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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